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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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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의양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댓글 0건 조회 1,076회 작성일 2003-12-06 08:09

본문

갈대의 미소



하늘을 가르며 날았던 유성의 번뜩임, 어둠을 헤집던 하얀 나신,

흔들리던 연약한 갈대는 고독의 장검을 뽑아 목을 쳐 내려오고

한 줌의 바람에 여명을 떨군 낙엽은 천둥소리를 내며 귓전을 두드린다.


용광로 속에서 쇳물이 끓어오르는 듯한 그녀의 열정,

드러낸 가슴은 대리석처럼 섬세한 빛을 띄우고,

굴곡의 예술처럼 흘러내린 허리곡선은 백만대군의 진격이었다.


가을밤의 정사,


사랑의 수명은 천년이라도,

외로움의 수명은 끝이 없다.

목마른 물고기는 입을 벌린 채 소나기를 그리워하며 죽어간다.


서로의 생명을 거친 숨결로 끌어내어 서로의 가슴을 채우고,

그녀의 원한은 나였고, 나의 원한은 그녀인 듯 서로의 나신을 휘감는다.

휘영청 뜬 달은 영원한 관중이며, 공정한 심판자인가......


고독을 쫓는 자는 철학이 있지만, 고독에 쫓기는 자는 철학이 없다.

떨어진 고독의 긴급수배를 피하여 바닷가로 내 몰린 남녀,

공범이라는 자격 하나만으로 찾아든 가을밤의 모텔.


파도는 왜 그렇듯 끊임없이 밀려오는가, 미끄러지는 백사장으로,

내일이면 갈대의 미소로 떠나야 하는 여인이다.

그녀는 왜 파도처럼 자꾸 밀려올까, 바다는 고독의 용솟음일까,


꺾어지지 않는 갈대, 세찬 바람에도 울기만 해야 하는 갈대,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어요.”

가슴을 파고든 그녀는 눈물을 반짝이며 말했다.


중년은 지쳐버린 인생의 도망자다. 습기 찬 그늘을 더듬는 파충류다.

무너지는 가슴을 누구에게 던지며, 윤리의 체포영장을 받아야 한다.

지엄한 판사의 심문보다는 벌판에 쏟아지는 소낙비 소리가 그립다.


누가 갈대의 몸부림을 불륜이라고 낙인찍었는가,

고독의 바닷가로 밀려드는 파도를 누가 범죄라고 일컬었는가,

도망자의 발걸음과 고독의 숨결을 누가 손가락질하여 질타하는가,


꺾어지고 싶은 갈대,

더 이상 바람에 시달리기 싫은 갈대,

내일이면 갈대는 떠난다. 하룻밤의 꺾임으로 미소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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