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으로 망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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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구석기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1,561회 작성일 2003-02-11 08:56본문
새벽부터 내 머리맡으로
새 한 마리 날아와 산속 어디선가
눈발 날린다는 소식 들려주더니
그래, 갈테면 가라지
잊어버리고 떠나갈 거라면
애초에 왜 내 손을 잡아주었는지
왜 눈을 감고 입술을 주며
왜 그렇게 얼굴을 붉혔는지
그래 다 덮어 씌워라 덮어 씌워
앵무새 혓바닥으로
입 속에 틀어박힌 검은 잎으로
우리들의 음울한 그림처럼
다 덮어 씌워라
제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게
어디론들 망명하지 못 하겠는가
산도 나무도
하늘도 땅도 다 비어
그리하여 나도 너도 비어있는
이 세상 밖으로
어디론들 달아나지 못하겠는가
너를 버리고 어디론들 가지 못하겠는가
사랑은 무슨 사랑
처음부터 너와 나는 없었는데
저 산에 내리는 저것들
저 언덕에, 지붕에 쌓이는 저것들
낙엽이었나, 스쳐가는 바람이었나
저기 누군가의 가슴에 펄펄 내려
쌓이는 그리운 바깥 소식에
우주는 또 무슨 우주
새 한 마리 날아와 산속 어디선가
눈발 날린다는 소식 들려주더니
그래, 갈테면 가라지
잊어버리고 떠나갈 거라면
애초에 왜 내 손을 잡아주었는지
왜 눈을 감고 입술을 주며
왜 그렇게 얼굴을 붉혔는지
그래 다 덮어 씌워라 덮어 씌워
앵무새 혓바닥으로
입 속에 틀어박힌 검은 잎으로
우리들의 음울한 그림처럼
다 덮어 씌워라
제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게
어디론들 망명하지 못 하겠는가
산도 나무도
하늘도 땅도 다 비어
그리하여 나도 너도 비어있는
이 세상 밖으로
어디론들 달아나지 못하겠는가
너를 버리고 어디론들 가지 못하겠는가
사랑은 무슨 사랑
처음부터 너와 나는 없었는데
저 산에 내리는 저것들
저 언덕에, 지붕에 쌓이는 저것들
낙엽이었나, 스쳐가는 바람이었나
저기 누군가의 가슴에 펄펄 내려
쌓이는 그리운 바깥 소식에
우주는 또 무슨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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