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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풍경이 작은 떨림으로 다가왔다.(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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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847회 작성일 2007-06-14 13:22

본문

출근은  거의 매일 카플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카플 짝꿍이 휴가를 내는 바람에 모처럼 버스를 타는 자유를 찾았다. 버스정류장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이다. 한 달에 한두 번 타는 버스지만  정류장까지 가는 길은 내게 늘 많은 풍경이 반긴다.
골목길 넝쿨장미는 얼마나 꽃을 피웠는지. 담쟁이 넝쿨은 얼마나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 가고 있는지. 모퉁이 집 할머니의 건강은 좀 호전 되었는지. 그 할머니 집 화단의 야생화들은 올해도 여전히 흐드러지게 꽃망울을 터트렸는지. 할머니의 화단은 야생화의 집합소이다. 긍낭화, 매발톱, 앵초꽃, 별꽃 원추리.......그리고 작은 도가지에서 자라는 옥잠화 ,연등이 늘 그분의 유일한 식구이자 친구들이였는데, 가끔 나도 그들이 품어내는 향기에 끌려서  퇴근 시 잠깐씩 들어가 구경하고 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굳게 닫힌 대문 때문에 늘 담장너머로 슬쩍슬쩍  들여다봤을 뿐이다.

늘 정갈하게 정리 되었던  화단이 할머니 손길이 끊긴지 불과 몇 달 밖에 안 되었는데도 잡초 속에 묻혀  앵초같은 키 작은 꽃들은 아예 눈에 띠지도 않았다.  뭐든 관심주고  손길가야 제대로 그 가치를 발휘하는 이치이다. 할머니는 올 봄에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는 바람에 서울 사는 아들이 모셔 갔다.  아직 병원에서 투병중이라는 소식이 간간히 들려 올뿐인데 오늘  슬쩍 내 눈길이 담장을 넘고 보니  아마 그분이 이 작은 화단이 그리워 상사병이 보태진 건 아닐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리 걱정하며 부지런히 정류장을 향하고 있는데  가끔 학교앞에서 뵙는 어르신 한 분이
"Good monring !"
하신다.
노인 일거리 창출의 차원에서 몇 몇 어르신들께서 초등학생 등하교 길 교통 지도 도우미를 하고 계시는데 그 분 중에서  일흔이  다 된 듯한 머리에 하얀 서리 맞은 멋쟁이 할아버지가  손을 흔들며 환환 미소까지 건네주신다.
얼떨결에
 “네 할아버지 오늘 따라 더 멋지시네요.”
화답했더니
“Think you!  How are you feeling”
이러신다.
나도 뭔가 영어로 대답하기는 해야겠는데 좀처럼 입이 열리지 않았다. 미소로 일관하며 넙죽넙죽 인사만 하다가
 “I'm fine”     
대답하고 등교 길 아이들에게도 연신
 "watch out ! "
외치시는 그 분의 등 뒤로 쫓기듯 종종걸음 쳤다.
 
살면서, 적당한 자극은 있는 편이 오히려 좋다고 하지만 오늘처럼 부끄러운 적은 드물다. 근 십여년을 영어 과목을 공부했으면서도 정작 기본적인 대화조차 막혀버리는 나의 현실앞에서.
두둑한 어르신의 주머니에는 너덜너덜 닳은 두툼한 단어장이 들어 있었다는 거, 도망치듯 돌아서며 곁눈질로 슬쩍 엿봤다. 아이들은 조잘조잘 잘도 대답한다. 그럴듯한 몸짓 까지 해 가면서.
어르신이 하시는 일은 결국 교통정리만이 아니었다.

밤새 깔끔하게 샤워 끝낸 들녁 품에서 자신을 버려 세상을 찬란히 빛내는 아침햇살을 안으며 사무실을 들어섰다.
“좋은 아침입니다”
나의 하루가 작은 떨림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07년6월14일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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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미순님의 댓글

이미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해 놓은 시간 없이 풀꽃들 피고 지는 골목길
담장 너머 보는 재미 솔솔합니다
저 또한 집 근처에 담장 너머 넝쿨장미 보는 멋스러움 홀로 즐기며 출 퇴근 하는 걸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김옥자님의 댓글

김옥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할머니의 건강이 걱정입니다 하루 빨리 대문을 열고
아름다운 꽃 많이 피워주시면 좋겠습니다
학교앞에서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시는 어르신  언제까지나 건강하시기를 바라면서
선생님의 잔잔히 흐르는 아름다운 글, 잠깐 편하게 쉬었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은  일상 하나에서도  감동을  일으키시는 시인님은
역시,  시인님 이십니다.ㅎㅎㅎ
시인님의  일상이  눈에  그려  집니다.ㅎㅎ
후덕하신  선생님 이시고  자상한  어머니, 그리고  백년지기 같은  아내로서....
유월,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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