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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품으로 쌓이는 문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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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의양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 댓글 0건 조회 1,190회 작성일 2003-12-1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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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품으로 쌓이는 문학인



어제는 신인작가의 시상식이었다. 조그만 사무실에 열명쯤의 신인들과 다른 문학 장르로 재등단하는 작가가 모였다. 시상자 중에서 내가 나이가 제일 많았던지 손근호 시사랑협회회장은 술잔을 들며 나를 보고 먼저 건배를 시작하자고 소리쳤다.


사십대가 주축을 이룬 시사랑문인협회는 386세대도 아닌 486세대다. 그만큼 속도가 빠르고 옵션도 많은 진보적인 세대로 느껴진다. 손회장은 자신의 재산을 털어가면서 시사문단을 운영하고 있다. 돈이 안 되는 사업을 이끌어가며 많은 문인들을 배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석에서 나에게 손가락질 하며 “문학은 자기만족이에요. 돈이 안 된다니깐”하고는 짓궂은 표정으로 큭큭 웃었다.


박력 있고 저돌적으로 보이는 손회장에 비교하면 내가 사부님이라고 일컫는 강태민시인은 무척 섬세하고 예리하게 보였다. 그의 시를 보면 여성적인 섬세함과 현실을 넘어서려는 애틋한 열정이 돋보인다. 나는 강시인에게 얼토당토하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무협지는 문학성이 없는 것인가요?”

평소에 품고 있던 의문이었다. 문학이란 더럽고 추잡한 현실이라도 고귀한 경지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나만의 생각 때문에 던진 말이었다. 항상 고고한 자리에서 가난하게 사는 문학현실에 대한 반감이기도 했다. 그는 웃으며 “흥미위주인데, 글쎄요......”하고 대답했다. 불쑥 던진 질문에 당황한 것 같았다.


“007첩보영화를 보면 섹시한 여자가 옷을 벗고 몸을 비비꼬는 장면이 잘나오는데, 섹시한 그 여자의 몸에 살벌한 총알이 겹쳐서 나오는 장면을 보면 색다른 맛이 나잖아요. 섹시한 여자와 살벌한 총알이 잘 어울린단 말이에요.”하고 말을 던지자 주변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대중을 파고드는 철학이 아니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무지한 자들 틈으로 섞이지 않는 지혜는 뜬구름이다. 사명감으로 나서는 대중을 위한 문학은 눈치문학이 아니다. 길거리에서 파는 하찮은 물건도 대중의 지갑을 덥석덥석 열게 하는데, 고뇌를 다듬어 내 놓는 상품은 언제까지나 팔리지 않는 물건으로 외면당해야 하는가, 문학인들끼리만 가지고 노는 화두라면 대중과 문학은 별개의 세계가 아닌가,


나의 의문은 계속되었다. 예수의 말이 대중적이 아니라면, 석가모니의 설법이 무식한 중생의 심금을 울리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그 명맥은 이미 끊어졌을 것이다. 문학은 예쁜 꽃에서만 탄생되지 않는다. 거리에 구르는 말똥과 소똥에서도 마구 태어날 수 있다. 수도승의 깨달음만이 화두가 아니다. 술 취한 자의 중얼거림도 화두다.


사방천지가 모두 문학이다. 최고의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 또한 넓은 아파트에 사는 중산층의 고독감부터 길거리에서 손님을 부르는 늙은이의 외침까지 모두가 삶을 말한다. 맛있는 음식물을 넣는 입에서부터 위장과 소장, 대장을 거쳐서 변기에 똑 떨어지는 똥까지도 모두가 삶이고 문학이다. 어찌 맨 위에 달린 머리만 인간의 신체라 할 수 있겠는가, 어찌 대중을 모르는 혼자만의 깨달음을 진정한 깨달음이라 할 수 있는가,


문학은 인간의 모든 것을 어루만져야 한다. 희로애락을 섬세하게 더듬으며 그 내면을 드러내어 다시 대중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상기시켜야 한다. 어떻게 보면 문학은 성자의 메시지라고 볼 수도 있다. 불투명한 눈앞을 밝히는 횃불이다. 이것이 문학에 대한 내 생각이었던 것이다.


더 이상 문학서적은 창고에 쌓인 재고품이 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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