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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찔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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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정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7건 조회 949회 작성일 2006-03-11 10:07

본문



[습작중]

위험한 밤손님






어둠이 잔뜩 내려깔린 밤 2시 반, 세상 사람들이 죽은 듯이 드러누워 모든 것들을 잊은 채 호흡만 깔딱거리는 이 시간은 그 어떤 희로애락도 없는 고요한 밤이다. 요란하게 아파트 초인종 소리가 울려서 나가보니 술 취한 밤손님이었다. 정장차림으로 넥타이는 반쯤 풀려서 아무렇게나 앞가슴에 덜렁거리고 있었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표정엔 취기가 가득했다. 나를 보자 그분은 혀 꼬부라진 소리로 ‘아, 실례했습니다’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급히 달아났다. 그분은 아마도 우리 아파트에 사는 분으로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분 같아 보였다. 다시 방에 들어 잠을 청하려는데 또다시 대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대문손잡이를 이리저리 마구 돌려대면서 두드려대는 소리였다. 나가보니 그분이었다. 그분은 나를 쳐다보곤 도망치듯 달아나버렸다. 나는 다시 수면에 빠져 들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또다시 초인종이 고요한 거실의 정적을 깨뜨렸다. 문을 열고 나가니 그분이 또 오셨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분이 자신의 집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눈치 채고 모셔다 드릴 생각으로 “저가 댁을 찾아드리겠습니다. 동호수를 말씀해 주십시요”라고 했더니 손을 흔들며 부리나케 도망쳐버렸다. 갈지자걸음인데도 무척 빨랐다.
무려 한 시간을 넘게 아파트 이집 저집을 헤매며 초인종을 눌러댔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분을 못 본체 그냥 두고 잠을 잘 수는 없었다. 인터폰으로 경비실을 호출해서 자조지종을 설명하고 지금 우리 동(棟) 계단에서 헤매고 있을 그분의 댁을 찾아드리고 결과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결과를 알려 받고자 한 것은 경비원에게 확실히 책임을 부여하고자 하는 심사이기도 했지만 그분이 안전하게 댁을 찾았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십 여분이 지나고 경비실에서 모셔다 드렸다는 연락이 왔다. 10동 4층에 사시는 분이었는데 9동에서 헤맸던 것이다. 그분의 모습이 마치 그 어느 날의 내 모습 같았다.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동창생 녀석들과 어울려 술판을 벌리고 놀다가 귀가하는 길이었다. 택시를 타고 우리 아파트 정문에 내려서부터 나의 몸과 마음은 초점을 잃었다. 호랑이에게 물려도 정신은 차려야 한다는 순간적인 생각으로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애를 써 보았건만 내 정신은 형광등처럼 희미하게 점멸하기를 거듭했고, 두 다리는 완전히 풀려서 몸을 가누기가 쉽지 않는 꼴 볼견의 모습이 되었었다. 희미한 정신으로 내 집을 더듬어 가다가 가로등도 없는 어두컴컴한 어느 구석진 곳에 그만 쳐 박혀버렸다. 시간이 자정을 넘어선지라 인적도 거의 없었다. 한참 동안을 쳐 박혀 있다가 정신을 차려서 무엇인가를 붙잡고 일어서보니 주차장된 승용차들 사이의 틈바구니였다, 인기척이 나서 쳐다보니 젊은 연인 한 쌍이 걸어오고 있었다. 난 도움을 청했다. 젊은이는 나를 비켜 휑하니 달아나버렸다. 한 걸음도 제대로 옮겨 놓을 수 없는 지경에서 승용차에 겨우 몸을 기댄 채 흩어진 나의 정신력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꼭 그래야만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순간적으로 뇌리에 스쳤기 때문이었다. 웬 남자 한 분이 지나가는 것을 희미하게 발견하고 난 정신을 바짝 차려서 최대한의 정중한 어투로 도움을 청했다. 그러지 아니하면 또다시 비켜 가버릴 것 같아서였다. “좀 도와주세요. 저가 술이 과하여 우리 집이 근처인데 찾지를 못하고 헤맵니다.” 그분이 다가와서 동호수를 물었고, 나를 부축하여 우리 아파트 동 입구까지 데려다 주어서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었다.
20대 젊은 시절, 부산의 대티고개 위에서 낮에는 직장생활, 밤에는 가정교사생활을 하며 지날 때였다.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술 깨고 정신 차린 후 알게 된 사실이다. 친구 녀석 장가가는 날 참석했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1.8리터짜리 소주 두병을 마시고 시내버스를 타고 연지에서 출발해서 대티고개 정상에서 하차해야 했었는데 그만 한 코스 전 동아대학교 정문 앞에 하차를 해버린 것이 착오였다. 과음 때문에 하차장소가 헷갈려버린 것이었다. 그때는 자정을 기하여 통행금지가 있었던 시절이었고 내가 탄 시내버스는 마지막 버스였다. 버스에서 내렸는데 도대체 알 수 없는 낯선 곳이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방금이라도 칼 든 강도가 나타날 것 같은 캄캄한 구석진 도로였다. 그날따라 겨울 칼바람이 살을 에는 듯해서 술 끼 오른 내 얼굴까지도 시리고 아릴 정도로 매서웠다. 아무리 정신을 가다듬고 방향감각을 찾으려고 용을 써도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길 건너 가느다란 불빛이 눈에 띄어 다가가보니 구멍가게였다. 자정이 임박하여 셔터 문을 닫기 직전이었다. 난 도움을 요청했으나 통행금지 시간이라서 도와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셔터는 무정히도 내려지고 말았다. 인기척 하나 없고, 난 무작정 길을 따라 비틀비틀 걸어야만 했다. 얼마를 걸었을까.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가 헐레벌떡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왔다. 강도라도 좋고 뻑치기 꾼이라도 좋으니 도움을 청해야한다는 생각이 스쳤다. 큰소리로 ‘사람 살려요’를 몇 번을 거듭하여 외쳐댔다. 젊은 친구가 내 곁에 다가오고 난 그 친구의 도움으로 귀가할 수 있었고, 그리곤 정신을 잃고 말았던 적이 있었다.
술이란 것이 원래 신선들이 만들어 마시던 것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참으로 묘한 것이다. 나를 위험한 밤손님으로 만들기도 하고, 하늘을 모두 포용하고도 남을 만큼 인간의 마음을 한없이 넓게도 만들기도 한다. 때론 간이 배 밖에 튀어나올 정도의 용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인간을 추하게 만들기도 하는 묘한 것이다. 사람을 개(犬)로 둔갑시키기 까지 하지 않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술 취한 사람을 상대하지 않으려하고 멀리하려하지 않는가 말이다. 술을 낭만으로 마시고 한편의 즉흥시를 읊을 수 있고, 콧노래를 즐길 수 있을 때 술의 묘미를 제대로 만끽하는 것이리라. 그러면 좋으련만 아차 하여 엄동설한에 그만 길거리에서 정신을 잃어버리면 어찌될까. 어느 누구도 거들 떠 보지도 않는 이 세상에서. 아찔하기만 하다.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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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손갑식님의 댓글

no_profile 손갑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직은 정 해영시인님과같은 분들이 많아서
그래도  살아 볼만한 세상이라 생각 됩니다,,
제 자신은 아직 세월에 녹이 슬어 있지 않다고 자부 할 수 있습니다,
감  사  합  니  다,,,

황선춘님의 댓글

no_profile 황선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하.. 제가 아는 어떤분은 술만 마시면 공중전화 박스에서 잠을 청하는 분인 계신답니다. 재미있는 글 정말 잘보고 갑니다. 어찌보면 삶이라는게 박스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고 헤메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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