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뜨락 - 아버지의 생신날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조은세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1,189회 작성일 2003-02-27 23:54본문
하필 이렇게 추울 때냐고
어머니의 볼멘 소리
고락의 70년을 한달음에
눈바람 속에 감추어 내리다
구구절절이 유리창을 때리면
아버지의 야윈 뺨에
까칠한 물 우렁이 꿈틀거린다
돌담처럼 켜켜이 쌓아 올려도
한마음이 될 수 없는지
녹아드는 정만큼 말라가는
정도 꼭 그만큼인지
외줄 위 아슬아슬한 풍경소리
한 번도 파열음이 들리지 않는
수더분한 산사 같아라
사정없이 볶아대던 고단한 세월
처마 밑에 매 달아 두고
느긋한 황혼의 뜨락에 울려퍼지는
어머니의 애달픈 타령가가
아버지의 소중한 생명소였음을
몰래 엿보는 즐거움이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