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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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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엄윤성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1,286회 작성일 2003-02-27 14:45

본문


세상이 놀랄 정도로 큰일이 벌어졌어도
우리는 여전히 할 일이 없다.
동그란 지구의 곳곳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다투어 보도를 하고
엄청난 인재 앞에 보는 이마다 오열하고, 눈살을 모았지만
그러나 우리는 그 앞에서도 여전히 할 일이 없는 것이다.

봉쇄에 길들여진 영혼들
불러 외칠수록 조여오는 억압들에의 무력감으로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누구 하나 말도 못하고
들었어도 무시된 진실들, 진실들...
우리는 이런 작태 앞에서
머리 숙이는 일만이 고작이었던 것이다.

떠들면서도 안도하는 사람들
발을 동동 구르며 주저앉는 사람들
도망가는 자
목숨 거는 사람들...
그들을 보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할 일이 없었다.

다 끝나고 흘리는 눈물이 얼마나 힘이 될까
몇 푼 걷어 나눠준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돌아올까
우리는 언제나 할 일이 없다.
그저 지켜보는 일밖에
침묵으로 결과들을 평가할 뿐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할 일들이 없는 것이다...


-대구 참사에서 희생당한 고인들과 그 유가족, 관계인들을 추도, 위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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