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한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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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이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556회 작성일 2003-02-07 22:06본문
한 마리 아비 새의 가슴을 열어
속을 파내다
기억나지 않는 내장
그 날, 숨 놓은 새에게
칼을 들고서 흰 가운은 했노라
얼마나 울었을까
날개 끝의 힘을 조금이라도 써보려던
그의 허무와
그 길이 다시는 못 돌아올 하늘이란 것을.
숨 놓은 새에게로 살아있는 새들이 다가가
소곤소곤 모의하는 모습, 어찌 잊으랴
그 날, 새는 두 번 죽기로 했다.
새는 침묵했다.
아기 나도 침묵했다.
눈보라치던 새벽 날도 침묵했다.
그 날,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하고,
속의 내장이 오열하듯 드러났을 것이다.
속세를 떠나지 않는 새들의 한껏 욕심뿐이었다.
그 날, 새는 흰 가운을 보고 두 번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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