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등단작가이시면 빈여백 동인이 가능 합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고인 할 필요 없습니다.

복수

페이지 정보

작성자 : no_profile 신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2,062회 작성일 2007-03-19 10:21

본문

(단편) 복수
신 외숙

드디어 그 인간이 암(癌)에 걸렸다.
오호! 쾌재라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세상에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동안 그 인간이 암에 걸리기를 얼마나 학수고대했던가. 만일 그가 암에 걸리지 않았다면 나는 신(神)의 존재를 부인했을지도 모른다. 바라고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자 길거리에 뛰쳐나가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좀더 자세한 소식을 듣기 위해 핸드폰 뚜껑을 열고 여기저기 번호를 눌러 확인을 거듭했다. 틀림없이 암이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가장 살기 힘들다는 췌장암. 2기인지 3기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암튼 암인 것만은 확실했다. 나는 그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죽을 지경이었다. 감정을 자제하느라 억지로 마음에 없는 소리를 했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암도 고치기 쉽대, 본인의 의지에 따라 완치도 가능하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악인이 암에 걸렸다는 소리는 처음 듣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종교가 권선징악을 가르치고 사필귀정을 진리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의인의 핍박과 악인의 형통이 바로 그것이다. 현실 삶 속에서 그것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혹자는 말할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악인과 선인의 구분은 무엇인가.
그것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건 악인은 남에게 해코지를 한다는 점이다. 해코지하는 데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또 혹자는 물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악이 바로 그 이유이다.

한때 묻지마 관광이 유행이더니 화성 어딘가에서 묻지마 살인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이유도 없고 특별한 대상도 없이 무작위로 행해진 살해의 결과치곤 너무 기막혔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살인도 있다. 사회적 제도에 불만을 품은 사상불온자가 음료수병에 독극물을 놓아 무작위로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살인 앞에 세상은 잠시 떠들썩했다가 이내 잠잠해진다. 죽은 사람만 재수없다는 표현을 써가며 이내 기억속에서 지워버리고 만다. 대형 사기사건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사기친 놈이나 당한놈이나 똑같다는 표현으로 하나로 몰아붙인다.

그러나 사기(詐欺)도 사기 나름이다. 일평생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겨우 아파트 하나 마련해 놓았는데 시공업자가 부도를 내고 날아버렸다면 어떻겠는가. 아마 팔짝 뛰고 뒤집어질 것이다. 그런 사람이 울고 앉아 있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당장은 가해자를 욕하고 비난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은? 짜증을 내며 말할 것이다. 그러게 잘 알아보고 하지 그랬어? 하며 피해자에게 면박을 줄지도 모른다. 세상은 그런 것이다.

조금 큰 사기 사건에 휘말렸다 치자. 그때 반응은 더욱 달라질 것이다. 똑같으니까 당하지 왜 당해? 더 나아가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리고 만다. 가해자는 어디로 가 버렸는지 비난이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것이다.

개인의 원한 또한 마찬가지다. 누군가 상처받고 울고 있으면 사람들은 그 자체에 짜증을 내고 분노를 터뜨린다. 상처로 짓이겨진 가슴에 또다시 불을 끼얹고 재를 뿌리고 마는 것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화난 데 고춧가루 뿌리는 격이다. 피해자에게 위로는커녕 오히려 가해자를 용서하라고 가르친다. 가해자에 대한 비난이나 경고의 메시지조차 없으면서.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여고를 갓 졸업하고 들어간 직장에서 상사에게 성폭행 당한 후 정신병이 발발한 여자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꾸준한 입원치료에도 완치가 되지 않아 돌발적으로 상황이 재현되곤 하는데 그로 인한 상처 이야기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을만큼 참혹하다.

직장생활을 하다가도 정신병이 발발하면 내쫓기고 무수한 폭행과 억압에 시달린다. 대부분의 정신병자들은 가족들에게도 외면당하고 격리된 채 살아가는데 사실은 그들만큼 온순하고 착한 성품의 소유자도 드물다고 한다.

마음이 너무 여리다 보니까 상처가 들어오면 그것을 감당 못해 정신이 정상궤도를 이탈, 정신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가해자는 일말의 가책도 없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피해자는 일평생 상처와 어둠에 묶여 고통 가운데 살아간다.

이보다 더한 영적 불합리가 또 있을까. 마루타라는 실화 소설에서 보면 인간을 생체 실험함으로 온갖 악을 행한 일본 의사들은 장수와 부요를 누리다 죽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행한 악의 결과치고는 너무나 모순되고 불합리하다. 이것은 영적 원리를 벗어난,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권선징악 사필귀정과도 맞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것을 두고 신(神)의 존재 여부를 따지기도 한다. 악인의 형통과 의인의 고통도 마찬가지다. 착한 사람들은 상처를 받아도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 못하고 끙끙 앓다가 암병에 걸려 죽고 악인은 남에게 상처주고 스트레스 해소하면서 건강과 장수의 복을 누린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사람들은 자기는 용서 못하면서 남에게는 용서와 관용을 베풀라고 쉽게 말한다. 과거를 잊어버리고 미래를 향해 나가라고 가르치기까지 한다. 그러다 정작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하면 이성을 잃고 날뛰면서.

정신도 견딜 수 있는 함량이 있다. 너무 큰 충격이 들어오면 정신은 정상궤도를 이탈하고 만다. 마음에 상처가 침입하면 분노가 발생하고 악이 어떠한 형태로든 끼어 든다. 나중에는 원한이 되어 생각과 행동을 조종하려 든다. 또 그것이 거듭되다 보면 피해의식으로 인한 노이로제까지 발생한다.

그러한 마음의 감옥은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차단하고 고립에 처하게 한다. 일단 상처에 감염된 마음은 재발방지를 위해 방어체계를 구축하는데 그 중 하나가 상대를 먼저 공격하고 상처 입히는 것이다.

또다른 경우는 모든 상처를 혼자서 끌어안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이다. 이 경우는 대부분 심약한 사람들에게 해당한다. 이 모든 원인을 따져 볼 때 이유는 딱 한가지다. 인간 본성 자체가 악하기 때문이다.

악(惡). 그것은 인류가 태동하면서부터 생겨난 원죄이다. 악은 항상 인간의 뇌속에 숨어서 마음을 충동질하는 것이다. 가령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강간범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여자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가해자의 인권 옹호를 주장하면서 사형 폐지론을 거론한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의 인권은?

사람들은 악인의 본성은 숨겨둔 채 악인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 식으로 악인을 편든다면 악은 극대화되고 피해자는 발 디딜 땅이 없어질 것이다. 강간범에게 몸과 마음이 망가진 여자가 있다고 치자. 사람들은 강간범 대신 여자를 비난하고 정죄한다.

가정과 사회에서 따돌리고 오히려 상처를 가중시킨다. 여자는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당하다 정신병에 걸리고 여자의 인생을 망가뜨린 강간범은 활개치고 대로를 활보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다.

그것이 현실적 상황이다. 사람들은 결코 피해자를 편들지 않는다. 가해자를 편들고 피해자를 더 욕보인다. 겉으로는 피해자를 안 됐다고 말하고 가해자를 죽일놈이라고 욕해도 속마음은 별다르지 않는 것이다.

가해자를 응징하자는 소리도 결국엔 용두사미가 되어 사라진다. 피해자인 약자를 짓밟고 가해자를 편듦으로써 인간 본성의 악을 드러내고 만다. 만일 피해자가 억울함을 하소연할라치면 피해의식 아니냐고 되레 책임을 떠넘기고 만다. 세상은 온통 가해자의 소리만 들린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가해자는 그것을 자신이 피해자가 되어서 의식한다는 사실이다. 가해자가 도리어 피해자인 양 착각하다니 정말 세상은 모순 덩어리다. 남에게 피해주고 해코지한 인간이 피해망상에 시달리다니…… 이런 해괴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참 개떡 같은 세상이다. 세상에 인간만큼 징그러운 존재가 또 있을까.

TV를 보아도 인터넷 뉴스 창을 보아도 세상은 온통 악인들 천지다. 연예인 사이트에 악성 댓글을 달아놓아 죽음으로 내몬 인간들은 한점의 가책도 없이 악마의 대리인 역할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

악마의 지시를 따라 사람들을 파멸로 내몰고 있다. 사람 마음을 상대로 장난치다 마침내 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한점 부끄러움도 없이 여전히 악마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상은 그런 놈들을 향해 복수를 해주어야 한다. 각종 법적 제도를 만들어 극형에 처해야 하고 본보기를 보여 악을 근절해야 한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사형폐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대한다. 혹자는 또 말한다. 파렴치범을 극형에 처한다고 범죄가 줄어든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묻고 싶다. 그렇다면 사형제도를 폐지하면 그땐 범죄가 줄어든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악을 부추기는 결과만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또다른 혹자는 말할 것이다.
성경에도 나와 있지 않은가.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 그렇다면 나는 말할 곳이다. 너도 한 열 번쯤 당하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해라.

아무리 현대의학이 발달했다해도 암(癌)은 사망 원인 1-2위를 다투는 치명적인 병이다. 초기일 경우에는 완치율이 높다하지만 그것도 나름이다. 암은 초기라 해도 엄청난 후유증이 예상되고 수술 후에도 암보다 더 무서운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기다리고 있다. 약도 최소 5년간 먹어야 한다. 치료과정 중, 호르몬에 이상이 발생할 수도 있고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하는 등 경제적인 손실 또한 만만치 않다.

급성일 경우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이승과 하직해야 한다. 나는 순간 아차! 하고 후회했다. 급성인지 초기인지 물어보지 않는 게 실수였다. 급한 나머지 암인지 아닌지 확인하느라 바빠 그만 놓쳐버리고 만 것이다.

창 밖을 보니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아예 눈이 덩어리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아름다운 자연의 경광에 나는 눈물이 나려고 했다. 온통 캄캄하게만 보이던 세상이 이토록 아름답다니…… 눈은 천사의 너울을 쓰고 내 마음에 내려앉았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절대자에게 감사했다.

신(神)은 위대하다.
신은 절대 선하고 공평한 존재다. 결코 악인을 좌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神)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나마 세상이 유지되는 것도 다 그러한 신(神)의 은총 덕분이다. 나는 처음으로 살아있는 신(神)께 감사했다. 그리고 거리를 걸으며 전철 안에서도 직장에서도 심지어 화장실 안에서도 나는 낄낄대고 웃었다.

통쾌, 쾌감 만족 백퍼센트였다.

그가 암에 걸려 마땅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그는 악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그 인간 하나로 해서 나는 지난 십 년이란 세월을 잃어버렸다. 그는 단짝 친구인 혜정이를 내게서 빼앗아 갔다. 그것도 자기 아내라는 이름으로. 나와의 결혼을 앞둔 일 주일 전에. 혼수용품이 신혼살림을 차릴 아파트에 다 당도하고 함까지 준비된 상태에서였다. 일가친척 동네 사람들까지 청첩장을 돌린 것은 물론이다.

웨딩드레스를 맞추었는데 그가 난색을 표해서 느낌이 좀 이상하긴 했다.

"한번 입고 말 것인데 비싼 돈 들여서 할 필요 있나?"

"그래도 일평생 한번 입을 건데, 이왕이면 화려하고 좋은 걸로 하면 좋잖아."

그때 옆에 있던 혜정이도 말했다.

"그럼요. 한번 입고 고이 모셔놨다가 딸한테 물려주면 좋잖아요."

그때 그의 눈빛이 혜정이를 향하는데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철렁했었다. 웨딩드레스 값만 해도 삼백만 원이 넘었다. 뿐이랴, 장롱이며 침대며 이불이며 주방도구까지 기천만 원은 그대로 날아갔다. 주변사람들에게 당한 개망신이야 더 말하면 무엇하랴. 파혼 당한 내 꼴을 보고 가족은 화병이 나 쓰러졌고 동네 망신이라며 나보고 차라리 나가서 죽으라고 했다.

세상에 파혼 당한 것도 억울한데 나보고 나가서 죽으라니…… 나는 그 사실 때문에 그보다 가족이 더 미운 적도 많았다. 버림받고 상처 입은 것도 모자라 나는 가족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저것 때문에 남사스러워 숨을 쉬고 살 수가 없구나."

어머니는 툭하면 머리를 싸매고 자리에 누웠다. 친척들은 무슨 호재라도 만난 듯 보기만 하면 파혼 사유를 캐묻기 바빴고 그 화는 고스란히 내게로 돌아왔다.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그때 내가 느낀 건 사람들은 남의 불행을 보고 즐기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남의 불행을 들여다보고 난 참 다행이구나 하고 안도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유명 연예인이 이혼을 하거나 자살을 했을 때 그것을 가십거리로 만들거나 호재로 떠올린다. 가족이라 해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때에 따라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남동생은 약혼녀에게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나에게 눈을 흘겼다. 한마디로 집안망신이라는 것이었다. 갑자기 애물단지로 변해버린 나는 그를 향해 분노를 끓이는 방법 외에는 아무 할 일이 없었다. 처음에는 파혼 이유를 아무도 알지 못했다. 갑자기 파혼 통지를 받은 것이다.

"아무래도 이 결혼 없었던 걸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내게 단 일언반구도 없이 곧바로 가족에게 파혼을 알렸다.

"파혼이라니? 지금 그게 무슨 소린가?"

가족은 너무 황당해 뒤로 나자빠질 지경이었다. 나는 꿈을 꾸는 듯 도무지 그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무슨 TV의 드라마 대사를 듣는 것 같았다.

"경호씨 그게 무슨 소리야 파혼이라니, 지금 파혼이라고 했어?"

그는 얼굴을 벽을 향한 채 말했다.

"이유는 간단해 네가 싫어졌기 때문이야."

그는 아예 나라는 인간은 쳐다도 보기 싫다는 듯 벽을 쳐다보며 말했다.

"싫어졌으면 왜 결혼날짜를 잡아? 그럴 것 같으면 처음부터 끝냈어야지."

그러자 진작 말을 꺼내려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며 그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한마디로 그건 핑계였다. 뭔가 알지 못할 곡절이 숨어 있는 게 분명했다. 가족들은 내 뒤에서 말했다.

그 녀석이 새여자가 생긴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갑자기 파혼을 하자고 했겠어. 그러나 나는 그것도 믿어지지 않았다. 언제 나 말고 여자 만날 시간이 있었나? 나 만날 때도 늘 시간에 쫓기던 그였는데. 그러나 그거야말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유야 어쨌든 그때부터 내 머릿속에서 자살이란 단어가 끝도 없이 떠올랐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구나.

막판에 몰리면 별수 없이 자살을 선택한다더니 이런 게 바로 그 경우구나.
나중에 파혼의 이유가 혜정이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나는 거의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만일 그때 내 눈앞에 살인도구가 있었다면 그 년놈을 죽이던가 내가 죽던가 둘 중의 하나를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눈이 뒤집혔는지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파혼을 당하고 두 달쯤 되었는데 정신분열증이 생기는 것 같았다. 뇌속이 엉클어져 도무지 정신을 수습할 수가 없었다. 귓가에서 자꾸만 환청이 들려오고 입에서 끊임없이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것도 저주 섞인 악담이.

사람이 왜 정신병자가 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더 미치고 팔짝 뛸 사건은 그 뒤에 일어났다. 그 망할 것들이 결혼식을 올린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바로 명동성당에서. 세상에…… 나는 그때 신이 왜 존재하는지 아니 신(神) 자체를 철저히 부정하고 싶었다. 차라리 절간에서 했다면 이해가 가는데 명동성당이라니ㅡ 그곳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큰 성당이 아니던가.

그것도 인간 다음으로 가장 지체가 높으시다는 교황님 다음 단계인 추기경께서 거하시는 곳이 아니던가. 그런 대성당에서 그것들이 자신들의 결혼을 신 앞에 맹세한다고 하지 않은가. 내가 알기로 카톨릭은 한번 결혼하면 이혼은 불가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그것들은 사랑의 맹약을 그런 식으로 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가. 나와 결혼이 결정됐을 때는 일반 예식장으로 했던 그가 혜정이와 하는 결혼식은 명동성당으로 정하다니 생각할수록 패배감과 분노가 치솟았다.

나는 할 수만 있으면 청부살인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면 밤에 복면을 쓴 자객으로 변신해 두 년놈을 한꺼번에 지옥으로 보내버리고 싶었다. 나는 파혼 당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또다시 개망신을 당하고는 완전히 그로키 상태에 빠졌다. 안 그래도 심장이 터져 죽을 지경인데 가족은 한 술 더 떠 내 속을 긁어놓았다.

"얼마나 지지리 못났으면 남자를 친구년한테 뺐겨? 그러고도 밥이 입으로 넘어가냐, 나 같으면……."

"엄마 같으면 뭐? 뭘 어떻게 할 건데?"

나는 심장에 불이 떨어지는 것 같아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것들을 당장 찢어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소심증 환자였고 파혼당했다는 망신살이 뻗친 데다 이미 기가 죽어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열심히 직장생활 해서 모아 놓은 돈은 혼수비용으로 다 날아가고 나는 알거지가 되다시피했다. 조금 남은 돈으로 나는 알약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그들에 대한 복수는 아무래도 죽음 이외는 없을 것 같았다. 그들에게 나라는 인식을 그런 식으로라도 남기고 싶었다.

너희가 행복한 뒤에는 나라는 여자의 죽음이 있었다는 걸 알고는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런 나의 심정은 아는지 모르는지 가족은 당장 취직해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

파혼 당한 개망신 때문에 사람 볼 면목이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결혼을 앞두고 직장을 그만 둔 상태였다. 그가 빨리 그만두라고 성화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 때문에 온 동네 망신은 물론 직장도 없어지고 국제적인 망신을 온통 뒤집어쓴 셈이었다.

직장을 얻어 집을 나가라니. 원수가 집안에 있다더니 그 말이 꼭 맞았다. 그때 내 나이가 이미 서른이 넘어 있었다. 직장을 다니다가도 그만 둘 나이였다. 다시 재취직이라니…… 이태백 사오정이 거리에 넘쳐나는 세상에 여자 나이 서른이 넘어 취직한다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어디 이력서 낼 만한 곳도 없었고 내 봤자 될 것 같지도 않았다. 또 직장 생활을 제대로 해낼 만큼 정신이 온전하지도 않았다. 날마다 머릿속에서 전쟁이 벌어졌다.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생각다 못한 나는 탈(脫)서울을 결심했다. 잠시라도 서울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 보면 아픔도 잊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망신도 개망신이려니와 우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죽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할 것 같았는데 가만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의 죽음과 그들의 행복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또 당분간 서울을 떠나 있다 보면 마음도 한결 새로워질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우선 거처를 옮기려면 직장부터 잡아야 했다. 지방이나 서울이나 직장을 잡기란 힘들었다. 그래 아쉬운 대로 아르바이트부터 하기로 했다. 살 집도 아파트나 단독주택이 아닌 작은 전세방을 얻기로 했다.
까짓 소설 한번 쓴 셈 치지 뭐.

언젠가 여행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경기도 ○○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곳은 북한강을 끼고 흐르는 전원적인 소도시였다. 전국에서도 유명한 낚시터가 몇 있었고 도시 전체가 깨끗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해마다 예술 행사가 벌어지기도 하고 각종 농산물이 풍부해 생활하기에도 알맞았다.

문제는 유동인구가 적은 것이었다. 그래서 취직할 곳이 마땅치 않을 것 같았다. 읍내에 관공서를 비롯한 크고 작은 기업체 건물이 보였지만 아무리 봐도 상업도시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그 도시가 생각나는 걸까. 나는 일단 ○○시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현지답사 하는 심정으로 고속버스 터미널을 향하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꼭 전쟁에서 패한 패잔병 심정이었다. 그런데 우스운 건 그것도 여행이랍시고 마음이 들뜨는 것이었다.

하긴 근 오 년 만에 떠나보는 여행이었다. 매표구에서 표를 끊고 있을 때였다.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여직원의 손길을 보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어깨를 가만히 잡는 게 아닌가. 누구? 하고 뒤를 돌아보는데 대학 동창 녀석이었다. 대학 다닐 때 지독히도 나를 따라다니던 못생기고 집안도 형편없는 그래서 여학생들에게 무던히도 퇴짜를 맞던 녀석이었다.

"야! 이게 누구야, 정효경 아냐? 너 좋은 소식 있다며?"

녀석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뭔가 탐색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좋은 소식이라니?"

말하다 말고 나는 아차! 했다. 소문이 녀석의 귀에까지 전해진 모양이었다.

"어쨌든 안 됐다, 그런데 어디 가는 거냐?"

녀석은 처음부터 사실을 다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러니까 좋은 소식 운운 하며 말을 꺼냈다가 다시 안 됐다는 표현으로 말꼬리를 감춘 것이다. 나는 구정물을 뒤집어 쓴 참담한 기분이었다. 녀석이 내 소식을 듣고 좋아라 할 표정을 생각하니 다시 한번 두 년놈에 대한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보아 하니 여행이라도 가는 거 같은데 내가 동행해줄까."

녀석은 이번에는 내 어깨에 손을 얹어 놓기까지 했다.

"이 손 못 놔?"

내가 소리를 벽력같이 지르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할끔거리며 쳐다봤다. 나는 최대한 눈을 부릅뜨고 녀석을 째려보았다.

"아니 왜 소리는 지르고 그러냐? 남사스럽게. 내가 뭐 못할 말이라도 했냐?"

녀석은 이번에는 아예 내 몸을 아래 위로 내리훑으면서 말했다. 그 눈길이 꼭 징그러운 송충이 같았다. 한번 파혼 당하고 나니까 개망신이 줄줄이 이어지는 모양이다. 서러움이 마음속에서 수도꼭지처럼 흘러내렸다.

"필요 없으니까 꺼져 버려, 다 꼴 보기 싫으니까."

터미널 전체에 괴기스런 분위기가 흐른 것 같았다, 어디선가 장송곡이 내 귓가에 들려왔다. 기분 나쁜 향냄새도 풍겼다. 별 재수가 없으려니까, 이런 망할 자식까지 나타나서는…… 녀석은 어디서 구했는지 헐렁한 청바지에다 반팔 검정색 티를 걸쳤는데 자세히 보니 꼭 양아치 꼴이었다. 원판이 못난 데다 옷까지 그렇게 입으니까 어디서 비루먹다 굴러온 강아지 말 뼉따귀 같았다.

망할 자식 하필이면 여기서 저 녀석을 만날 게 뭐람. 나는 속으로 툴툴거리며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열었다. 거기에는 그의 얼굴이 환하게 나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이야! 이게 누구야, 웬 잘생긴 미남자야 영화배우 같구먼"

녀석이 내 어깨 너머로 보더니 탄성을 질렀다. 그 소리에 비아냥과 모멸이 숨어 있는 걸 나는 가슴아프게 느꼈다. 핸드폰을 소리나게 탁 닫으며 내가 말했다.

"남 걱정 마시고 거긴 갈 길이나 가시지. 그런데 이 시간에 여기 있는 걸 보니 백수인 모양이지."

"백수? 누가? 나 말야?"

"그런 여기 나 말고 또 누가 있는데?"

"나 백수 아냐, 이 나이에 백수면 어떡하라구, 우리 처자식은 누가 먹여 살리라구."

"뭐 처자식?"

"응 처자식. 왜? 나 아직도 총각인 줄 알았니? 무슨 소리 나 총각 딱지 뗀 적이
언젠데."

세상에…… 어떤 여자가 저런 걸 남자라고 구제해 주었을까. 나는 하도 기가 막혀서 멍하니 녀석을 올려다보았다.

"왜? 내가 막상 결혼했다니까 실망스러워?"

"뭐 실망? 니가 결혼한 것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길래 실망스러워? 너 뭐 착각하는 거 아냐?"


"아님 그만이지 왜 화는 내고 그러냐, 너 옛날에는 안 그러더니 참 예민해진 것 같다. 하긴……."

녀석은 말꼬리를 내리더니 다시 한번 내 몸매를 훑어보더니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까 한 말은 농담으로 해본 말이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라, 그나저나 어서 버스
타야 하는 것 아냐? 나 때문에 고속버스 놓치겠다 어서 가 봐라."

녀석은 여유있게 손까지 흔들며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더러운 이물질을 떼버리기라도 하듯 서둘러 버스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버스에 앉아 밖을 내다보는데 녀석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이지 재수없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녀석의 아내가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떤 여자길래 저런 못나고 형편없는 녀석을 남편으로 삼았을까, 생각하다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제 눈에 안경이라더니 그런 건가.

고속버스가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시에 닿았다. 옛날과는 달리 읍내 거리가 꽤 화려하게 변해져 있었다. 대낮인데도 불을 밝힌 상가가 일렬 종대로 늘어서 있었다. 상가 뒤편으로 중앙시장이 보였는데 그 전에는 없던 큰 호텔 건물 위에 나이트클럽이란 상호가 보였다. 호텔 앞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강 앞에 휘황한 네온과 카페 건물이 즐비했다. 7080세대를 일컫는 대표적인 가수 이름이 카페 문 앞에 장식처럼 매달려 있었다. 격세지감을 느꼈다.

어느새 세월 따라 이렇게 화려하게 변하고 말았구나. 발걸음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까이 갈수록 마음이 텅비어 오는 거 같았다. 설움이 자꾸만 눈물이 되어 내 눈가를 적셨다. 카페 앞에 이르니 여기저기서 호객꾼들이 몰려와 서로 자기네 카페로 오라고 했다.

"최대한의 서비스가 있습니다. 저희 카페로 오십시오, 생 라이브쇼가 준비돼 있습니다."

나는 무턱대고 가장 가까운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바람이 세차게 내 목을 휘감고 지나갔다. 초여름의 선선한 바람이 아닌 칼처럼 매서운 바람이었다. 실내 조명은 예상과는 달리 밝은 편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인 건 피아노 옆에 있는 무대였다. 마이크 셋에다 높다란 의자 둘이 보였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걸로 봐서 곧 쇼가 시작될 모양이었다. 나는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앉았다. 앉자마자 앳돼 보이는 여자가 메뉴판을 들고 왔다.

가죽으로 만든 꽤 정성들여 만든 메뉴판이었다. 값을 보니 눈알이 튀어나올 듯 비쌌다. 술값도 술값이려니와 안주값이 턱없이 비쌌다. 그때였다. 내 눈앞에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동석해도 되겠습니까?"

나이 사십쯤 되었을까, 사나운 인상에 마른 체격의 남자가 나를 향해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어이없는 눈빛으로 멍하니 쳐다보는데 남자가 무턱대고 자리에 앉았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게 카바레나 술집에서 행해지는 부킹이라는 걸.

남자가 뭐라고 그랬는지 맥주 서너 병과 과일 안주가 나왔다. 남자가 먼저 맥주를 잔에 따르더니 단숨에 들이켰다. 안주를 포크도 사용하지 않고 입에 쑤셔 넣더니 나에게 잔을 건넸다. 그러더니 어느새 빠른 솜씨로 맥주를 따랐다. 거품이 잔에서 흘러 넘쳐 탁자를 적셨다. 나는 멍하니 바라보다 그만 목이 메이고 말았다. 그가 생각났다.

"나 이외에 어떤 남자와도 술을 마시면 안 돼. 알았지?"

그는 나에게도 절대 술을 권하지 않았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자신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 꼭 분위기 상 필요할 때 한해서만 술을 마셨다.

"애인한테 실연 당했수?"

남자가 내 눈물을 보더니 건들거리며 물었다. 눈에서 광기가 비쳤다. 순간 소름이 오싹 끼쳤다. 남자가 술잔을 내미는데 검지 손가락에 낀 초록빛 반지가 내 눈에 들어왔다. 마디가 굵고 험한 손이었다. 그는 화가답게 손이 매끄럽고 희었는데. 나는 그의 손을 사랑했다. 그림 그리는 화가의 손. 프랑스 유학시절 그의 손길에 반했다는 어느 여류화가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녀는 많은 외국남자를 마다하고 그에게 매달려 그림을 배우겠다고 간청했다나, 그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은근히 내 질투심을 유발시켰었다. 나는 그를 만나기 이전에도 그와 헤어진 지금에도 그 외에 어떤 남자도 알지 못한다. 그 사실이 지금 이 순간 뼈저리게 느껴졌다. 남자가 다시 맥주를 따라 입에 가져가는데 쇼가 시작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7080가수였다. 세월이 흘렀어도 남자가수는 여전히 외모와 가창력이 뛰어났다.


하얀 손을 흔들며 입가에는 가는 미소 짓지만…….

가수는 발장단을 맞추며 호소력 있게 노래했다. 가사 한절 한절이 마음을 동강내고 있었다. 눈물이 본격적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분노가 그리움으로 그리움이 애절한 사랑으로 변환되어 마음을 적시고 있었다. 혜정이년 그년이 틀림없이 먼저 꼬리 쳤을 거야, 그 잘난 얼굴 몸매 내세워 꼬리 친 게 틀림없어.

그러나 아무리 골백번 생각해 봐도 혜정이는 그럴만한 여자가 아니었다. 철저하게 도덕관념이 강했고 나이 삼십이 넘도록 남자관계가 한번도 없었다. 양심도 깨끗했고 마음관리도 잘하고 살았다. 그녀는 한때 수녀가 될 결심을 할 만큼 신앙심도 두터웠다. 직장생활하면서 또 나와 친하게 지내면서도 한번도 남을 비방하거나 욕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여고와 대학을 같이 다니면서 그녀는 누구보다 나에게 힘과 위로를 주었던 천사 같은 친구였다. 그런데 그녀가 그와 눈이 맞다니…… 친구의 남자를 빼앗아 결혼식을 하다니…… 그건 꿈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남자가 갑자기 맥주잔을 쾅! 소리나게 탁자에 내려놓았다.

"씨팔 재수없게스리……."

남자는 상소리를 내뱉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도 화장실을 가려는 모양이었다. 무대에서는 남자가수가 내려오고 역시 7080세대의 대표주자로 여겨질 만한 여가수가 올라갔다. 나이답지 않게 초미니스커트에다 어깨가 푹 파인 끈달이 상의를 걸쳤다. 그녀는 높은 의자 위에 다리를 꼬고 앉더니 기타줄을 당겼다. 이윽고 눈을 감은 그녀가 노래를 시작했다.


지금도 생각하고 있나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여자의 노래가 심금을 울리는지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노래에 심취했다. 나는 가슴이 아파 도저히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가 좋아하던 노래였다. 그는 평소에도 노래를 잘 불렀다. 그냥 잘 부르는 정도가 아니라 가수를 해도 될 만큼 수준급이었다. 슬픔이 그리움이 되어 가슴이 온통 눈물바다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구로 걸어갔다. 눈물이 너무 쏟아져 도저히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손님 잠시만요, 계산하셔야죠."

"계산?"

나는 그때서야 남자가 계산도 안 하고 내뺐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방을 열어 톡톡 털어 주고는 고속버스 터미널을 향해 걸어갔다. 돌아오는 길은 죽을 맛이었다. 실연의 아픔이 자살충동과 함께 내 전신을 휘몰아치고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빨리 이승과 하직하고 싶었다. 밤 12시가 넘어 집에 들어온 나는 그대로 널브러졌다. 그런 내게 가족은 또다시 나가라고 성화를 해댔다.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파혼을 했냐고 묻는 통에 성가셔 죽겠단 말이다. 아무데나 떠나거라."

"그럼 돈이나 줘."

"돈? 돈이라니? 돈이라면 그 놈한테 달라해야지, 남의 집 딸 그만큼 개망신 줬으
면 위자료 명목으로다 줘야 인지상정 아니냐, 안 그러냐?"

말 한마디 한마디가 송곳이 되어 가슴을 후벼파는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나는 대충 짐을 꾸려 놓고는 다시 ○○시로 갔다. 가서는 중앙시장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전세방을 얻었다. 우선 계약금을 걸고는 이사는 다음날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 아르바이트라도 할 곳을 찾기 위해 온종일 거리를 휩쓸고 다녔다. 간신히 한곳을 구했는데 다름 아닌 병원 식당이었다.

그 도시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종합병원 구내식당이었다. 하루 여덟 시간 근무에 봉급은 간신히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였다. 그나마 내겐 감지덕지였다. 딴 생각할 틈 없이 죽어라 노동하다 보면 슬픔도 고통도 다 잊혀질 것 같았다. 내친 김에 쉬어 간다고 나는 이력서까지 제출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 객지생활이었다. 종합병원 식당 막노동꾼으로 변해버린 나는 매일 험한 중노동에 시달리느라 세월 가는 줄도 몰랐다. 오직 노동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식당 일에 북박혀 살아갔다. 하루종일 고무장갑 끼고 일하느라 손에 습진이 생기고 발은 무좀이 걸려 늘상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교대를 마치고 거리를 걸으면 피곤으로 몸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쉬는 날은 방구석에 누워 온종일 잠을 자느라 기척도 안 했다.

머리에 녹이 슬고 입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나는 무감해져 갔다. 시간이 나면 방에 배 깔고 누워 TV를 시청했고 가끔씩 드라마를 보면서 정신은 더욱 나태해져 갔다. 어떨 땐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 모를 정도로 무기력에 빠져드는 순간도 많았다. 가족들은 내가 사라져주자 살만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사는지 관심은커녕 아예 묻지도 않았다. 나도 명절 이외에는 아예 집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십 년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다. 나이 사십이 꼬박 넘어가던 어느날이었다. 나는 거리를 걷다말고 홀린 듯이 강가로 걸어갔다. 어스름 저녁 나절이었다. 강가에는 산책 나온 아베크족과 젊은 신혼 부부들이 많았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부부는 행복한 미소를 나누며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아! 저게 바로 인생이구나.
나는 속으로 탄식했다. 지난 세월동안 나는 죽지 않기 위해 벌버둥치며 살았다. 언젠가 혜정이년이 들려준 말이 생각났다.

"지옥에 가면 제일 하층이 있는데 거기는 배반하는 사람들과 자살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래, 자살은 신의 의지를 배반한 것이기 때문에 곧바로 지옥행이래, 그래서절대로 자살하면 안 되는 거래."

그녀가 들려주었던 그 말 한마디 때문에 나는 자살을 면하고 살고 있었다. 그래 누구나가 저렇게 부부가 되어 아이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거야. 그런데 나는 나는…….

뒤늦은 후회의 감정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강변을 지나 호텔 앞을 지나는데 극장 포스터가 보였다.
복수혈전.

그 단어가 내 눈을 확 뒤집어 놓았다. 그래 바로 그 년놈들 때문이야. 그것들 때문에 이때껏 세월낭비하고 산 거야. 바로 그것들 때문에. 지나간 십 년의 세월이 억울했다. 이미 때늦은 후회였지만 분한이 가슴속에서 끝도 없이 일어났다. 어느 정도 잊혀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다음날 직장에 나가 일하는데 몸이 덜덜 떨렸다. 실수로 식판을 뒤집어엎어 요란한 소리가 났다.

저녁이면 굴속 같은 내 방에 엎드려 TV드라마를 시청했다. 그때 내 눈을 사로잡는 장면이 있었다. 궁중에서 벌어지는 치정사건이었다. 첩실간에 벌어지는 투기에 저주 인형이 등장한 것이었다. 짚으로 만든 인형에 바늘을 꽂고 주문을 외우면 왕비가 고통에 몸부림을 치는…….

그래 바로 저거야.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들은 인터넷 저주 카페가 생각났다. 한때 자살사이트가 유행이더니 요즘 새로 등장한 게 저주카페였다. 신원조회도 없이 들어간 그곳에는 온갖 마귀 장난이 다 모여 있었다. 인터넷이 최첨단 마귀 노릇을 한다더니 그 말이 꼭 맞았다. 그곳에는 상대를 저주하기 위한 주문과 각종 희한한 방법이 다 모여 있었다. 부적은 물론 저주 인형도 가격별로 있었다. 좀더 효과적으로 저주가 임하는 것일수록 가격이 비쌌다.

나는 가장 강력한 것을 원했다. 효력만 있다면 내 모든 걸 걸어도 좋았다. 내 젊은날을 빼앗아 간 그들에 대한 복수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내게서 미래를 빼앗아 가고 대신 원한을 심어준 장본인들이었다. 그리고 나서 행복을 십 년이나 차지했으면 이제 그만 죽어도 좋을 일이다. 나는 인터넷으로 돈을 송금하고는 저주 인형과 부적을 사들였다.

작은 소포 꾸러미에 담겨진 물건을 뜯은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거금을 지불하고 사들인 부적을 보는 순간 순간적으로 의심이 들었다. 이게 과연 효력을 발생할까. 그렇지 않다면 돈은 휴지조각이 되어 날아갈 것이다. 나는 매일 밤 그 저주 인형과 부적을 놓고 그가 죽기를 바라는 주문을 외웠다. 진심으로 간절히.

한달이 지났다. 내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나도 모르게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수전중 환자 같았다. 뿐만 아니라 자리에서 일어서거나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무릎에서 뚝! 하고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한달 쯤 지나자 얼굴에 기미가 끼더니 새까맣게 변해갔다. 눈빛도 이상해졌다. 보는 사람들마다 고개를 흔들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도대체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내 몸을 덮친 병마는 점점 정신마저 파먹어 들어갔다. 이명 현상은 환청이 되어 나타났다. 정신분열증 초기 증세가 시작된 것이다. 산만해진 정신 때문에 직장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그때까지 나는 저주 인형과 부적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아니 몸과 정신에 이상이 발생할수록 그 저주의 효력을 믿고 싶었다. 나를 이렇게 만든 그들의 종말을 꼭 보고 싶었다.

분노와 증오의 불길이 내 몸을 살라도 좋았다. 그들의 종말을 본다면 지옥 끝이라도 가고 싶었다. 몇 날 며칠을 밥을 굶었는지 모른다. 잠도 못 자고 눈이 쾡하니 마치 중환자의 모습으로 변했다. 갑자기 잊고 지내던 친구들이 연락을 취해오기 시작했다.

"누구 누구라고? 정희라구?"

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분명 친구 목소리가 맞는데 내 목소리는 마귀할멈 같았다. 친구가 뭐라고 계속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내 대답은 엉뚱한 말이 되어 튀어 나갔다. 그건 말이 아닌 욕설, 그것도 저주 섞인 악담이었다. 친구가 벽력같이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또다른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정효경, 너 혜정이 소식 알고 있니?"

혜정이 혜정이라구?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혜정이 소식을 알고 있냐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나는 친구의 귀청이 떨어져 나가라 소리를 냅다 질렀다.

"혜정이라니 나한테 혜정이 소식을 왜 묻는 건데?"

그런데 그 말 대신 내 입에서 엉뚱한 말로 변환되어 튀어 나간 모양이다. 친구의 화난 음성이 전선을 타고 흘러왔다.

"야! 너 미쳤냐, 정효경 정신 차려 너 지금 무슨 말하는 거야?"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생전 연락 한번 없던 친구들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오는 걸까. 나는 갑자기 시제에 착각을 일흐켰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급격한 시각차가 느껴지더니 십 년 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바로 현재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든 것이다. 극심한 혼동이 일었다.

잠에서 깨어나 주변을 살펴보면 전혀 낯선 곳에 내가 누워 있었다.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부적과 저주 인형만 흉하게 뒹굴어져 있었다. 과거와 현재가 일치돼 시공간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 이래서 사람이 미치는 거구나.

언젠가 내 입에서 흘러나왔던 소리가 다시 나왔다.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거울을 보면 미친 여자가 산발한 모습으로 이상한 소리를 뇌까리고 있었다. 그때 내 손에 잡히는 게 있었다. 그건 보기에도 그럴듯한 은장도였다. 언제 준비했을까. 나는 그것을 들고서 인형을 향해 냅다 내리 꽂았다.

바로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칼로 저주 인형을 갈갈이 찢은 나는 이번에는 부적을 들고서 주방으로 갔다. 가스불을 켰다. 그리고는 부적을 남김없이 살라버렸다.
니가 바로 사탄이야, 알겠어, 이게 바로 다 너 때문이라고.

나는 방문과 창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검은 기운이 내 방에서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내 몸에서 정신에서도 검은 바람이 서서히 빠져나갔다. 나는 방안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이불을 들고서 욕조로 갔다. 욕조 가득 세제를 푼 다음 이불을 담갔다. 그리고는 발로 밟으며 울었다. 울다가 웃다가 보니 저녁이 되었다. 온몸에서 피곤이 몰려왔다. 이불을 베란다에 넌 다음 방으로 들어와 잠이 들었다.

꿈에 그의 죽은 시체가 보였다. 그 옆에서 통곡하는 혜정이도 보였다. 주변에 사람들이 가득 몰려 있었다. 그의 시체를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 같았다.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 내 모습도 보였다. 내가 검은 너울을 쓰고서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가 평온한 모습으로 누워 있다가 내가 다가가자 갑자기 눈을 떠 나를 바라보았다.
아악!

나는 기절할 듯이 뒤로 물러났다. 순간, 누군가 내 어깨를 잡는 손길이 있어 돌아보니 혜정이가 무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잠시 후 누군가 내 앞으로 다가오는데 자세히 보니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만났던 동창 녀석이었다. 그가 이빨을 허옇게 내놓고 나를 향해 비웃고 있었다.

바로 그 옆에서 언젠가 카페에서 만났던 인상 사나운 남자가 자신의 손가락에 낀 초록색 반지를 들어 보이며 함께 웃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 모여들었는지 사람들이 손에 칼을 쥐고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피가 흐르는…….

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다 못해 기절할 지경이었다. 한참을 버둥거리다 꿈에서 깨어나자 온몸이 식은땀에 절어 있었다. 이른 새벽이었다. 대충 옷을 걸쳐 입은 나는 무조건 거리로 나왔다. 새벽 미명에 갈곳이 없었다. 골목길을 빠져 나오는데 내가 사는 집에서 이상한 기운이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내 몸에서도 악한 기운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나는 정신없이 한 건물로 뛰어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강한 빛이 내 눈을 강하게 찔러왔다. 빛이 내 마음과 몸을 조각낼 듯이 강하게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마음을 묶고 있던 결박의 끈이 서서히 풀리면서 평안이 느껴졌다,

어디선가 천사의 합창이 들려왔다.
흰 가운을 입은 여자들이 화음을 쏟아내면서 신(神)의 음성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려주고 있었다. 평안과 기쁨과 함께. 그러자 내 눈에 이상한 환시현상이 보였다. 천사들이 내 주변을 맴돌면서 내게 자유를 선포하는 것이었다.

자유라니?

그렇다면 내가 지금껏 묶여 있었단 말인가. 몸에서 피곤이 몰려오면서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고 일어났는데 몸이 한껏 가뿐했다. 나는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자유를 만끽했다. 십 년 전에 느꼈던 아니 그 이전에도 느끼지 못했던 참된 자유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경적처럼 핸드폰이 울렸다. 그가 암 수술을 받기 위해 대학 병동에 입원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혜정이 역시 충격을 받아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소식이었다. 그들이 불행은 동시다발적으로 내 귀에 들려왔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저주 인형이 내 마음 속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다시 마음이 뇌가 엉클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빛은 오간 데 없이 사라지고 또다시 괴상한 소리가 마음속에서 들려왔다. 어느새 그와 혜정이는 악인이 되어 심판을 받고 있었다. 그것도 가장 고통스럽다는 암으로.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죽을 지경이었다. 손으로 입을 막으며 차도를 향해 정신없이 뛰어갔다. 끼이익! 차량이 일제히 멈춰서면서 나는 정신을 잃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나는 병원 시트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온몸이 호수 같은 긴 줄로 연결돼 있는 걸 보았다. 몸과 정신이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로부터 두 달간 물리치료와 심리치료를 받은 나는 간신히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뒤 이상한 소식을 들었다.

기독교에 귀의한 그가 기적적으로 병치료를 받았다는 기막힌 소식이었다. 혜정이는 그런 남편과 더불어 열심히 전도하러 다닌다는 믿기지 않는 소식도 함께 들려왔다. 나는 속으로 거짓말이라고 수없이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현실을 되돌릴 그 어떤 방법도 내겐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암을 치료받은 건데?"


"신앙에서 기적이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니겠어, 내가 듣기로는 다 엔돌핀 덕택이었다지 아마."

"엔돌핀?"

아하! 이런 불공평한 신의 처사가 있다니…… 나는 죽을 맛이었다. 그런데 가슴이 뜨끔거렸다. 가슴에 엄지 손톱만한 멍울이 만져지는 것이었다. 이거 암 아냐?

언젠가 버스 안에서 들은 말이 생각났다. 가슴에 멍울이 만져져서 병원에 갔는데 이미 암이 3기가 지나 있었다는. 나는 즉시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가서 암조직 검사 받아 봐, 내 친구도 너랑 비슷한 중상이었는데 암이었대 지난달에 죽었어."

아아!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그 자리에 폭 고꾸라졌다. 그리고는 동네 골목길 끝에 있는 빛이 뿜어져 나오는 건물을 향해 정신없이 뛰어갔다.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디미는 순간, 마음속에서 세미한 음성이 들려왔다.

「가장 확실한 복수는 용서다」


댓글목록

문학발표 목록

Total 5,585건 11 페이지
문학발표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5435 천향미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2103 2003-02-07
5434 이민영 이름으로 검색 2102 2003-04-09
5433 백연하 초등 2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94 2003-02-02
5432 최재관 이름으로 검색 2094 2003-02-13
5431 김영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3 2010-04-02
5430 허혜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2 2012-09-07
5429 김영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6 2010-04-25
5428 no_profile 박종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5 2008-10-16
5427
파라오의 선택 댓글+ 1
no_profile 이홍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4 2007-09-27
5426 허혜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4 2012-03-11
5425 no_profile 김사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2 2007-12-07
5424 허혜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1 2010-05-10
5423 허혜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6 2012-05-19
5422 예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65 2003-04-02
열람중
복수 댓글+ 1
no_profile 신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3 2007-03-19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