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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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537회 작성일 2020-12-07 18:11본문
우리 동네 소나무
이 순 섭
능동에 가면 어린이대공원이 있습니다
과천에 가면 서울대공원에 있지요
물 흐르는 수도꼭지 옆 느티나무만 있고
소나무만 있는 걸
일 년 넘게 몰랐어요
소나무 뿌리 관을 타고 구정물 흘러보낸다
설거지 내품는 물소리
순수하신 분 떡 하나 주며
“두 개 드릴까요?”
“됐습니다.”
아쉽다 술 냄새 안 풍기며 가만히 있을 걸
정말로, 정말로 나만이 알 수 있는 것
나만이 품은 리듬이 들려오면 가사가
뜻밖에 느티나무 가지 위 비둘기 둥지
새끼 알 품은 어미 비둘기
흙만 있는 화분과 바닥에 지우지 말라고
가슴에 쓰는 글씨 쓰라고 짙은 잉크 뿌린다
몸 가까이에서 뿌려지는 물에도, 나무에 연결된
솔에도 지워지지 않는 지독한 글씨 내리는 액체
비둘기 날개에 더위 막혀도 태어나기 전 알 구르는 소리
차라리 갓 낳은 계란 한 알
천만금 보다 소중하게 전해주는 눈물 나는 손길
우리 동네 소나무
참지 못하는 잠결 마음 내려놓아도 좋으련만 아쉬운 잠결
못내 아쉬움 이어지는 내일이라는 이름
미안해, 내가 말 못했어, 용서해줘 소나무야,
하늘은 슬픈 이야기 쓰라고 하얀 비 뿌리고 있구나
슬픈 글 인간의 쓰레기는 육지에도 쌓이지만
바다에도 흘러 쌓이고 있습니다
비 내리는 우울함에 슬픔을 더하고
말 없는 침묵은 겹겹이 모여듭니다
누구도 아니지만 나만을 위한 것을 피하고
좋은 것이 남에게 전해줘도 모르는 세상
있는 그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나만을 위한 기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되게 하소서
위에서 아래로 휘어진 자음이라고 모음과 어우러져
예쁜 뚜렷한 글자가 써지게 하소서
끝내 이루어진 소나무 뿌리에서 흘러
글자 된 글씨에 꽃씨로 이 땅에 뿌려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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