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마을의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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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희창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댓글 0건 조회 1,866회 작성일 2003-02-05 12:16본문
까치마을의 까치
글. 강희창
까치마을에 가까스로 까치 한쌍이 산다
주공3단지 침례교회 첨탑 십자가 밑
나름대로 칼바람 재우고 그늘 주는 명당자리
거기에 아주 은혜가 충만한 까치집 하나 있다
야박한 밀어내기에 버티기로 결의한 다음 날부터
둘의 까탈스러운 미로찾기는 시작 되었다
3단지에서 시작하여 9단지까지 이어지는 꽤 긴 미로
그끝에 이르면 비로소 탄천이 나오고 멀리 숲이 보인다
숲에서 바람이 올때마다 어젠가는 꼭 돌아가리라고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마음 뿐이다
이 터전에서 더 이상 밀려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허접스런 허기에 쓰레기장을 기웃거리고
밤이면 시선을 피해 칼날위의 눕는 노숙이지만
피레침에 가슴 찔리는 이주의 아픔을 알기에
사랑을 아랫목 삼아 둥지 지키며 오롯이 살아간다
고층 아파트보다 훨씬 높은 생경한 사슬의 벽을 넘어
사각정글의 지루한 미로를 너울너울 잘도 날아
희망을 물어 나른다
교대로 꿈을 품는다
까칠한 분당 까치마을에는 아직도 까치가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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