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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주 추천수필] 만디에 참꽃이 천지삐까리라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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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찬미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댓글 1건 조회 1,965회 작성일 2003-05-0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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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디에 참꽃이 천지삐까리라예"

탯말-대구 토속어의 진솔한 맛



217571_2.jpg

참 꽃(대구사람의 발음은 "창꽃"에 더 가깝다)



나는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를 떠나 본 적이 없는 대구토박이이다.
양친께서도 순수한 경상도 사람이시다. 그러므로 나는 태(胎)중에서 부터 대구말(경상도말)을 들었을 것이다. 대구말은 나의 탯말이다. 탯말이란, 말 그대로 태아가 어머니 뱃 속에서 들은 말이다. 그러니 나는 자연스럽게 대구말을 잘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대구말 밖에 못 한다.


한 때, 나는 대구말 보다는 표준말(현재 서울에서 사용하는 교양있는 언어)만 사용하려고 턱도 없는 노력을 한 적이 있다. 대학가에서 음악실 디제이(Disk jockey)를 하던 시절이었다. 마이크를 잡으려면 고상한 표준말을 해야만 되는 줄 알고 아나운서의 발음을 유심히 듣고 따라했던 기억이 난다. 피나는(!)노력의 결과인지 주위 사람들에게서 발음이 좋다는 소리도 들으며 제 멋에 취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신청 쪽지에 날아든 사연을 보곤 충격을 받았다.
"디제이님의 대구말씨가 참 예쁘네요."
하는 서울 사람의 메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전을 찾아가며 사투리 대신 표준어 낱말을 익히며 갖은 노력을 다 했건만 억양까지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대구사람끼리 들을 때는 표준말을 구사하는 것 처럼 들렸겠지만 외지 사람에게는 나 역시 대구말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일 이후 나는 어색한 투구같던 표준말을 벗어버리고 나의 탯말인 대구말을 사랑하는 애호가가 되었다.


대구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어감과 뜻을 표준말로는 고스란히 옮기기 힘들 때가 가끔 있다. 우리의 풍토에서 빚어진 고유의 향토말을 표준말로 바꿀 때 그 느낌이 줄어든다. 비약을 한다면 김소월의 진달래를 영시로 번역하는 것 같은 그런 어려움이 있다.


문학에서도 작가들의 자신의 지방어를 충실히 살리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지방어만의 특유의 어감을 충분히 살리는 것이 문학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문학의 적접적인 원천이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자기 주변(지방)의 역사와 경험에 충실하는 것이 어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역적인 것 같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보편성을 얻는 길일 것이다. 전라도말, 경상도말, 제주도말, 충청도말 등을 사투리로 내몰고 문학에서 표준말만 사용한다면 개성도 없어지고 그 폭도 자연히 좁아질 것이다. 지방어의 개념이 표준말보다 못한 변두리언어라고 여길 것이 아니라, 서울말도 대구말처럼 그 지방에서 생긴 토속어라고 말하고 싶다. 지방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자긍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재미있는 대구말을 소개하자면,
"가가 가가?"
"이기다 니끼다 이기가?"
이것은 항간에 떠도는 장난끼 어린 우스갯소리이다.
"그 애가 그전에 말한 그 아이란 말이니?"
"이것이 다 네 것이란 말이니?"
라고 알아 듣는다면 뜻은 소통될 것이다.



얼마전 비슬산에 등산을 다녀온 친구로 부터 들은 정감어린 대구말 한 토막을 알리고 싶다.
"만디에 참꽃이 천지삐까린기라."
산 등성이에 진달래가 아주 많이 피었다는 이야기이다.
대구사람들은 "산등성이에 진달래가 아주 많이 피었어."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만디에 참꽃이 천지삐까린기라."는 말을 듣는 순간 온 산에 지천으로 붉게 물들은 진달래밭이 눈앞에서 파노라마로 펼쳐짐을 경험할 것이다.
참꽃- 이 얼마나 고운 말인가? 진달래를 향토색 짙은 참꽃이라고 부를 때 대구사람인 나에겐 꽃빛깔 조차 더 곱게 보인다.


2003. 4. 박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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