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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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해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1,080회 작성일 2007-03-09 17:34본문
만리장성 / 최해춘
불국사 일주문 밖 보신탕집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매일
제 몸 데워 보시를 하는 데요
장작개비가 활활 타오르는 곁에는 생긴대로 깎아 만든 남근목
하늘 향해 꼿꼿하게 서 있는데
뭘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네요
진하게 탕 드시고 이 쑤시는 남정네들
대문 밖 나서기 전 기가 죽고요
불국사 범종소리 새벽안개 속으로 조심스럽게 하산을 하면
가마솥도 딩딩 종소리 흉내를 내보는데
듣기에 따라서는 컹컹 먼 마을 개 짖는 소리 같기도 하지만요
석굴부처 안방부처
절 받는 일만해도 너무 바쁘실 것 같아서
속가의 개부처님 가마솥에 들어 앉아 자비를 배푸신다네요
살은 다 녹아내리고
허연 머리통에 악 다문 입으로 하시는 말씀은요
내 몸 먹고 힘 좀 쓰고
하룻밤도 열두 번씩 만리장성 쌓으면서 자자손손 씨 뿌리며
잘 살아라 그런 말씀하신데요
만리장성 보신탕집 울타리에는
거시기만한 노란 탱자 땡글땡글 잘도 익어가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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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조정화님의 댓글
조정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아이고, 재미있는 음식점. 재미있는시를 잘 감삼하고 하하 에너지 보충합니다.
김진경님의 댓글
김진경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글 고맙습니다
따뜻한 정이 드뿍 담겨 있네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금동건님의 댓글
금동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신글 뵈었습니다
마음도 몸도 다스리고 갑니다
홍갑선님의 댓글
홍갑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시 재미 있고 기막히게 잘 짓네요, 역시...
한참 즐감하고 갑니다 건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