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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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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o_profile 신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1,740회 작성일 2007-02-2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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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청계천의 밤풍경
신외숙

밤 열 시가 넘어 종로 거리를 걸었다.
인도(人道)에 노점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떡뽁이에 순대 튀김, 김밥 부침개 등. 액세서리와 여성용 신발까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청계천 쪽을 보니 불 밝힌 상가가 현란했다. 대부분 고급 음식점이었다. 가끔씩 편의점이 눈에 띄이고 노래방 간판도 보였다. 발걸음을 옮기니 휘황한 불빛과 함께 음식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것도 고기 굽는 냄새가.

청계천으로 걸어가는데 젊은이들이 떼를 지어 걷는 모습이 보였다. 종로는 20-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젊은이들 차지다. 80만 실업인구를 비웃듯 젊은이들은 돈을 물쓰듯 펑펑 써대고 있었다. 20-30년 전만 해도 군사독재 타도를 외치던 종로거리가 이제는 완전히 풍요의 분위기로 흥청댔다. 종로 1가 보신각종. YMCA와 그 옆 골목에 위치하던 무랑루즈 밤업소. 그 뒤로 즐비하던 대입시 학원들. (내 소설 '회상'에도 나오는 대목이다)
그 유명하던 화신백화점이 사라지고 국세청 건물이 들어섰다. 밀레니움 빌딩이다. (중편 '핸드폰'에 나온다)

청계천 물줄기를 바라보았다. 생각과는 달리 청계천에는 밝은 불빛은 없었다. 어두운 서울 밤공기를 껴안고 산보하는 젊은 연인들이 보였다. 그들은 젊음과 팔짱끼고 물줄기를 바라보며 걸었다. 청계천 물줄기 한가운데 징검다리가 보였다. 그 징검다리에 초록색 불빛이 점등됐다. 주변의 우뚝 솟은 빌딩은 강을 내려다보며 인공자연을 즐기고 있다.

빌딩마다 불빛을 내뿜으며 도심은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 청계천 개울물은 전태일의 한을 알고 있을까. 짐승처럼 일하는 동료의 고통을 알리고 싶어 분신자살한 한 젊은 영혼의 한을. 노동 현장의 아픈 한을 어떻게든 알리고 싶어했던 그 짧았던 젊은이의 삶의 고통을. 청계천은 사람들의 자연향수를 달래고 도심속의 각박함과 허전함을 위로해주고 있다.

청계천은 한때 의류도매 시장의 대표격인 평화시장으로 더 유명했다. 내 단편 '쓴뿌리'의 남자 주인공 상식이 일하던 곳이기도 하다. 못 배운 이들이 한서린 눈물이 지금은 중국바람의 역풍으로 몰아치고 있다. 세상이 변해도 의류물가가 제자리인 것이 다 거기에 원인이 있다. 20여 년 전, 나는 그 청계천 거리를 걸으며 나의 소설을 꿈꾸었다. 버스 안에서 눈발 날리는 청계천 거리를 바라보며 20년 후의 소설가가 된 내 모습을 보았다. 그땐 내 인생의 지상목표가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나의 꿈에 관한 한 절대로 긍정적이었다. 한번도 내 꿈을 의심해 보지 않았다. 제 아무리 악인들이 내 주위에서 떠들어대도 마찬가지였다. 소설가만 된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때는 지금 같은 인터넷 세상이 오리라곤 꿈도 꾸지 못했다. 종이책 대신 전자책이란 게 나오리라곤 더더구나 생각지 못했다. 더구나 아스팔트로 덮여진 청계천이 복개돼 강물이 흐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또 오늘날처럼 독서인구가 떨어지고 내게 원고청탁이 쇄도 하리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당시 나는 한푼이라도 더 싸게 사기 위해서 평화시장을 찾아갔고 상인들의 삶을 엿보면서 언젠가는 내 소설에 써먹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무력감에 빠질수록 자존감이 땅끝으로 추락해 정신 못 차릴 만큼 혼란스러워도 나는 내 꿈을 잊지 않았다. 버스가 청계천을 돌아 미아리 길음시장에 이르면 나는 현실감각을 잊은 채 마음이 동심으로 돌아갔다.

현실도피.
나는 거기에서 보헤미안의 꿈을 꾸었고 죽지 않기 위해 내 꿈을 붙들었다.
넌 언젠가 소설가가 될 거야. 언젠가는…….
나의 발걸음은 가난했지만 내 꿈은 화려했다. 모두가 내 꿈을 짓밟았지만 성령님은 나를 도와주었다. 청계천은 인공자연의 소산물이다. 그 인공자연이 사람들의 의식을 달래주고 있다. 물, 바람, 인공폭포 빌딩과 함께.

제작년에는 소설가들끼리 청계천을 찾아 독자들에게 책을 사볼 것을 권유한 적이 있었다. 안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 나는 아픈 무릎을 무릅쓰고 돌아다니다 우울증이 재발하는 줄 알았다. 다리 난간을 붙잡고 서서 급하게 흐르는 청계천 물줄기를 보았다. 예술이라는 행사가 펼쳐지는 청계천 물가는 감성이 함께 자리매김 하고 있었다.

도심속의 자연을 바라보면서 물속에 발을 담그고 싶은데 그러지를 못했다. 무릎이 아팠다.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기가 겁이 났다. 빌딩 속의 자연을 나는 눈으로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쇠퇴해버린 감성을 나이 탓으로 돌리며.

작년 크리스마스 전날은 청계천에 사람들이 새까맣게 모여들었다. 불꽃 축제가 벌어지고 도시의 야경을 즐기느라 모두 즐거운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세태는 자꾸 변해가고 나는 순간순간을 글중독에 매여 살아가는 신세가 되었다. 옛날에는 이렇게 되기를 얼마나 소원했던가. 매일 죽음을 목전에 둔 심정으로 글을 쓰며 살아간다. 나는 질병의 조짐이 보여도 병원도 안 가고 '죽으면 죽으리라' 버틴다고 하자 '교우(敎友) 중 하나가 말했다. 그래도 대박은 터뜨리고 나서 죽으라' 그 말을 듣고 웃어 넘기고 말았다.

어제 시청 앞에서 버스를 내려 청계천이 시작되는 물가로 걸어 갈 때였다. 30년 전 서점가를 태풍처럼 몰아쳤던 베스트 셀러 작가를 만났다. 그는 나의 은사이기도 했다.

"선생님 어딜 가세요?"

"응 저기…… 저잣거리가 열린다고 해서."

손짓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신문사였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저잣거리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한때 베스트셀러 작가였고 그 작품이 영화화되어 영화가를 주름잡았던 작가들도 이제는 더 이상 세태를 한탄하지 않는다. 인터넷 바다에 풍덩 빠져버린 독자들을 향해 더 이상 할말이 없다.

이젠 너무 지쳤기 때문이다. 서울의 명소로 변해버린 청계천 밤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청계천으로 인해 감성이 회복된 독자들이 언젠가는 소설을 찾아 읽어주지 않을까.

댓글목록

천 윤우님의 댓글

no_profile 천 윤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놀이문화에 심취된 젊은 생들이 불나방처럼 질주하는 인터넷 바다!
피곤에 지친 뇌리 저편에 마음의 고향같은 향수의 글마당이 있는것을... 명절이면 타향살이 젊음이 고향을 찾듯, 마음과 몸 병들어 다둑여 줄 따뜻한 곳. 요람같고 선산같은 아늑한 품인 글마당을 찾을 날 곧 있겠지요. 작가님 글 감사합니다. 자주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전합니다. 건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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