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바스락거림
-박종영
다람쥐가 굴참나무 밑동에
도토리를 숨긴다
날 잡아 겨울 식량을 저장하는가 보다
산을 오르다 보니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
다람쥐의 갈증으로 주고 싶지만 가까이 가니
하던일 멈추고 잽싸게 덤불속으로 숨는다
사람의 욕심으로 다가가니
눈치를 챈 것이리라
믿음이 없은 생명의 이질을 탓하며 오르는
발걸음 뒤에서 낙엽이 귀찮게 잡아당긴다
아무래도 동행의 의미로 보채는 당김일까
헉헉대며 정상에 올라 살피니
산은 불평없이 수많은 발길 고스란히 받아내며
떠나지 못한 슬픔으로 바스락거린다
마음 한켠 아픔을 누르고 선 자리
푸른 숲이 날 보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산을 그리워하라 한다
만삭의 가을 산에서만 차지하는 즐거움이다
설악산/photo by sumeru 사진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