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뻐꾸기는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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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노귀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332회 작성일 2021-03-08 21:17본문
아직도 뻐꾸기는 무죄
노 귀 곤
찔레꽃 피는 봄날이면
뻐꾸기 우는 소리 애잔하다지만
그것은 우리의 통념일 뿐
춥고 별 볼 일 없는 겨울에는
따뜻한 남쪽 이국땅에서 비실거리다가
꽃피고 새우는 봄이면
도둑처럼 소리 없이 이곳으로 들어와서
짝 찾아 밤낮으로 울어 대다가
가장 먼저 부화 되도록
유전자 조작한 제 알 하나를
애꿎은 개개비 둥지에 밀어 넣곤 그것으로 의무 끝 선언
그때부터 미련 없이 잘 먹고 놀다가 추워지면
다시 남쪽으로 도피하고 마는 파렴치한이다
개개비 둥지에서 먼저 부화 된 뻐꾸기 새끼도
유전적 본능에 따라 작은 개개비 새끼와 알 모두를
추락사시키고는 개개비의 독자獨子 행세를 하다가
성장이 끝나고는 제 갈 길 가버리는 꼴은 어미의 판박이 악질이다
표리부동한 이 뻐꾸기를
주거침입죄, 자손 유기 및 부양의무위반죄
살해교사죄 혐의로 고발하였다는 소문은 있으나
주거부정으로 신병 확보가 어렵고
어쩌다 열린 법정에서도 배심원단의
온정주의적 접근 심리 때문에 현재까지도 미결 상태라는데
이것을 비정한 생태계의 한 모습으로 이해하고 말 것인지
제 새끼도 알아보지 못하는 개개비의 무지 탓으로 돌리고 말 것인지
솔로몬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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