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파일을 실행하시겠습니까?

                                                        이 순 섭

불균형한 왼쪽다리 힘주어 두 손 모아 기지개 펴면
원 속으로 들어오는 입 큰 하품
아무리 쳐다봐도 나오지 않는 사람
나올 시간 기다려 쾅하는 소리에 놀라 밖에 나가보니
아무것도 없다.
바람은 불고 출입문에서 창문까지 통하는 물결 타고
이따금 모기는 주위 맴돈다.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는 심하게 문 닫는 소리라고
손바닥 마주쳐 잡는 모기는 기절을 지나 확인 사살까지
수순 밟아 물기 없는 손으로 일 헤쳐나간 걸 자랑한다.
아침 마다 열어보는 화면에 나타난 파일 실행 유도의 목적물
손가락 다가가기 두려워 언제나 취소를 누른다.
엄마 가슴 멀리한 아이의 볼그레한 얼굴빛처럼 다가온
저녁놀은 누구의 꼬리도 잡지 않은 채 퍼져만 간다.
뒤에서 점점 다가온 앞에서 밀면 밀려가는 끝은
파인 열기 보안이다.
매일매일 보안 점검자는 시간외 근무 시간에 맞추어
일찍 퇴실해도 퇴실 시간을 적는다.
책상 잠그고 나와도 혹시나 열어 놓지나 않는 걱정은
수시로 찾아와 태산을 이루고 잊을 시간에 따라
잊혀진 자국은 다음 날 출근과 함께 사라진다.
인사기록카드 빼곡히 쌓여 숨쉬는 파일 케비넷
실행의 덜미 멀리하고 열려있는 채로 떠오른 달과도 같은
명함판 사진 크기를 자랑한다.
성욕 때맞추어 넘쳐 빼돌린 그저 아는 여성 사진 감추고
찾아들은 화장실은 인산인해의 광장에 분수 품어 올려
실행의 아픔을 전해온다.
얼마나 그리웠으면 타인 사진 품에 안고
인사기록봉투 열고 파일을 또 열었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