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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춘몽(一場春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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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은지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1,977회 작성일 2003-02-08 14:52

본문

일장춘몽(一場春夢)

원님이 갓 쓰고 장에 가니, 난 뚝배기 쓰고 장에 간다.
내가 꼭 이 꼴이다. 요즘 월드컵 이후 한반도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로또 열풍, 그 현장에 나도 방관
자가 아닌 또 하나의 점으로 섰다. "혹시나" 하다가는 "역시나"로 끝나는 한바탕 일장춘몽(一場春夢)이
시작된 것이다. 사뭇 OMR용지 위에 인생역전의 꿈을 찍는 손끝이 떨린다. 검은 점으로 찍히는 꿈. 천문
학적 숫자 앞에 돈의 노예가 되었다. 남녀노소(男女老少)를 불문하고 모두 진홍빛 꿈을 찍는 손끝과 얼
굴에 진지함이 묻어 난다.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점을 찍고 꿈 값으로 거액 이 만원을 지불하고 거리에
나섰다.

입춘(立春)을 지난 바람이 부드러운 미소를 짖는다.
자세히 보니 길 옆 목련나무 봉오리가 봉긋하니 처녀의 젖가슴처럼 부풀어 있다. 거리를 걸으며 꿈에서
깨면 허물어질 모래성을 쌓아 본다. 700억!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주체하지 못할 물질의
풍요에 졸부(猝富)가 된다. 참으로 깨어나지 않았음 좋을 꿈, 현실로 변화되는 꿈이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목을 있는 대로 뒤로 제쳐 높은 빌딩을 본다. 가소로워 보인다. 지금 내 손아귀에 잡혀 있는 숫
자들이 꿈을 실현시켜 준다면 저 건물 몇 개쯤이야.....그나저나 그 많은 돈을 무엇에 써야 하나.......즐거
운 고민 아닌 고민을 한다. 우선 내 친지들께 5억 씩만 나누어 줘야겠다. 그리 잘난 것 없이, 그리 가진
것 없이 세상사에 부대끼고 살아가는데 이 액수쯤이면 지금까지의 삶이 위로가 되고 좀 평안히 살 수
있겠지...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남은 돈은 아이들을 위해 얼마간 남겨 두고, 어렵고 병든 사람들 쉬어갈 수 있는 복지관 하나쯤
세울 수 있을까?. 물론 모든 것은 무료로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도 남은 돈으로 문화센터 하나 세울 수
있을까? 공연, 음악, 미술, 문학 ....모든 문화예술인의 쉼터가 되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아
름다운 사회를 이끌어 가는 밑받침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백화점이 보
인다. 웅장한 현대식 건물, 그 안을 빼곡이 메우는 값나가는 물건들 그 틈에 들어있는 서점이 생각났다.
서점에서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생각의 우물에 빠져 많은 책들을 탐독할 수 있는 편안함 있었으면
좋을 텐데....아차...생각하나 빠트렸구나 아늑한 쉼터도 되고, 차 한잔 나누며 담소 할 수 있는 도서관도
하나 세워야겠다. 주인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다면 주섬주섬 쌓아 놓고 읽다가
는 읽던 책 슬그머니 제 자리 갖다놓고 주머니 속의 돈을 헤아리며 뒤통수에 박히는 따가운 시선 의식
하지 않고 나와도 좋을 텐데.....그러나 난 일장춘몽(一場春夢)에 빠진 오늘도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꾸
라지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듯 슬쩍 서점을 빠져 나왔다.

한 바탕 꿈. 봄바람에 실없는 미소로 날려보내며 오던 길 되돌아 집으로 향한다. 돌아오는 길 공사장 위
에 아파트 키 보다 더 높은 크레인을 보니 그 타워에 올라가고 싶어졌다. 높은 곳 바람도 잠시 내려앉
아 쉬어 가는 곳에 정말 한 번 올라가 보고 싶다는 가끔은 엉뚱한 생각을 했었다. 아니 아무리 바람 부
는 세상이라도 저렇게 높은 곳에서 무게중심 잘 잡고 제 할 일을 묵묵히 하며 살고 싶다는 소망의 표현
일지도 모른다. 육중한 물건을 들어올리는 크레인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모든 사람들이 제 무게의 중
심을 잘 잡고 있다면 행운의 숫자 맞추기 열풍은 불지 않을 텐데 말이다. 요즘 정말 땀 흘리지 않고, 노
동의 제공 없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허무맹랑한 꿈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돈이란 모름지기
정직하게 땀을 흘린 댓가로 벌어야만 그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귀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요행의 숫자 앞에 붙어 있는 천문학적인 당첨금에 모두들 허황된 꿈의 노예가 되며 누구나 한번쯤은 그
억수로 재수 좋은 행운의 주인공을 꿈꾼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 열풍의 주역에는 청소년들도
한 몫을 한다고 한다. 아직은 가치관이 제대로 적립되지 않은 그들이 지금 이 사회에서 무엇을 배울 것
인가? 열심히 일하고 성실한 노동의 땀흘린 정당한 돈의 맛을 보기도 전에 젊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의
기회만을 노리는 기회주의자로 만들어 가는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항간에는 몇 억 원어치의 복권을 사면 돈벼락을 맞을 수 있다는 확률 놀음을 하는 사람도 있고, 더러는
기상천외의 머리로 숫자의 조합을 연구하는 사람도 있고, 더러는 마약보다 더 지독한 인생역전 꿈의 노
예가 되어 가산을 탕진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이런 기현상(奇現象)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마도 빈
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의 편중으로 인한 상대적 소외감에 놓인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 아닌가 한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가능하다는 물질만능주의 빠진 사행심에서 비롯된 열풍 같다. 진정 복권(福券)이 복
을 가져다주는 행운의 종이가 되지 못하고, 외려 파면의 길로 이끄는 것은 아닌지 그리하여 국가가 주
체가 되어 많은 거지를 양산하고 몇 몇 사람들의 배만 채우는 물질에 눈먼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은 아
닌지...복권(福券)이 진정한 복(福)된 종이가, 행운의 메신저가 되기 위해서는 평생동안 구경해 보지도 못
한 어마어마한 숫자,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천문학적 당첨금의 위력이 아닌, 그냥 기분 좋게 웃으며 찾
을 수 있을 만큼의 액수로 낮아지면 어떨까? 정말 한바탕 꿈 값으로 계산해도 좋을 만한 당첨금이라면
지금처럼 이런 기상천외의 열풍에 휩싸이지는 않을 텐데....하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꿈
값으로 지불한 이 만원이 자꾸만 아까워 진다. 이 돈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 두 마리와 덤으로 따
라오는 콜라에 행복에 겨워하고도 천 원이 남는 돈인데.....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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