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끌고 가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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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493회 작성일 2008-10-17 14:45본문
세상을 끌고 가는 차
이월란
아들아이가 운전연습을 시작했다
허가증을 가지고 직접 운전을 할 때마다 난 조수석의 잔소리꾼이 된다
길이 늘 평탄한 것은 아니다
비포장 도로가 갑자기 이어질 수도 있고
차선이 상식 이하로 좁아질 수도 있다
앞 차가 돌연 속력을 줄일 수도 있고
푸른 신호등으로 바뀌자마자 사선으로 돌진해 오는 차가 있을 수도 있다
브레이크도 없는 조수석 바닥에서 자꾸만 발에 힘이 간다
발등에 내린 작은 각도에 따라 차는 정직한 속력을 낸다
정지 사인이 보인다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걸 일도 아니다
세상이 흔들릴 땐 차도 따라 흔들린다는 것을
내가 흔들릴 땐 핸들도 따라 흔들린다는 것을
두려움과 원망 속에선 핸들 잡은 손등까지 푸르게 변한다는 것을
두 손에 쥐어보고, 핸들 아래 앉아 보아야 알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아직 말해주지 않았다
아이를 내려주고 핸들을 잡아 의자를 다시 조정하며
액셀을 밟았던 그 아이의 다리와 핸들을 잡았던 두 팔의 길이를 가늠해 본다
사거리 신호등과 정지사인 아래서 잠시 두리번거리던 그 아이의 가슴을 짚어본다
어릴 때처럼 많이 안아 주지도, 업어주지도, 쓰다듬어 주지도 못했고
어른이 되어가는 두 볼에, 고집이 늘어가는 이마에, 섣부른 의지로 굳어지는 입술에
키스를 해 준지도 오래 되었다
팔씨름을 하며 웃어본지가 언제였던가
실루엣표적같은 도착지를 향해 화살처럼 달려야만 하는 삶이란 것을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길을 늘 익혀 두어야 한다는 것을
제한속도 안에서만 달려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아직 말해주지 않았다
세상을 반 이상 살아왔어도 아직 가보지 않은 길들이
세상엔 더 많다는 것을
세상의 수많은 길보다 더 많은 길들이 핸들 앞에 수평으로 앉은
작은 가슴 속에 있다는 것을
나는 아직 말해주지 않았다
그 아인 세상 밖으로 이미 나가버렸는데
아직도 난 그 아이 속에 앉아 있다
열 여섯 해 동안 부모가 데려다 준 선물가게같은 공간 속에서만
물끄러니 앉아 있더니 이젠 스스로 세상을 끌고 다니겠단다
이 무거운 세상을
2008-10-16
추천6
댓글목록
장운기님의 댓글
장운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학제때 뵙고 인사 드리내요 잘계시죠??
올리시는 글은 잘 보고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조남옥님의 댓글
조남옥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성장을 한 자식은 부모의 품을 떠나것만
부모는 그 자식을 늘 가슴속에 품고 사는가 봅니다.
감사히 머물어보며
평안을 빕니다.
새내기 인사 드려요.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품안의 자식이라 하던가요.
요즘 아이들
머리보다 키가 더크고
가슴보다 허리가 더 굵어 지지요.
세태가 그러 한 것을요.
부모는 그래도 한평생 눈물과 한숨을 숨기며
가슴에다 묻고 살지요.
늘, 평안을 누리시기를....
김현길님의 댓글
김현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현대를 살아갈려면 운전은 필수가 아니라 꼴수지요.
이 무겁고 험난한 세상을 끌고가야 하는 어쩌면 불상한 내 자식들이지요.
자식을 향한 애틋한 사랑을 엿보고갑니다.
김상중님의 댓글
김상중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자식은 세상밖으로 나갔는데 부모는 그 아이를 끌고다니는가 봅니다
자식사랑을 듬뿍보고 갑니다
최승연님의 댓글
최승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신글 뵙고 갑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