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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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밥>
김혜련
부끄러운 일이지만
당신이 밥이 아닌
법으로 느껴져 두려움에 떨며
숟가락을 떨어뜨린 적이 있었어요.
허리띠 조일 필요도 없이
살점 하나 없던 유년 시절
전날 밤 밥상에 올린
건더기 없는 풀떼죽을 떠올리며
늦은 밤 부엌바닥에서 꽁보리밥을 푸는
어머니의 주름진 미간에서 눈물을 보고 나면
걸신들리듯 밥알을 흡입하는 동생들
등 뒤에서 나는 병풍이 되어
숟가락을 떨어뜨리곤 했어요.
창자가 시위하듯 격앙된 노래를 부르고
심장이 인내심을 바닥내도
새벽부터 박 부잣집 농사일로 혹사당했을
어머니의 등어리가 입안을 가득 채워
밥 한 술 못 넘기고 짠맛뿐인
울음만 배부르게 먹었어요.
잊으려 하면 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기억을
밥그릇에 꼭꼭 눌러 담으면
당신은 법이 아닌
밥으로 정체성을 회복한 두 손으로
유년 시절 떨어뜨렸던 그 아픔의 숟가락을
행복한 숟가락으로 바꿔 줄 수 있을까요?
댓글목록
정경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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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支存)의 힘 밥心 입니다
눈물밥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어찌 인생을 논(論)하겠는지요
고맙습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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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숙 님, 반갑습니다. 저희 집은 참 가난했습니다. 무능한 아버지는 선량하지만 무능하다는 이유 만으로 할아버지한테서 쫓겨났습니다. 가난 목까지 차오르는 가난 그 가난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순간이 식사시간입니다. 밀가루 한 주먹 넣고 물을 듬뿍 부어 끓인 건더기 없는 풀떼죽이 주식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남의 일을 해 준 날은 보리밥을 지어 아버지, 동생
김혜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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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먹었고, 저와 어머니는 밑에 남은 누룽지에 많은 물을 붓고 끓여서 한 술 떠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나마 그것조차 보리밥을 순식간에 먹어치운 동생들에게 빼앗기기 십상이었지요. 지우고 싶은 슬픈 추억이지요. 밥을 먹을 때마다 그 시절이 떠오른답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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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그 시절... 개떡, 수제비, 칼국수, 꽁보리밥, 무우채밥, 콩나물밥, 옥수수빵(급식)이 즐비했던 기억들이 아른거립니다
기차표 검정고무신이 마치 기적을 울리며 동네를 돌고 돌았던 그때의 추억들이 가득하지요..
그시절 그어려움이 이제 시로써 표현되어 아름다운 풍경속으로 빠져들게 함에 감사드립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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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범 님, 반갑습니다. 가난했기에 고통스럽고 슬펐지만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