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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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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철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2,032회 작성일 2009-05-27 10:47

본문

                                                              수족관
                                                                                                  김  철 수
 
 “야! 이놈 크고 싱싱하다. 아저씨 이놈으로 주세요. 오늘 오랜만에 해군이나 실컷  먹어야 겠다”

 방금 막 건져 올린 광어 한 마리를 횟집 아저씨는 날카로운 솜씨로 칼질을 시작한다. 옆에서 구경하던 젊은 사내는 입맛을 다시며 자기 몸이 찢어져 가는 아픔을 몸부림치듯 파닥거리는 제물의 움직임을 쳐다보고 있다. 가게 안에는 같이 온 동행인지 한방 가득 제물의 육질을 기다리고 있다.

  “않되, 아버지 몸에 손대지 마”

 언제 나타났는지 급한 소리와 함께 등장한 사내는 주인아저씨의 손에 들린 칼을 가로채며 위협했다. 깡마른 얼굴에 눈은 낮인데도 빛을 느낄 정도였다. 그는 가게에온 사람들을 노려보며 금방이라도 자기 앞을 가로막는 방해물은 없애버리겠다는 시늉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손님들과 조금 전 옆에서 지켜보던 사내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 새끼들 한번만 더 손대면 가만두지 않을 테다, 간이 크다고 자신하는 놈 있    으면 해봐라”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는 쇳돌에 칼을 가는 소리였다. 언제라도 상대방을 향해 치명적인 칼날을 휘두르겠다는 기세였다.
 
  “또 시작이군. 쯧쯧, 저 일을 어떡해”

 지나가는 사람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익숙한 듯 한마디씩 던진다. 가게안의 손님들은 분위기가 심상찮다는 것을 알고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그사내를 피해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 왜 그래요?  저 남자, 정신병자 아닌가. 영 맛이 간 것 같은데!”
  “ 맛이 간 게 아니라 제정신이 들은 게지.”
  “그게 무슨 뜻이에요? 고기를 보고 아버지라고 하는 사람을 제정신이라니요”

 손님들의 얼굴은 가게 문 앞에 서서 물끄러미 그 사내를 바라보며 엄호하던 노인을 향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어넘겼다.
                                 
  “에이 제수 없어 오랜만에 바닷가에 와서 해군들 맛을 보려고 했는데…, 다른 데    로 옮깁시다.”
 
 가게 안은 엉망이었다. 사내의 출현으로 도마 위의 칼날의 집행은 취소되었다. 살아야 된다는 일념인지 식당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떨어져 나간 제물의 일부는 여기저기서 꿈틀거렸다.

  “아버지 죄송해요, 저를 용서해주세요.”
  “태성아! 사람들 다갔어. 이제 그만 해”

 안타까움에 목이 멘 노인의 음성이 사내의 등을 감쌌다. 불과 이년 전이었다. 그가 이렇게 된 것이…. 그는 이곳 수성리에서 태어났다. 수성리는 작은 항구 도시이다.바다가 강으로 보일만큼  좁은 수로를 형성하고 있어 어부들의 숨소리가 들릴 수 있을 정도였다. 하늘이 물과 만나 빚어내는 신비스런 자연의 색깔은 이곳의 자랑이었다. 그는 여기서 태어났고 자랐다. 어린 시절의 그는 신동으로 통했다. 학교 교장이셨던 할아버지의 유별난 손자 사랑 법이었을까! 그는 할아버지가 가르쳐주신 천자문을 다섯 살 때 이미 습득했을 정도로 영특했다.

  “저 놈 잘 지켜보게, 틀림없이 큰일 할 거야”
  “자넨 정말 대단해!, 그리고 부러워 어디서 저토록 똑똑하고 귀여운 놈이 태어 났    을까”
  “내가 장담 하네, 우리 태성이는 수성리가 낸 인물이 될 거라고”
  “손자인 태성이도 그렇지만 자네 아들은 또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인가 서울에    올라간 이곳 젊은이들 가운데 자네 아들처럼 잘된 사람은 없을 걸세”
  “나도 이제 나이 들어 은태 할 날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생각하면 참 부듯    하다네.”
  “이게 다 자네 복이 아니겠나.”
  “그건 그렇고 소식을 듣자하니 조만간 태성이네가 서울로 옮기 다며?”
  “아들 사업이 꽤 잘되는 모양이야! 그래서 아예 이참에 서울에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 모양이 더만.”
  “암 그래야지 태성이를 위해서 그러해야 하고말고.”

 태성이는 일곱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뜻하지 않는 불행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2-
  “한사장님 도무지 막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안됐지만 저희로서도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 같군요”
  “아니 이 사람들이…, 이제 와서 그럼 나 모르겠다는 말입니까? 지금까지 저희 태성 실업이 귀 은행과 거래하면서 단 한 번이라도 약속을 어긴 적이 있었나요?”
  “죄송합니다. 저희로서도 위상부의 지시라서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상부의 지시라니… 누굽니까?  누구 이길래, 정상적인 거래마저도 허가되지 않는다는 겁니까?”
  “ ……”

 한 사장은 S은행을 나왔다. 그의 발걸음은 급했다. 무엇을 위해 뛰고 있는지… 그의 길을 막고 있는 상대가 누구인지? 그는 알 길이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급한 불 먼저 꺼야했다. 데리고 있는 식구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부도를 막아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 한 사장님 요즘 경기가 예전 같지 않아서…, 시장에 나가있는 자금회수가 영    신통찮아서 지금은 더 이상 방법이 없을 것 같네요.”
 
 G은행도 거절했다. 거절당한 느낌…, 그것은 무거운 바윗덩이가 되어 그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는 다른 은행도 알아보았다. 하나 같이 다 안 된다고 한다. 어렵다고 말했다. 어느 은행은 노골적으로 오히려 그에게 하소연한다.
 
  “ 한 사장! 우리도 살고 봐야지,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 나라든 개인이든 힘센  놈이 장땡이라니까, 성실성을 보면 우리가 왜 자네를 거절 하겠나! 미안 하네.”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맞는 말이었다, 나라나 개인이나  다를 게 없다는 것이…, 세계평화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강대국들의 권력행사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하는 것은 잔악무도한 테러범들로부터 세계를 보호한다는 목적이란다. 과연 그럴까?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 죽여야 하는 적들이 테러범이라면, 아이와 여자와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가는 생명들까지 모두 적의 범주에 속한 것일까! 테러범이란 말인가? 그들은 말 할 것이다. 그 잘난 입으로 변증법적인 논리와 합리적인 반박을 통해서 그들이 죽는 것은 인류를 위한  아름다운 희생이라고….

 전화벨이 울렸다.
  “사장님, 방금 S은행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
  “현시간부로 부도처리 되었답니다.”
                                 
 한 사장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가을의 석양이 산에 걸려 빨갛게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얼마만인지…,참 오랜만에 보는 하늘이었다. 더욱이 석양빛의 하늘은…, 그는 자신이 이름 없이 죽어가는 생명처럼 느껴졌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요리사 앞의 제물이 되어 누군가의 만족을 위해 바쳐져야 한다고 짜여진 시나리오 속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갑자기 하늘이 움직였다.  어렸을 때 보았던 그 하늘이, 오늘 따라 끝없이 멀어 보였다 낭떠러지처럼… 현기증이 일었다. 그는 하늘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어떡하지 우리 가족들은….
 
 “정신이 드는가?”
 “여기가 어디…, 내가 왜 병원에 있는 거지?”
 “이 사람아 자네 이게 뭔가?, 왜 여태 이지경이 되도록 말하지 않았어?”
 “무슨 얘긴가?”
 “아니 그럼 자넨 자네 속에 암세포가 집을 짓고 있는 줄도 몰랐단 말이야?  이런  무심한 사람”

 그는 꿈에서 깨어났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지금까지의 일들이 모두 꿈이었기를, 하지만 그것은 그의 희망 일뿐 현실은 참담했다.

 “김 박사, 우리 태성이는…?”
 “제수씨와 함께 연락 받고 오고 있는 중일세”
 “가능성은 있는 거야? 아니 얼마나 살 수 있대?”
 “……”
 “솔직하게 애기해줘 부탁이야?”
 “암세포가 거의 퍼졌어, 지금 상태로는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찾자는 거야”
 “어떤 가능성?”
 “수술를 하지 않으면 다른 부위까지도 전위되니까 조금이라도 남은 것이 있다면    잘라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간은 회복이 빠르니까….”

 그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아침햇살이 눈부셨다. 창밖에는 가을의 색으로 익어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색깔로 산과들을 물들이고 있었다. 신이 인간에게 약속의 의미로 베풀어준 시간 그 가운데서 그는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하늘을  지붕삼고 울긋불긋한 산을 이불삼아 눕고 싶었다. 거치른 경쟁사회에서 싸워서 살아남아야 하는 일들이 그에게는 외로움과 고독으로 밀려 올 때가 많았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기에 이겨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이겨내려고 하면 할수록 감당 할 수 없는 무게로 엄습해왔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자기가 겪고 있는 고통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거미줄에 걸린 먹이가 빠져 나가려고 발버둥 칠수록  죽음의 덫이 더 빨리 다가오고 있는 것처럼 자신이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시간은 쉬지 않고 흐른다. 높은 계곡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처럼 장사의 손에서 떠난 활처럼 거침없이 예정된 곳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다. 광야에 거친 숨소리와 함께 자신을 쫓아오는 맹수들을 피해 달아나는 사슴의 모습, 그것은 죽을힘을 다해 마지막 남은 삶의 끈을 붙잡으려고 달려가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는 삶의 끈을 놓으려 한다.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었다. 세상에서의 삶은 열심히 살았다, 후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그것은 그의 가슴을 찌르는 비수가 되어 그의 얼마 남지 않은 삶에, 미련을 남기게 만드는 몸부림이었다. 그건 다름 아닌 아들 태성이었다. 어릴 적부터 남달리 총명했고 귀여웠던 아들이었다. 태성이는 그에게 삶의 이유였다.  세상 부모가 다 그러하듯 그도 태성이를 기대하고 아끼고 사랑했다. 그런 태성이를 두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야한다는 것이 그로 하여금 상처가 되었던 것이다.   
 
 수술실로 향하는 환자용 이동 침대에 그가 누워있다. 옆에는 사랑하는 아들과 아내의 얼굴이 보인다. 그는 말없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아들의 손을 잡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는 알고 있다. 수술을 하지만 자기의 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사랑하는 가족을 보는 것이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말보다는 눈으로 그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것이 그들을 향한 남편으로서 또 아버지로서의 마음이었다. 그랬다 많은 것을 해주고 싶었고 아버지와 남편의 이름으로 그들 곁에서 든든히 지켜주고 싶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그들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마음 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그들을 마음에 기억하고자 눈에 심고 싶었다. 의미 없이 내뱉는 일회성의 말보다는 오래토록 간직하고픈 체온의 말을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수술실 문이 열리고 그는 들어갔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 찌… 정말 애석하군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찾아 주셔서”
 “그 사람 뭐가 그리 급해서 순식간에 간단 말인가!, 야속한 사람 같으니.”
 “회사 일은…?”
 “다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은행 사람들과 회사 임원들이 왔다 갔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김 의원님! 부탁이 있습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아무리 생각해도 태성이 아빠 회사가 왜 갑자기 쓰러지게 되었는지 저는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정말 열심히 회사를 꾸려나갔고 누가 보아도 전혀 문제의 소지가  없었는데….”
  “그 문제라면 저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것 같군요,”
  “그 사람 정말 정직한 사람이었어요, 회사를 위해서 자신의 손해를 아끼지 않았    어요. 회사 직원들이 그를 마치 아버지처럼 형님처럼 믿고 따랐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성실한 사람이었는지…, 김 의원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김의원는 국회의원으로 한사장과는 오래된 고향 친구이다. 나이는 그보다는 서너살 위이지만 사석에서 만나면 언제나 친구로 대해주었고 흉허물을 다 들어낼 정도로 가까운 사이었다. 그는 유신말기에 학생 운동권에서도 앞장서는 열성파였다. 이 나라의 참된 민주주의를 위해 꿈 많았던 학생시절을 거의 감옥에서 보낸 친구였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잘못되고 불의한 것을 보면 참지 못한다. 그런 그의 성격을 태성 아빠는 열혈남아라고 받쳐주기도 했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인물이기에 하늘이 국회의원이란 자리를 주셨다고 그는 김의원을 칭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칭찬으로만 일관하지 않았다. 권력이란 모래알 같은 것이라 꽉 잡으려 하면 할수록 새어나가는 법이라고 욕심이 과하면 오래가지 못한다고 날카로운 충고도 서슴치 않았다.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한사장의 따뜻함과 정직함은 언제나 저에게 부러움의 대  상이었지 않습니까, 참 열심히 살았던 사람입니다. 제수씨 기회가 되는 데로 그 내  막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태성 중공업은 결코 허실한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경기가 아무리 어렵다고는 하  나 호락호락 쓰러질 기업이 아니었단 말입니다. 저는 태성 아빠를 위해서도 누구  의 짓인지 꼭 밝혀내고야 말겁니다.”

 죽음이란 예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가 떠난 자리는 가족들에겐 큰 상처가 되었다. 얼마 후 찾아온 겨울은 그들에겐 더욱 황량함과 추위를 갖다 주었다. 그렇게 일곱 번의 겨울이 지나갔다. 겨울은 그들에게 남기고 간 상처의 흔적이었다.                         
 
 “아버지 저 태성이에요. 아버지가 그렇게도 원하셨던 검사가 되었답니다. 기쁘시    죠?, 저도 아버지 좋아하시는 모습이 보여요, 저 아버지의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될 겁니다. 아버지는 늘 저에게 그러셨죠?, 남을 위해 산다는 것은 남의 입장에 서  는 것이라고…, 처음엔 저는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젠 다는  몰라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요. 아버지 앞에 맹세할게요. 언제나 남의 입장에 설 수 있는 사람  이 되겠다고…, 지켜주세요”

 언제나 푸른 빛 바다 냄새는 어릴 적 모습 그대로였다. 생명이 꿈틀거리는 소리가 사람들의 걸음에서도, 배를 타고 출항하는 어부들의 손놀림에서도 크레센도의 하모니로 다가온다. 그는 바닷길 따라 늘어서 있는 횟집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지나가는 꼬맹이들 모습에서는 어릴 적 모습이 보였다. 그도 친구들과 함께 바닷길 따라 길게 들어선 횟집을 지나 아찔하리만큼 깊은 물이 들여다보이는 선창가에서 뛰어놀곤 했다. 그때 옆집에 살았던 우성이라는 친구는 특별히 태성이와 단짝이었다. 어린 기억이지만 유난히 친했던 것 같았다. 그는 매일 친구들과, 횟집이 늘어선 이 거리를 따라 대장놀이를 하곤 했다. 그와 아이들에겐 좁은 수로를 가로 지르듯 바다 한가운데로 쭉 뻗어 있는 그 곳으로 가는 것이 하루의 중요한 일과였다. 여름이 되면 배들이 지나다니는 길을 건너 헤엄쳐 가는 형들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간덩이가 부은 행동이었다. 배가 지나가는 길에서는 빨리 벗어나야 하는데 만약에 배가 지나갈 때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면 배 밑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말 그대로 물귀신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것이 두려워서인지 물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했다. 그는 선창가에서 친구들과 한바탕 놀고 나면 횟집을 기웃거리곤 했다. 바닷물을 끌어 올려 수심상태를 보존하면서 고기들이 자연 상태로 보관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수족관은 그에게 신기함 그 자체였다. 그는 어릴 적 모습으로 수족관 앞에 멈추어 섰다. 많은 종류의 생선들이 물속을 헤엄치는 모습을, 그는 바라보고 있었다.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들이 얼마돼지 않는 공간이지만, 그들에게는 귀중한 삶의 현장이겠지! 라고 그는 느껴본다. 그런데 그들은 나를 볼 수 있을까? 나는 그들을 다 볼 수 있는데…, 갑자기 벨이 울렸다 휴대폰 소리가 다급히 느껴졌다.

 “한 검사님! 어디세요?”
 “왜 그러세요? 무슨 사건이라도 들어온 겁니다.”
 “방금 전 F호텔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했는데…, 좀 이상한 내용이 있어서요.”
 “이상한 내용이라뇨?”
 “자살자의 신원은 오십대 중반의 남자라고 하는데 그의 소지품을 검사하다보니 전  에 한 검사님이 말씀하셨던 태성 중공업의 이름이 적힌 수첩이 나왔답니다.”
 
 그는 순간 눈앞에 작은 아지랑이 같은 흔들림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태성 중공업이란 이름은 전화기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지만 김 형사의 또렷한 목소리였다. 김 형사는 같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진돗개로 불리고 있다. 한 번 사건을 맡으면 끝까지 해결하는 그의 성격을 보고 그들이 붙여 준 별명이다.  조그마한 키지만 양 미간의 꼬리가 위로 솟구쳐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단 기를 죽게 만드는 이미지이다. 게다가 운동은 태권도 ,유도 ,검도 , 종합 격투기 등 전부 십오단의 무술실력도 갖추고 있다. 그는 형사라는 직업을 자기의 천직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위험한 일도 자기는 즐긴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정말 형사 띠를 타고난 사람인지도… 만약 나라에서 최고의 대한민국 형사를 뽑는다면 자기가 아니면 누가 되겠냐며 큰소리치는 사람이다.

 “알았어요. 지금 바로 가죠. 김 형사님은 제가 도착하는대로 같이 현장으로 가 봅  시다.”
 “예, 알겠습니다.”
 
 그는 태성이라는 말을 듣자 자기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들어보지 못한 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졌다. 마치 자기 이름이 아닌 아주 오랜 옛날에 잊혀버렸던 아픔의 상처처럼 느껴졌다. 그렇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아픔이었다. 상처의 기억이었다. 자기 이름이면서도 한 동안 부르기를 꺼려했다. 그는 남의 입에서 자기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예민하리만큼 싫어했다. 왜 그랬을까? 그에게는 아버지의 흔적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아픔의 기억이 오랜 시간 멍에로 그를 사로잡고  있었다. ‘태성 중공업’ 아버지가 그토록 아끼고 피와 땀과 열정을 다 쏟았던 기업, 그런데 그것은 아버지에게 아무런 보답을 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큰 짐과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고 끝내 부도라고 하는 날카로운 칼날 앞에 맥없이 쓰러지고 만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부터 자기의 이름을 싫어했다. 주인의 손에 의해 생명을 얻은 이름이 나중에는 주인에게 파멸이라고 하는 아픔을 안겨다 주었던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검시부에서 이미 다 왔다가서 조금 있으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겁니다.”
 “김 형사는 주변인물에 관해 상세히 알아보세요, 그리고 예…,아니 됐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특별한 사항이 있으면 도중에라도 지체하지 말고 보고하세요.”
 “염려 마십시오. 검사님, 제가 어떤 사람입니까?”
 
 아들은 한순간도 아버지의 억울함을 잊지 않고 있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그는 잊을 수 없었다. 그렇게도 든든해 보이셨던 아버지가 눈앞에서 힘없이 죽어가는 모습을 그는 마음의 일기장에 적고 또 적곤 했다. 한인간의 어쩔 수 없는 연약함을 그는 어린 나이에 벌써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결심했던 것이다, 복수하겠노라고, 너무나도 좋은 이름이라고 지어 주셨던 할아버지의 사랑과 온 힘을 다 바쳤던 회사의 이름으로 자랑스러워하시던 아버지를 위해 꼭 갚아 주리라고 그는 다짐했다. 그렇기 위해서는 그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힘의 행함을 동경했다. 권력의 힘을 미워하면서도 그는 그것을 갖고 싶어 했던 것이다.

  “검사님!  제가 그 사람 신원를 확인했는데요.”
 
 김 형사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그만의 특유한 몸동작으로 좌우로 목을 흔들었다.

  “자살한 사람은 이름이 박 희열이고, 한주 물산 사장이었습니다.”
  “한주 물산이라면…, 혹시 전에 태성 중공업 하청업체가 아니었던가요?”
  “예, 맞습니다. 전에는 태성 중공업 산하에 하청업체였지만 태성 중공업의 부도로    인해 타격을 받아 부채가 늘고 생산원가의 급등으로 거의 문을 닫을 위기까지 처    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오히려 회사 재무 구조도 튼튼하    고 은행 신용도 또한 아주 높은 것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자살 동기는 뭐랍니까?”
  “글쎄요, 그걸 여러 가지 사항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히 집히는 것이 없어    서…,수면제를 먹었던 흔적으로 봐서는 계획성이 있었던 건 분명한데요”
  “틀림없이 뭔가(?) 있을 겁니다, 주변인물에 대한 탐문 수사는 나온 게 있습니      까?”
  “조사를 하다보니까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자살한 한주 물산 사장이 정치인과    도 자주 만남을 가졌다는 겁니다.”
  “누굽니까?”
  “한일민주당에 김성주 국회의원 이라고 합니다.”
  “김성주 의원?”
  “예, 소문에 의하면 대단한 인물이던데요. 국회의원만 4선인데다, 무엇보다 놀라    운 것은 그렇게 정치세계에 오래 있었는데도 아직 마땅한 집 한 채 갖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국회의원 초기시절부터 지금까지 월급으로 받는 돈을 늘 가난한    사람이나 서민들을 위해 쓴답니다. 이 시대 진정한 인물이라고 모두 한 목소리입니다.”
  “그래요?, 근데 그 사람 나도 기억에 어렴풋이 남는 것 같아 전에 한번 본 적이    있어요. 아버지 장례식에서 본 것 같아요.”
  “일단 그 김성주라는 국회의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세요. 특히 한주 물산 박사    장과 어떤 사이인지?, 또 어떤 거래가 오고갔는지?”
  “예, 알겠습니다.”
                                 
 그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창문 너머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햇살이 유난히 밝아보였다. 몸에 닿는 느낌이 부드러웠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해 보였다. 모두들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는지 걸음이 거침없었다. 꼭 그는 지구를 찾아온 외계인처럼  신기한 듯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지금 저들을 보고 있는데 저들은 내가 보일까? 그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며 얼마 전 고향에서 보았던 수족관이 머리에 떠올랐다. 수족관 안의 고기들은 무심한 척 모두들 자기의 길을 가고 있었다, 운 나쁜 놈은 요리사의 그물에 걸려서 횟 거리와 매운탕으로 손님들의 상에 오른다. 그들은 그 속에서 자기의 차례가 언제인지(?) 또 방금 옆에 있었던 고기가 사라진 것을 잊어버린 채 자기의 할 일에 바쁘다. 좁은 그 안에도 서로에게 인연이라고 하는 테두리 안에서 만남이 이루어지고 그 만남은 또 하나의 열매를 맺게 되겠지! 그것이 슬픔이든 기쁨이든 그들은 그로 인해 상처 받기도 하고 복수의 씨앗을 가슴에 심고 살아가겠지! 결국은 모두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인데….

 그는 창가에 있든 몸을 돌려 책상에 실은 채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상하다, 김성주의원 그 사람 딱 한번만 보았을 뿐인데 너무나 낮이 익어 마치 오랫동안 보아왔던 사람처럼…’ 물론 아버지와 절친한 친구사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 사업상 바쁘셨던 아버지는 밖에서 주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좀처럼 집에 사람을 데려오시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친한 사이임에도 아버지 살아생전에 같이 계신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검사님! 큰 거 하나 잡았습니다.”

 사무실 문이 열리며 김 형사가 들어왔다. 어느덧 시간은 정오를 넘기고 있었다. 어제 오후 미팅을 마치고 김 형사는 꼬박 밤을 새우며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재치 있고 입담 좋은 그는 자리에 한번 앉았다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정도였다. 밤사이에 풀어놓은 정보원들을 통해 수집해 오는 정보들은 그의 노하우였다. 그의 입가엔 의미 있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세상 참 요지경이란 말 맞는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검사님 이번 자살 사건은 제 육감인데 그냥 단순한 사건이 아닌 것 같습니다. 조  사 중에 박 사장의 비서에게 들었는데 박 사장이 김 의원에게 오래전부터 많은 협  박과 받고 고민에 빠지곤 했답니다.”

 김 형사의 말을 듣는 순간 그는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버지도 가끔씩 힘들어 하셨는데 이상하게 김 의원을 만나는 날이었던 것 같았다. 평소 집에서 그와 어머니에게 자상하셨던 아버지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 의원을 만나고 들어오신 날이면 안색이 어두워 보였다. 어린 나이임에도 어머니와의 대화중에 아버지는 김 의원의 이름을 들먹이셨다. 그는 김 형사가 알려준 정보를 토대로 김 의원에게 뭔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국회의원이란 자리는 권력이란 칼을 쥐고 있는 자리이다. 날카로운 칼날로 퍼덕거리는 생선의 배를 가르는 요리사의 힘이다. 요리사가 뼈를 추려 몸과 연결된 부위를 고리를 풀어내듯 깔끔하게 생선살을 떠내는 것처럼 정치인들은 자기의 칼을 들어 법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서민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하나씩 탐닉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교묘하게 법의 울타리를 피해서 말이다. 태성은 김 의원에게 무게를 두고 그의 뒤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김 형사님! 틀림없이 김 의원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을 겁니다. 이번 기회에 모조  리 밝혀내야겠습니다. 수사를 김의원 사생활과 정치활동에 대해 구체적이고 집    중적으로 진행하도록 하세요, 필요하면 다른 인원들을 지원해 드릴 테니까….”
 “진정한 프로는 솔로입니다. 그래도 혹시 딸리면 요청하겠습니다.”
 “조심하세요. 겉으로 위장하는 사람은 어떤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니까, 잘못  하면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호락호락 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명심하셔야  할 겁니다.”
 “눈치와 순발력에는 저만한 형사가 없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며칠째 김 의원에 대한 수사는 좀처럼 진전이 없었다. 의혹심외에는 …, 김 의원의  주변 인물들은 철저히 가려진 그의 실체를 누설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정말 틈을 볼 수 없는 인물이었다. 주변 인물을 제외하곤 그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를 참다운 정치를 펴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정치인이면서도 누구하고나 잘 어울리는 소박함과 자기 노선에 대한 뚜렷한 생각, 기회 있을 때 마다 국민 앞에 나타내는 그의 모습은 어느 것 하나 그릇 됨이 없어보였다. 대선을 일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소속당인 한민당에서 대선 후보까지 거론되고 있었다. 권력의 철옹성은 날로 높아져 갔다. 힘 있는 자리의 행보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영원한 권력이 없는 법, 하이 테너의 높은음자리는 내리막의 전주곡이다. 인생도 그렇다.

 “태성아! 네 얼굴 본지가 오래 됀 것 같구나!”
 “죄송해요, 할아버지 자주 뵙고 싶은데….”
 “괜찮아, 뭘 바쁘다는 것 다 안다, 태성아”
 “예, 할아버지”
 “난 너만 보면 마음이 흐뭇하단다. 너는 보배야! 우리 집안의 자랑이란다.”
 “에이, 할아버지 또 그러신다. 이제 너무 많이 들어서 제가 줄줄 다 외우고 있답니  다.”
 “허허허, 녀석….”
 “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만 생각하면 너무 자랑스러워요. 제가 어렸을 때 늘 할  아버지와 함께 나가면 모든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존경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답니  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저는 할아버지가 너무 좋았어요.”
 “아니! 우리 태성이가 그럴 때가 있었구나! 허허허”
 “그래, 네 엄마는 잘 있고?”
 “네, 요즘은 조금 나으신 것 같아요.”
 “쯧쯧쯧…,흐음 태성아!”
 “예 할아버지”
 “네 엄마한테 잘해야 한다. 네 아빠 보내고 엄마가 무척 많이 힘들어 했을 거야”
 
 어느 덧 할아버지의 눈가엔 마른 이슬이 보였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비의 마음을 애써 절제하는 눈이었다. 노인은 손자의 얼굴을 바라보면 아들이 살아 돌아온 것만 같은 기쁨을 느꼈다. 아니 그것은 기쁨이기보다는 슬픔이었다. 아들이 떠나간 자리에 자기가 먼저 갔어야 한다는 죄의식이라 할까! 그래서 그는 손자를 보면 눈물이 난다. 부모와 자식은 마치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무지개 같다. 비온뒤 세상을 비추는 무지개는 일곱 색깔의 조화로 하늘이 내려주는 사랑의 열매를 땅에 있는 인간들에게 자식이란 인연의 끈으로 묶어주는 조물주의 예술작품이 아닐까! 그는 노인의 손을 잡고 노인의 아들이 되어 말없이 매 만진다, 너무나 거칠었다. 이 손으로 아버지를 기르셨다. 그는 손마디마다 체온을 느끼고자 힘 있게 꼭 쥐었다.

 “할아버지!, 저 잘할게요. 걱정 마세요. 제가 누구에요? 할아버지 손자라고요.”

 그의 전화가 주인을 부른다, 들뜬 김 형사의 음성이 한 옥타브 높게 들렸다. 김 의원 뒤를 알아보던 중 뜻하지 않은 단서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사장과 관계된 것이다. 바로 태성 아버지와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아주 오래전의 일인데…, 그는 흥분의 기운을 느꼈다.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옛날 기억을 되살리게 했다. 아버지가 괴로워했던 원인이, 그리고 그렇게 빨리 가셔야만 했던 이유가 어쩌면 김 의원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상하리만큼 강하고 확실한 육감으로 다가왔다.

 “삐~이, 삐~이, 무슨 일인가?”
 “검찰에서 사람이 나왔는데 의원님을 꼭 뵈었으면 한답니다.”
 “무슨 일로?”
 “한주 물산 박 사장님과 관계된 일인데 직접 뵙고 말씀드린답니다.”
  “드려 보내게”
 
 국회의원 김성주라는 이름이 새겨진 책상이 유난히 빛이 있어보였다. 한 검사는 그 앞에 마주 앉았다. 그의 마음속에 질문의 물음표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날쌘 자가용처럼 김 의원을 향해 돌진할 기세였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바쁘신 가운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당연히 협조해야죠?”
 
 그의 말에는 여유가 있어보였다. 극히 자연스러운 인사말이었다.

 “얼마 전 F호텔에서 발생했던 한주 물산 박 희열 사장 자살 사건 알고 계십니까?”
 “예, 저도 뉴스를 통해서 들었습니다. 참 애석하게도…마음 아픈 일이지요.”
 “자살 하신 박 희열 사장님과는 평소에 친분이 두터웠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습니다”
 “뭐, 친분이라기보다는… 몇 번 만나기는 했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박 사장이 자살하게 된 동기 말입니다.”
 “글쎄요, 나도 그게 참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김 의원님! 태성물산 한 사장은 잘 아십니까?”
 “아니! 이 양반이 지금…, 지금 뭐 하는 거야?”
 “잘 들어요. 당신이 아무리 숨겨도 나에게는 안 돼. 박 사장이 왜 자살했는지? 당  신이 애기하지 않는다면 저는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당신한테  애기해 둘게 있는데 십년 전 갑자기 부도로 파산되었던 태성 중공업 사장은 바로  내 아버지셨어. 당신, 뭔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숨기는 것은 당신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니까 명심 하십시오 그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내가 꼭 밝히 거  니까 더 늦기 전에 진실을 말씀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미친 놈, 어디서 이런 겁도 없는 놈이 굴러 와서 협박하는 거야. 원래 법을 공부  한 놈들은 아래 위도 없는 모양이군, 좋은 말로 할 때 나가 주었으면 하는데…”
 “당신의 가면을 꼭 벗겨 버리고 말겁니다. 두고 보시죠”
 “진짜 눈앞에 보이는 게 없 구만. 젊은 사람이 패기가 있어 보여서 이번만큼은 그  냥 넘어가지만 다음에 몸조심해야 할 거야.”
 “의원님의 말씀 꼭 기억에 담아 두겠습니다. 이번엔 그냥 가지만 다음엔 반드시 영장을 가져 올 테니 기대 하십시오.”
 “젊다고 항상 기회 있는 것 아니니 해볼 테면 어디 마음대로 해봐”
 
 두 사람은 마치 오래된 살타래 처럼 서로를 향해 한 치의 양보도 보이지 않았다. 누가 봐도 둘 중에 하나는 끝장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 검사는 자신이 검찰이지만 상대 역시 만만치 않는 권력의 힘을 가진 인물이라 내심 긴장하기도 했다. 만약에 잘못 알고 넘겨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의 앞날에 치명적인 결정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물러설 그가 아니었다.

 “엄마! 어쩐 일이예요?”
 “많이 바쁘니?, 아들 얼굴 다 잊어버리겠구나!”
 “그렇죠?, 죄송해요 오늘은 꼭 들어갈게요.”
 “빨리 결혼이라도 시켜야지 안 되겠다. 매일 같이 외박이고…, 내일 무슨 날인지    아니?”
 “글쎄요?”
 “너 아버지 아들 맞아?”
 “아차! 벌써 그렇게 됐어요?”
 “그래, 아버지 기일이니까 오늘은 꼭 들어와야 한다. 너희 할아버지가 아시면 얼마  나 서운하시겠냐?”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엄마는 오늘 어디 좀 갔다 올 테니까 그리 알고 일찍 들어오너라.”
 “아니, 엄마! 또 거기 가실 거예요?, 거기 순 엉터리인데….”

 해마다 이만 때쯤이면 그녀는 찾아가는 곳이 있었다. 아들은 그런 그녀를 보면 마음 홀리는 곳인데 괜한 걸음 하신다고 투정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달랐다. 남편이 떠난 후 그녀의 마음은 추운 겨울이었다. 말할 수 없는 죄의식과 미안함이 그녀의 일상이 된 것이다. 그녀는 전과 달리 말수가 많이 줄었다. 남편의 회사가 부도로 인해 파산된 것과 그의 죽음은 자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자책했다. 남편이 죽고 난 뒤 그녀는 알게 되었다. 회사의 파산이 의도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배후엔 김성주가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아들에게는…. 그녀는 조금이라도 사죄하고 싶었다. 비록 가고 없지만 남편에게 그리고 곁에 있는 아들에게…, 그래서 해마다 남편의 기일이 가까워 오면 찾았다. 평소에 그녀는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그날만큼은 남편의 영혼을 위로하고 아들의 미래를 위해 빌고 싶었다.
                                 
 
  “큰 일이 벌어질 겁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큰 일이 벌어지다니요.”
  “혈육의 인연이 피로 물들여 진다는 겁니다.”
  ”……”
  “사모님! 맘을 크게 잡수셔야 합니다, 사랑하는 아드님을 위해서도요”
  “그러면…”
  “한 사람이 죽어야 합니다. 둘 중에 한사람이…”

 모든 것이 갑자기 정지된 느낌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나쁜 년이야!, 차라리 내가 죽어서 이 상처를 씻을 수만 있다면…”
  “그것은 안 됩니다.”
 
 김 법사의 얼굴엔 단호함이 흘렀다. 평소에 신통하다는 소리를 들어왔던 그였다. 입소문에 따르면 그는 사람의 앞일도 훤히 내다보는 비범한 능력이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도사라고 부르기도 했다.

  “아드님에게 사실대로 밝혀야 됩니다. 충격이 클 겁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        습니다, 하늘이 맺어준 혈육의 끈은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요. 희생이    따를 수도 있습니다.”

 그녀는 말없이 일어섰다. 그리고 집에까지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자기의 실수로 인해 사랑하는 아들이 일생동안 상처를 안고 살아갈 걸 생각하니 그녀는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들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그게 정말 사실입니까?, 그렇다면 한국물산 박 희열 사장의 죽음과 태성 중공업    부도 사건의 실체가 모두 김성주에 의해 조작된 거군요.”
  “확실합니다, 검사님! 김성주의원 그 사람 알고 보니까 정말 이중인격자이더군요.    원래 정치하는 사람들은 다 그렇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든 사람들을 철저히 기만하고 가지고 놀았던 겁니다. 그런 놈은 대한민국    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나라도 팔아먹을 겁니다.”
  “김 형사님! 김 의원와 연관된 부정부조리 위법내용들과 증거물들을 확실하게      확보하세요, 모두 준비되면 영장 발급해서 바로 체포할겁니다.”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요.”
 
                                 
 김 형사의 얼굴에는 기운이 솟았다. 그동안 수사가 어려워 힘들어 하던 표정이었는데 물 씻은 듯이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역시 형사가 천직인 것 같다.

  “김 의원이 그동안 정치, 사회, 재경 쪽으로 저질렀던 범행들입니다”

 한 검사는 눈이 빨라졌다. 손으로 넘기는 장마다 김성주가 지은 범행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시선이 한곳을 집중했다. 거기에는 태성중공업의 부도 사건을 김성주가 태성중공업 거래은행의 은행장들에게 협박하여 조작했다는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김성주는 은행장은 물론 사회 각계 인사들과 친분을 두텁게 쌓으면서도 그들의 약점을 모두 캐내어 알고 있었다. 남의 약점을 자기의 방패막이로 사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태성 중공업 한 사장은 예외였다. 그는 한 사장에게서는 그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한 사장은 그를 언제나 친형제처럼 생각했고 믿었다. 물론 그것은 김성주의 실체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속에 음흉함을 품고 기회만을 노리는 그에게 한사장은 당하고 만 것이었다. 사연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는 김 의원은 한사장과 만나면 자기가 잘 가는 고급 술집에 데려가곤 했다. 하루는 김 의원이 술김에 해서는 안 될 실수를 한 것이다. 사소한 언쟁 중 그만 한사장이 듣지 말았어야 하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날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되어 큰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태성 중공업 부도사건은 철저히 조작된 계략이었습니다.”
  “한주 실업 박사장의 자살사건도 따지고 보면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의문이 가는 게 한주 실업 말입니다. 지금까지 알기로는 부채규    모나 자산 상태를 보아서는 분명히 부실기업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실체는 반대였    단 말입니다.”
  “운영주가 실제로는 튼튼한 재정규모를 가진 회사를 부실기업으로 소문            을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누군가의 협박을 받았다는 결론인데. 왜 그랬을까요?    그 이유는 건실한  개인 기업을 부실기업으로 다운시켜 헐값에 인수하려 했던 나    쁜 놈의 계략 때문입니다. 바로 김성주 의원 말입니다. 그는 국회의원이지만 기업    인수 브로커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악종 브로커 말입니다. 태성중공    업도 억울한 파탄이었죠.”
 “아니 그럼 이런 놈을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안 되죠. 당장 쓸어버려야 되는 거 아    닌가요? 왜 하라는 일은 안하고 국민들 등 처먹을 생각만 하는지… 아 정말 정치    하는 놈들 다 도둑놈 같아 다 잡아 집어넣어버렸으면…, 에이! 열통 터져 국민들  은 누굴 믿고 살라는 거야.”
 
 “김 형사님! 지금 바로 출동합시다.”

 권력은 흐르는 물과 같은 것이다. 붙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것이 권력의 실체가 아닐까? 욕심의 잉태가 겉 잡울 수 없는 파멸의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인간들은 왜 모르는 것일까? 한민당의 대선주자로 손꼽히고 있던 김성주의원 그는 돌일킬 수 없는 파멸의 열차를 타고 있었다. 철로가 끊겨있는 줄 모르고 달리는 열차는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그에 부정 부조리에 대한 투고는 끝이 없었다. 그동안 곪았던 것이 터진 것이었다. 하루아침에 그는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는 영웅에서 범죄자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그의 범행은 엄청난 파장이었다. 사회의 모든 악을 독식한 채 겉으로는 아량을 베푸는 비열한 인물이었다. 그는 재판에서 내린 판결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국회의원, 그것도 차기 대권후보에까지 거론되었던 그가 예측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하루아침에 철창에서 생을 마감해야 한다는 선고를 받게 될 줄을….

 “김 형사님! 수고 많았어요. 오늘 어떻습니까?, 모처럼 시간이 나는데 한잔하시죠?  사건 마무리 자축 겸”
 “좋지요,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두 사람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평소에 잘 가는 단골집을 찾았다. 그들이 들어간 곳은 사무실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강변에 자리 잡고 있는 포장마차였다. 맡았던 사건이 해결될 때마다 찾는 곳이라서 그런지 포장마차 주인은 그들의 얼굴을 보면 수고하셨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곤 했다. 맛깔스러운 양념을 발라 지글 지글 구워내는 낙지안주와 포장마차 사장의 특별메뉴인 해물 우동은 그들의 소주잔을 응원하는 도구였다.

 “검사님!, 저는 이번 사건이 정말 제 형사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    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권력이라는 것이 사람을 행복하게도 할 수 있지만 그것의  잘못된 길로 접어들면 마지막엔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주는 교  훈인 것 같아요, 이제는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저런 사람들로 인해 아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검사님!, 혹시 애기 들으셨어요?”
 “무슨 애긴데요?”
 “김 성주의원 수사과정에서 우연히 그의 가까운 측근으로부터 들은 애긴데, 그 사  람 전에 알고 지내던 여자가 있었답니다.”
 “그야 누구에게나 젊었을 때 한번쯤 있는 일 아닌가요?”
                                 
  “근데 중요한 건 두 사람 사이에 아기가 있었다는 거죠, 그 사람말로는 김 의원    이 단 둘이의 술자리에서 애기를 하더랍니다.”
  “그래도 양심이 조금은 남아있었던 모양입니다, 괴로워한걸 보면…”

 두 사람은 모처럼 여유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술이 취기를 차지할 무렵, 그들의 발길은 집을 향했다. 가로등 사이로 희미하게 들여다보이는 하늘은 오늘따라 더욱 짙어보였다. 비가 올 모양인지 별은 보이지 않았다. 색깔을 감춘 구름은 전에 고향에서 보았던 수족관의 고기처럼 별을 잡아먹은 것일까! 그는 수족관의 고기가 자기보다 작은 물고기를 삼키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간혹 작은 물고기를 수족관에 넣어두기도 한다는 수족관 주인의 말에 그는 애처로운 마음으로 쳐다보곤 했다. 자기를 향해 덮쳐오는 공포를 피하려고 필사적으로 헤엄치는 작은 생명들…그들을 향해 덤벼드는 덩치 큰 포식자들 그는 순간 섬직 했었던 것이다. 밤하늘을 덮고 있는 구름은 수족관 속의 포식자였다. 세상도 포식자 천지이다. 상대를 이겨야 자기가 살 수 있다는 포식자들….

  “오늘 따라  좀 많이 취했구나!”
  “예! 그동안 맡았던 사건이 마무리 되어서요.”
  “……”
  “어머니! 제가 맡았던 사건의 범인인 김성주 의원 말입니다”
  “으응…, 왜?”
  “오늘 술자리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그 사람 사귀던 여자가 있었데요.”
  “그…그래! 그런데?”
  “그 놈도 양심이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그 여자가 자기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있    다는 것을 괴로워하면서 자기 측근에게 애기 한 모양이에요. 나 같으면… 어떡해    그럴 수 있을까요?”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자기가 책임지지 못 할 거면서…, 정    말 생각 하면 할수록 질이 나쁜 인간이에요.”
  “애야! 그만 하고 자거라…”
  “왜요?, 어디 편찮으세요?”
  “아니다, 아프긴… 매일 노는 사람이 뭘…”

 그녀는 아들 앞에서 피하고 싶었다. 부모로서 진실하지 못 한 것에 대해서 그녀는 아들의 얼굴을 바로 쳐다 볼 수 없었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사랑의 열매로 기쁨을 가져다주지만 항상 그렇지 못하다는 것, 타인에 의한 것이든 스스로 원한 결과이든 간에 그 책임은 자식을 낳은 부모에게 있다는 것, 그래서 그녀는 혼자 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심했다, 지금은 아들에게 모든 것을 말하기로….
     
  “뭐라고요? 어머니! 방금 제가 잘못 들은 거죠?, 아니 김성주 그 사람이 제 생부    이라니요?”
  “태성아! 이어미를 용서해다오”
  “아니죠? 그럴 리가 없어요, 어머니 지금 농담이시죠?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 이    건 아니에요, 이건 아니라고요, 설령 사실이더라고 해도 변한 건 없어요. 그리고    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제 아버지는 태성 중공업 한 성민 사장님 이십니다.”
  “그 사람! 예전에는 좋은 분이셨어. 우리는 사랑했었단다. 비록 가난한 집안의 아    들이었지만 그에게는 꿈이 있었지, 바른 꿈 말이야 이 나라를 위해서 바르게 살    겠노라고 다짐하던 청년이었어. 그리고 이어미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분이야!
  “그런데 왜? 그 사람이랑 결혼하지 않았던 거죠?”
  “지금 와서 너에게 이런 말하면 변명 같겠지만 우리는 결혼을 할 수 없었단다.”
  “말도 안 돼. 정말 사랑한다면 왜 못해? 그건 아니에요”
  “가난하다는 것 때문에 그는 나를 포기해야만 했어. 너희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는 절친한 친구사이로 미리 다 약속이 되어있었던 거야,  도망칠 생각도 했었지.    하지만 그럴 수 없었어. 그때 나는 이미 너를 배속에 품고 있었고 그 사람은 아    직 학생이었으니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린 나이에 철없는 행동이라 여겨지지만    그땐 진실했단다. 두 사람 모두. 그 사람 결코 나쁜 사람 아니야, 나쁜 사람은 바    로 이 어미란다. 태성아! 용서해다오. 너에게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니.”

 밤바다의 바람은 육신의 상흔을 할퀴듯 그를 난도질 했다. 그는 성난 바다처럼 분노했다. 자신의 존재를 잊고 싶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이 모두 거짓으로 다가왔다. 고약한 신의 각본이라고 믿고 싶어졌다. 그는 바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바다가 수족관의 물처럼 느껴졌다. 그 속에 자신이 보였다, 아버지도….

  “태성아! 정신 차려, 어미다 이 어미 알아보겠니?”
  “……”
  “한 검사님! 이게 어찌된 일이십니까?”
  “누구시죠? 당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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