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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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태구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댓글 8건 조회 986회 작성일 2006-02-08 11:42본문
밤 기슭에 우는 바람
삭신을 흔들어 놓고
초가의 연약한 전등불이
위태롭게 긴 밤을 버티고있는데
갓 지난 초저녁에 연기 품던 굴뚝너머
흰눈이 속삭이며 추억처럼 내린다
유년의 추억 안에
세월이 빗어놓은 댓돌위로 눈이 쌓이면
구멍난 흰 고무신 꼭꼭 숨어버리고
제 지쳐 나오도록 몇날며칠 새끼줄만 엮던
할아버지의 굵은 손마디가 그립다
살아서 버둥거렸던
산 날만큼의 시간들이
막힌 벽이라는 것을 알고부터
시간과 시간을 오가지 못한 것 또한
삶 탓으로 돌렸던 오만한 한때를 지우고도 싶다
벽 너머에서 눈 녹기를 기다리며
새끼줄 엮는 할아버지의 헛기침소리가
귓전에서 호통소리로 바뀌어
눈 쓸고 길 터지 않고 무엇하냐며
앉아 눈 구경에 설렘 하는 싸리빗자루를
몹시도 꾸짖는다
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공의 벽을 넘어 먼 추억으로 여행을 하셨네요
할아버지의 호통소리에 나도, 싸리빗자루도 그만 깜짝 놀라
눈밭에 넘어진적이 있는 옛 추억들.....
대나무살로 엮은 대문, 방울이 울릴적마다
손님이 오셨다는 반가움... 이제는 하얀 눈속에 묻혀 있기에..
어제 눈이 오는 추억을 더듬어 , 그것을 끄집어 내어 가슴으로 딱아보기도 하였지요
시간의 벽을 허물고 아름다운 여행을 잘하고 갑니다... 좋은하루되시길.... ^*^~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깊은 시심에 머물다 갑니다.
시공을 왕래 하시는 부지런 하심에 경의를 표하며.
건필 하시기를 바랍니다.
손근호님의 댓글
손근호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고느즉한 풍경과 대화를 나누고 시로 엮는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눈구경 하는 싸리빗자루가 몹시도 꾸짖음을 듣는 풍경이 잘 엮여져 있습니다.
백원기님의 댓글
백원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눈이 오는 겨울 전형적인 한옥에 하얀 눈이 쌓이면 푸근했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추억이 되살아 납니다.
박태구님의 댓글
박태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김석범 선생님 ..전온 선생님..손근호 선생님..백원기 선생님......
다녀가심에 감사합니다 ..
우리가 사는동안 추억은 쌓이겠지요
오늘도 저는 빈여백안에서
어쩌지 못할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고 있었네요 ..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감어린 시상에 감사드립니다.
할아버님의 호통소리가 무척이나 그리워지는 이 시대입니다.
박인과님의 댓글
박인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시간과 시간을 오가지 못한 것 또한
삶 탓으로 돌렸던 오만한 한때를 지우고도 싶다"
정말 그러고 싶습니다. 매우 호소력 있는 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박태구님의 댓글
박태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이선형 선생님...박인과 선생님....
감사합니다 ..
항상 빈여백에 소홀한 저에게
관심을 주시니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행복하시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