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질량
-박종영
은행나무 가로수 잎이 수북하다
가만히 밟으니 울림이 그윽한걸 보면
분명 노란색 웃음끼려니 하여
방금 떨어져 맨 위에 얹혀 있는
잎의 아픔이 춥다
아픔을 인내하며 먼저 깔린 잎의 근황은 어떨까?
조금은 더 익숙한 얼굴에
빙긋한 웃음을 띠고 있을 것인가
녹슨 겨울바람의 냉혹함이 스며들지 못하므로
온기 가득하여 단잠에 빠져 있을 것이다
이쯤 찬바람이 돌아칠 때마다
겹겹이 엎어지는 노란색의 층계가
층층이 설움이다
밟고 있는 발을 떼고 보았다
눌림의 자국이 역력하면서
가는 뼈의 바스락거림이 애잔하고
대리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온다
그러기에,
저 보이지 않은 잎의 마음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그 치유를 솔선하는
슬기로운 마음을 위해서라도
내일부터는 무거운 신발을 벗고
발가벗은 맨발로 함께 추워지고 싶은 것이다
영상/작은새 사진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