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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석 시인 출간하자 마자 교보문고/네이버책 베스트셀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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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시사문단 () 댓글 0건 조회 66회 작성일 2021-02-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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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석 시집 『힘껏 면발을 흡입하던 너의 입술이 그리울 때』 해설 (2021. 그림과책)

몸을 관통하는 아름다운 비애

마경덕 (시인)

시인은 대상 너머에 있는 “추상의 것”들을 찾기 위해 미시적인 대상에 접근하여 고찰(考察)하며 “존재를 증언”한다. 끊임없이 호명되는, 문장과 문장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낯선 목소리, 미묘한 심리적 파장, 몸을 관통하는 슬픔들, 정돈된, 그러나 어질러진 조합들이 서로 충돌하며 ‘있지만 없는 듯한’ 모호한 경계에서 시는 태어난다. 화지(畫紙)에 시선을 두지 않고 사물만 보고 그림을 그리는 ‘블라인드 컨투어(Blind Contour)’ 기법이 있다. 이 드로잉 기법은 보는 것에 집중하며 최대치로 관찰력을 끌어올려 무언가를 발견하는 훈련이다. 시 쓰기 역시 집중이 필요하다.

시를 낚는 ‘미끼’는 무엇일까. “감성의 역치”가 낮은 시인은 스스로 세상에서 고립되기를 자처한다. 막막하고 아득할 때까지 “방치한 마음”을 먹잇감으로 쓰는 것이다. 막차가 끊어진 고적한 정류장, 텅 비어버린 겨울 백사장, 바람에 늙어가는 억새밭, 허물어진 돌담길 어디쯤에서 덜컥, 무언가에 걸려 넘어져야 한다. 그리고 주저앉아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다. 시 쓰기란 세상의 즐거움을 버리고 외로움에게 말을 붙이는 일이기에 수많은 질문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 새로운 생각은 특별한 이미지로 전환되어 또 다른 서사로 나아가는 단서가 된다.

무대와 관객 사이에 개념적으로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벽, 누군가 무대에서 내려와 의도적으로 객석으로 들어섰을 때 “제4의 벽”이 허물어지듯이 언어를 발굴하는 시인들은 고정관념을 허물고 그 순간에 발현된 감각을 글로 지으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처음이 되기를 원한다.

1895년 비공식 최초의 영화인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의 <시오타 역에 도착하는 열차>가 파리의 ‘그랑 카페’에서 상영되었을 때 관객들은 스크린에서 달려오는 열차를 보고 몸을 피했다. 그 장소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열차가 자신에게 들이닥치는 것으로 착각해서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그 당시 스크린 저 너머 “가상의 세상”이 “현재의 장소”로 돌진하는 장면은 큰 충격이었다. 층위가 다른 생각은 “시오타 역에 도착하는 열차”처럼 독자의 가슴을 향해 돌진할 것이다. 이 얼마나 짜릿한 즐거움인가.

시인이 세상과 만나는 방법은 어떠할까. 신원석 시인은 가족이 살았던 기억의 주둔지를 빙빙 돌며 무심한 듯 슬픔을 에두른다. 비행장에 착륙하려는 여러 대의 비행기가 고도에 차이를 두고 선회하는 스태킹(stacking) 작법(作法)으로 감정의 간극을 조절하며 슬픔을 환기시킨다. 그의 시세계로 무사히 안착하도록 삶의 뒷면을 상기시키며 활주로를 만들고 기다리는 것이다. 이때 과거의 기억은 유도등처럼 그 너머의 사소한 것들을 끌어내며 유의미하게 작동되고 시인의 주머니에 담긴 개인의 일화와 가족의 서사는 “시의 에너지”로 변환된다.

어머니는 늘

버스를 타고 삼십 분이나 걸리는

오류동 단골 미용실에 들어앉아 머리를 볶았다

자식과 남편에게 들볶인 이야기를

한 가닥 두 가닥 풀어내면

미용실 아주머니 손가락에서

노란 나비가 내려와

푸석해진 머리카락 위를 날아다녔다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따귀 맞던 날

아버지 두 팔에 매달려

대신 고스란히 소나기를 맞던 풀밭이었다

내가 짐을 싸서 집을 나오던 날

땅 속에 숨어살던 벌레들을 모두 데리고 와

밤새 울어 대던 풀밭이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늘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살던 오류동

그 단골 미용실에 들어앉아서만

머리를 볶았다

그것이 내 눈엔

누레진 풀밭에 물을 주는 것처럼 보였다

부러진 줄기를 동여매는 것처럼 보였다

― 「풀밭」 전문

짓밟히기 쉬운 ‘약자’들을 비유법으로 보여주는 ‘풀밭’은 “삶의 비애”를 다루고 있다. 시인은 특유의 감각으로 “일상의 상처”들을 포착해낸다. 어머니는 버스를 타고 삼십 분이나 걸리는 오류동 단골 미용실에서 머리를 볶았다고 한다. “자식과 남편에게 들볶인 이야기를/한 가닥 두 가닥 풀어내면/미용실 아주머니 손가락에서/노란 나비가 내려와/푸석해진 머리카락 위를 날아다녔다”에서 알 수 있듯이 미용실은 동네 사람들 시시콜콜한 형편까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예전의 그 단골미용실은 남편에게 달달 볶인 어머니의 넋두리에 추임새를 넣을 줄 아는 여자가 있는 것이다. ‘파마’를 하는 시간은 누레진 풀밭에 물주고 부러진 줄기를 동여매는 치유의 시간이다. 쏟아낸 한숨이 ‘파마롤’에 돌돌 말려도 푸석해진 어머니에게 미용실은 잠시 쉴 수 있는 풀밭인 것이다.

어릴 적 시인이 처음 따귀를 맞은 곳도 풀밭이었다. 싸움을 말리려고 아버지 팔에 매달려 고스란히 비를 맞던 날이다. “내가 짐을 싸서 집을 나오던 날/땅 속에 숨어살던 벌레들을 모두 데리고 와/밤새 울어 대던 풀밭이었다”라고 고백한다. 부부싸움에 가장 상처를 받는 사람은 아이들이다. 풀밭은 “벌레들이 기생”하는 곳이기에 쉴 수 있는 곳이 아니지만 숨어 울기엔 좋은 곳이다. 어두운 풀밭에서 흘렸을 숱한 눈물과 가슴을 찌르는 상처의 시간은 시들지 않고 잡초처럼 되살아난다. 기억은 한 개인의 역사에 머물지 않고 다수의 삶과 얽혀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한 사회의 역사를 구성한다고 한다. 불행에도 여러 층위가 있다.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특별해지는 것은 그의 기억에 눅진하게 남아있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 때문이다.

차 안 뒷거울 속에서

어머니가 돋보기안경을 벗고

줄곧 눈물을 훔쳐 댔습니다

꺾여버린 어머니의 무릎이

안경알 너머로 훤히 비쳤습니다

“고작 칠십 년 살겠다고 그리도 지지고 볶았구만…….”

어머니가 가슴을 치며 울 때마다

은행잎이 한 무더기씩 떨어져 내렸습니다

아버지와 사십이 년을 함께 산 어머니에게도

첫 경험일 이 시간 앞에서

또한 첫 경험인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운전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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