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寄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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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종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643회 작성일 2004-01-31 11:14본문
어머니의 물속에서 나온 첫날부터 나, 벌레처럼 기어가며 살았다 세상의 몸에 바짝 달라붙어 목마른 나에게 누군가 헌혈해 달라고 졸라댔다 심지어 흐르는 한 모금의 물에게도 떠다니는 한 호흡의 공기에게도 기대어 살아왔다 아무 일 하지 않고 나, 백수처럼 절벽의 한모퉁이에 덧붙어 살아온 소나무였다 전날에 만난 어느 한 여인에게도 나는 기생충이었다 잔치집이나 술자리에서 흥을 돕는 풍류의 계집인 기생(妓生)이었다 하룻밤 잠자리를 요구하면 옷을 벗고 들어누운 이불 아래 침대였다 밤새도록 부리로 진액 다 빨아 먹고 뼈만 남으면 슬쩍 다른 꽃을 찾아가는 한 마리의 새였다 잠에서 깨어나니 사지가 못에 박힌 한 마리 벌레가 되어 있었다 영원히 꿈에 박제되어 나, 너희들의 눈에 붙박혀 기생(妓生)으로 살았다 썩지 말라고 본디 왔던 물속으로 들어가 숨 죽이고 기생(寄生)처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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