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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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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법문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댓글 0건 조회 1,904회 작성일 2007-09-05 13:20

본문


  문학의 즐거움
        -예리한 지성, 향기로운 감성, 대쪽 같은 의지 그리고 자아

                          박태원(문학평론가)

 문학은 그 작품성과 메시지가 독자에게 재미와 감상의 즐거움을 준다. 세상은 욕심의 에너지로 굴러가고 서로 치이고 받히고 사랑하고 미워한다. 작가도 이런 혼란한 세상 속에서 살지만 깊이 사유하며 관찰한다. 악한 자란 권력욕, 재물욕, 성욕을 키우고 만족시키기 위해서 타인을 억압하고 협박하며 이용하고 속이는 사람이다. 선한 자라고 해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욕심에 자아가 구속당하지 않아 영혼이 맑고 자유로운 사람이다. 작가는 악한 세상에서 선한 영혼을 지켜내는 사람이다.

1. 예리한 지성
 
살얼음에 움츠린/그리움 물살/안갯속에서/아른거린다//귓가 배회하는/달콤한 선율이여/떨림의 파장이여/깊은 가슴 바다로 밀려오는/격렬한 외침이여//의식 안으로/자꾸자꾸/소용돌이치며/뿌리채 밀려오고 있다 (연정/김춘희 전문)

 작가는 살얼음 밑으로 흐르는 여울물을 고요히 응시하며 자신의 의식을 지켜보고 있다. 흐르는 물은 성적인 욕망을 연상시킨다. 비밀스런 분위기의 안개, 청각을 매료시키는 여울물의 속삭임, 얼음 밑에 억압된 애욕의 절규, 의식을 온통 사로잡는 그리움을 시적 자아가 달래고 있는 것이다.

…옷도 걸치지 아니하고/햇볕을 가리우는 챙막도 없는/알몸으로 꿈틀거리며 느리고 우둔하게/생을 위하여 어디로 기어가는지//수많은 동물들은 그 흔한 많은 다리를 가졌건만/그것조차도 없이/그렇다고 민첩성이나 지혜도 없이//행인이 다니는 도로변을 기어가고/또 느릿느릿 기어가다가//뜻하지 않은 행인의 발에 짓눌려/비참하게 짧은 생을 마감하고//수많은 개미 떼에 시신을 맡기고/어디로 끌려가는지/가련하고 불우한 그대의 일생//아…슬프도다 그대여/…이제 남은 반원의 껍질마저 훌러덩 벗겨질까/겁에 질린 중년여자/단단한 운명이란 껍질에 미물의 난각막으로 달라붙어/이력이 난 지금에서/순하게 붙들고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민달팽이/김영배)

 미쉘 푸코는 국가 권력이 담론적 실천에 의하여 외부적 강제를 가하지 않아도 개인 생활의 사적인 영역에까지 침투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무력화하고 내면화하여 국가질서를 유지하고 있으며, 개인이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언어를 통해 선택과 배제의 논리인 지식의 형태로 행사되는 권력의 속성을 파악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지식과 권력의 관계는 다양한 세력관계가 존재하는 가족, 성, 생산 등 사회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한다.
여성은 사회적 억압 계층에 속하는데 가부장적인 사회구조, 생산 수단의 남성 지배, 자녀 양육과 가사 노동, 열등한 육체적 조건을 운명처럼 짊어지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주변성과 타자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지식을 충전하기 위한 자기만의 방과 경제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김영배 시인은 중년의 여성을 무력한 민달팽이에 비유하여 사회적인 운명을 비판하고 있다.
 
2.향기로운 감성

 뒤뜰에/몰려든 낙엽들은/한 웅큼 담아두게나//밤늦게 오신 손님/사립문 미실 때/부스럭/소리 듣고 문이라도 열어주게//장독에 떨어진 오동나무 잎도/그냥 두게나/집사람 장뜨러 가서/손으로 쓸고/뒤켠에 오동나무 쳐다보며/길 떠나신/친정어머니 얼굴이라도 그려보게//골목길 은행나무 잎은/새벽에 길 떠나가는 바람의 몫으로 남겨두게나/주머니에 하나 둘 접어 넣고 가도록!  (낙엽 애모/기우표 전문)

 낙엽이 지는 가을에는 그리운 사람이 보고 싶어지고, 색 바랜 낙엽을 밟으며 죽음과 인생을 사유하게 된다. 깊은 사유를 통해서 고독과 허무를 극복하고 삶의 여백을 마음 가운데 마련하는 것이다. 오색으로 불붙은 낙엽길을 산보할 수 있는 여유를 얻는다는 것이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낙엽을 다 쓸어 버리지 말고 바람의 몫으로 남겨두자.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이고/구름이 지나도 그림자 지는 곳//돌을 던지는 사람/고기를 낚으는 사람/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별은 고요히 물 위에 나리고/숲은 말없이 잠드느니//행여 백조가 오는 날/이 물가 어즈러울까/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마음/김광균  전문)

 좋은 시는 한번 읽으면 영혼이 맑아지고 즐거운 기분이 온몸에 퍼지며 다시 읽고 싶어지는 것이다. 뜨거운 번뇌와 망상을 서늘하게 식혀주는 청량제와 같다. 순수한 감성은 탁한 욕심이 정화되어 마음이 잔잔한 호수가 될 때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도 그림자 지는 것이다. 별이 나리고 백조가 날아 드니 외로워도 현실이 꿈만 같구나.

3.대쪽같은 의지

 오래전, 지독하게 나무뿌리에 아첨하여 어미는/나를 흙에 살라했다./반듯한 체온에 묻혀 그까짓 세상 쉬어가며/듣지 말고 보지 말고 꼼지락 꼼지락 산 시늉만 하라 했다./세월이 저만치 쌓일 때 도타운 어미 정도 잊으라 했다/…/혼란스런 나는 메마르고, 젖어들고, 구르기도 좁은 세상.//어느 날, 빛 한 점. 내게 다가와 나와라 꼬드겨/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에 서둘러 따라나섰다./엎질러진 빛 무더기 나를 누르는 지상에 도착했다./새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에 놀라/옆구리 터져 허물 벗고 날아 오를 때/고요는 눈 뜬 칠일 안에서 깨졌다. 서럽게 울어도 허락되어/앙칼지게 울어도 인정 되어져 나, 그렇게 살다 가노라./귀 기울어주지 않는 울음 울다가/곤충 채집 통에 핀으로 고정된 나는.  (나는/한관식)

 시는 왜 쓰는가? 세상에 할 말이 있어 시를 쓰노라. 메마르고 젖어들고 구르기도 좁은 세상에서 어미의 따스한 마음뿌리에 의지해 꼼지락 꼼지락 산 시늉만 하다가 새가 울고 바람 소리 물소리 요란하며 번쩍번쩍 강렬한 빛이 작열하는 세상에 나왔다. 거대한 세상은 복잡한 메트릭스 시스템으로 굴러가는데 나의 존재는 미미하구나. 조직의 구성 부품이 되어버린 나는 시를 쓰고 언어를 사용하여 소외의 동굴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시대의 공감을 얻고 시대를 창조할 때 나의 존재는 주체를 체득하고 세계와 나는 둘이 아닌 일체감을 누릴것이다.

 삶은 계란의 묵직한 느낌이 좋다/’生’이라는 죽어가는 희망에 갇힌 곡피 속에서/뭉클뭉클 흔들리던 생이별/덩이진 생계란의 낭창거리던 흔들림이 말소되어버린/체념 된 희망 수표 같아 차라리 편안하다/절망 앞에 고즈넉이 눈을 감은 회한의 얼굴이다/번뇌의 장애를 뛰어넘은 표정이다/병아리가 되지도 못할 굼뜬 결창같이 아리던 것들/이제는 응고되어버린 선택없음의 여유도 좋다/…/이제, 껍질을 벗기자면 균열이 필요하다/…/일상의 각진 모서리에 콕콕 찍어도 좋고/…/부화는 늘 그렇게 어딘가의 균열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던가/눈자위 꺼진 영세의 부화조차도 말이다/…/하늘을 보던 뭉특한 그 눈빛조차 아파와도/한 때는 신비한 생명의 커튼이었을 난각막에 손톱을 밀어넣고  (삶은 계란을 까며/이월란)

 죽음의 미학이란 무엇일까? 예수는 말하길 “생명이란 무엇이뇨, 안개와 같이 피었다가 흩어지고마는 것이 아니더냐.” 하니 생명의 고통과 허무가 이와 같다. 그래서 영생을 이야기한다. 영생이란 무엇이뇨? 불생불멸(不生不滅)한 우주의 근원이다. 모든 중생이 근원적인 덕성을 다 지니고 있다. 생과 사를 초탈하여 스스로 존재한다. 삶은 계란을 통해서 영적인 부활을 증득한 것이다.

 섬뜩,/앉았다가 달아나야 되는 그런 의자를/마음 속에 만들어서는 안 된다
(마음의 의자/손근호, 전문)
 
굳은 의지로 선비의 절개를 지키는 것이 그래서 고귀한 것이다.

4. 자아

 …민물장어는 송어.메기.빠가사리.쏘가리.잡고기.민물장어/잡으러 임진강으로 떠난다./…/이마에 큰 長 자 왜 붙이고 밤낮으로/긴 몸 부유하고 이 세상 헤엄치며 헤매다 사라져/긴 몸 속 민물 다 토해내 꼬리 흔들며 사라졌는가?//긁어도 떨어지지 않는 겨드랑이털에 아침 이슬방울/매달려 신음하는 소리 달리는 마차 수레바퀴/…/긴 꼬리털로 미끄러져 나가는 민물장어 휘어감아/임진강으로 내던진다./…/입 큰 빠가사리 네 쌍 수염 중 두 쌍 뽑혀져/날아와 박혀버린다.//한강 천연기념물 황쏘가리 명품이라고/…/남아있는 빠가사리 두 쌍 수염 매운탕에 빠져/…/황쏘가리 黃 자 이마에 붙이고 임진강에 올라갈 수 있게/자비를 베푸는 흐르는 한강이 있다./…/두 수레바퀴에 감겨 눈물 흘리는 말 두 눈망울에/아침이슬 맺힌 검은 눈썹 사이로 남아 민물 토해내고 헤엄쳐/겨드랑이털 습생(濕生)의 길목에 자라나 떨어져/황쏘가리 휘어 감는다.  (민물장어와 황쏘가리/이순섭)

 데리다의 해체(구성) 전략은 개념을 정의하지 않는다. 도를 도라고 말하면 이미 도가 아니다. 선가에서는 개구즉착(開口卽錯)이라고 한다. 이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개념이나 의식이전의 참자아와 일치하는 전략이다. 파주(把住)와 방행(放行), 부정과 긍정, 살활(殺活)이 자재하다. 연상되어 일어나는 의식을 논리적으로 늘어놓지 아니한다. 논리적이면 사구(死句)가 된다. 선문답에서 활구(活句)는 의식으로 이해할 바가 아니다. 참자아의 작용으로 계합하여야 한다. 이순섭 시인은 자신의 의식 세계를 종횡무진으로 늘어 놓는다.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의식을 읽고 풀어놓는 그것이 진정한 자아이기 때문이다.

200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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