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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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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명렬 이름으로 검색 댓글 0건 조회 2,761회 작성일 2003-01-30 04:54

본문

*** 눈 2




차가운 이성이 더욱 날카롭게 되는 겨울이
몹시나도 좋던 나에게 하나의 틈은
눈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따사로움을 가득 가득 겨울로 내리는
눈은 흠모하는 겨울의 한(大) 틈이기만 했다.
눈은 내 눈과 내 모든 소리들과 어렵게 모듬어놓은
'이것이야.'하는 정의들을 그 무게로 사정없이
눌러놓곤 하였으니까
눈이 오는 날은 그렇게 피했으면 하는 계절이었다.

그렇게 홀로 세상을 외롭게 버티어오던 나에게
그대는 사정없이 짓누르며 말을 하였다.
'무릎 꿇어라.'
라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과거의 한 어리석음들을
품어 안고 당신의 그 눈앞에 무릎 꿇고 그대의
사랑을 맞이한다.
눈이 내리므로
당신이 내리고 있음으로
그대를 몹시도 더 생각하게되는 하루를 맞이한다.

그 쌓이는 눈 위를 걸으며
애써 흔적 하나 남아 있지 않은
온전한 눈위를 찾아
나의 발자국을 남길때마다 들려오는
뽀드득 거리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보며
그 따라옴을 따라서
깨어나 있는 사랑에게 밝은 미소 보인다.
나도 간혹 이렇게 無心의 미소를 띄울 수 있는
이 눈이 이제는 내 마음 깊은곳에서도
'마냥 좋다.' 이렇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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