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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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종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707회 작성일 2004-09-23 10:52본문
아무도 들여다 보지 못하게
자물쇠로 굳게 채워놓고
굵은 못까지 박아놓은
오래된 문갑의 서랍을 열어본다
유랑과 분단의 역사를 그대로 닮아
나의 손길에 닿기까지
여기 저기 부딪혀 모서리 나가고 긁혀
한(恨) 맺힌 것 얼마나 많을까
비록 지금은 먼지 가득하지만
저 서랍속에 누군가 간직한 사연은
고스란히 나의 몫으로 남겨져
아직도 따스한 숨결을 느낄 수 있으니
천팔백 몇 년에 너희 할아버지가
강직한 성품을 굽히지 않아
먼 섬으로 유배되어 가셨다는 이야기하며
천구백 몇 년에 너희 아버지가
삶에 쫓겨 만주로 떠돌아다녔다는 것과
너희 형이 같은 핏줄끼리 싸우는
전쟁통에 군인이 되어
몇 년 동안 소식 한 장 없었다고도
너희 누이는 더러운 짐승에게
순결을 잃어 부끄러움에
치마 뒤집어 쓰고 천길 우물 속으로
뛰어들었다는 것들까지
그리고 너희 마음 여린 동생은
감옥 속에서 자유의 새를 부러워했다는
편지가 가득 들어있었다고 하는
저 오래된 문갑의 서랍속에
아직도 꿈틀거리며 살아 숨쉬는
내 핏줄의 유전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자물쇠로 굳게 채워놓고
굵은 못까지 박아놓은
오래된 문갑의 서랍을 열어본다
유랑과 분단의 역사를 그대로 닮아
나의 손길에 닿기까지
여기 저기 부딪혀 모서리 나가고 긁혀
한(恨) 맺힌 것 얼마나 많을까
비록 지금은 먼지 가득하지만
저 서랍속에 누군가 간직한 사연은
고스란히 나의 몫으로 남겨져
아직도 따스한 숨결을 느낄 수 있으니
천팔백 몇 년에 너희 할아버지가
강직한 성품을 굽히지 않아
먼 섬으로 유배되어 가셨다는 이야기하며
천구백 몇 년에 너희 아버지가
삶에 쫓겨 만주로 떠돌아다녔다는 것과
너희 형이 같은 핏줄끼리 싸우는
전쟁통에 군인이 되어
몇 년 동안 소식 한 장 없었다고도
너희 누이는 더러운 짐승에게
순결을 잃어 부끄러움에
치마 뒤집어 쓰고 천길 우물 속으로
뛰어들었다는 것들까지
그리고 너희 마음 여린 동생은
감옥 속에서 자유의 새를 부러워했다는
편지가 가득 들어있었다고 하는
저 오래된 문갑의 서랍속에
아직도 꿈틀거리며 살아 숨쉬는
내 핏줄의 유전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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