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좀에 대한 추억>

                    김혜련


밤새 긁어댄 손가락 사이
빨간 꽈리 같은 열매들이
셀 수 없이 열렸다
이만하면 풍작인가 싶어
입술 꼬아 애써 웃어보는데
그 중 몇 놈은 참을성 없이
긁어 달라 통사정이다.

몇 년 전 남편이 캄보디아 난장에서 사온
정체모를 단방약
희망에 부풀어
두 발 전체에 도배하듯 바르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풍선처럼 부푼 낯선 두 발이
충혈된 눈으로 울고 있었다
부푼 발바닥 고랑마다
붉은 균열이 가뭄 끝에 갈라진 논바닥 같았다
간신히 걸음 옮기며
비명 쏟아내는 남편 모습에
사실 나는 뒤로 웃었다.

한때 나도 셋째 형님이
무좀엔 정로환 찜질이 직방이라기에
정로환 한 병을 통째로 끓인 물에
무좀과 투병하고 있는 손 담근 적 있다
손등이 터지고
손가락이 부풀고
균열 마디마다 피가 맺히고
뜨거운 열기가 터져 나와
온 방을 뛰어다녀야 했다.

풍선발로 피부과 찾아간 남편과
터진 손등 제대로 펴지 못하고 찾아간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무식한 사람이라는
기상천외한 처방전을 받았다.

이제 무좀은 그럭저럭 백기 들었지만
살점 속에 몇 알 남은 씨앗이
심심하면 고개를 내밀고 싹 틔우려
간지럼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