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과 남대문 이야기(2) - 순이야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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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남대문 꽃시장에서
팔다 버린 꽃을 주어온다.
버린 꽃은 가장 가까운 陽洞,
양동이 김 무럭무럭 피어오른 뜨거운 물 퍼 담아
세수 후 깨진 거울 앞에 선 순이 얼굴만큼 예쁘다.
뜯어낸 베갯속 메밀껍질에 주어 온 꽃잎 넣어 베고 자면
머리 맑아진다는 몰랐던 음성
별빛도 내려 앉아 미끄러지는 슬레이트 지붕 아래
어젯밤 머리맡에 마시다 남은 물이 얼어붙어
온돌방 윗목 물그릇 움직이지 못해
남대문 시장 골목 자유극장 관람석
미워도 다시 한 번 문희 주연 국산 영화 감상하다 흘린
순이 눈물만큼 진한 꽃물이 베갯잇에 물든다.
비가 오면 될 걸 솜 뭉텅이 같은 눈 같은 함박눈이 내린다.
내리는 눈은 녹아 흐르고
베갯잇에 물든 꽃물, 눈물 흔적 같지 않은
꽃향기 풍기며 잠든 채 펴놓은
일주일에 한 번 보는 윤리 교과서에 스며든다.
순이야 놀자 우리 陽洞에서,
네 갈길 잘못 찾아와 서울역 앞에서 만났지만
네 얼굴 팔다 남은 꽃 보다 예쁘구나.
어디에서도 사지 못하는
먼 잔디보다도 파릇한 양 볼이 일순간
오천 원에 열 마리 사온 오징어 갇혀있는 냉동실
얼음 깨지는 소리에 놀라 붉어졌구나.
탁탁 틘다. 순이야 우리 어서 가서 놀자
남대문 지하도, 지하 바람에 날리는 신문지 주어
서소문 공원 잔디밭에 깔고 앉아
순이 새벽에 찬 손으로 싼 김밥 먹고
용쟁호투 이소룡 주연 외국 영화 하루에 두 번 본 뉴서울 극장 지나
연탄 싣고 마차 지나다니던 만리동으로 올라가자.
올라가 종아리에 파란 멍이 들도록
딱지치기하며 뒷집 슬레이트 지붕 위
빨아 올려놓은 하얀 운동화 한 켤레 바라보자.
팔다 버린 꽃을 주어온다.
버린 꽃은 가장 가까운 陽洞,
양동이 김 무럭무럭 피어오른 뜨거운 물 퍼 담아
세수 후 깨진 거울 앞에 선 순이 얼굴만큼 예쁘다.
뜯어낸 베갯속 메밀껍질에 주어 온 꽃잎 넣어 베고 자면
머리 맑아진다는 몰랐던 음성
별빛도 내려 앉아 미끄러지는 슬레이트 지붕 아래
어젯밤 머리맡에 마시다 남은 물이 얼어붙어
온돌방 윗목 물그릇 움직이지 못해
남대문 시장 골목 자유극장 관람석
미워도 다시 한 번 문희 주연 국산 영화 감상하다 흘린
순이 눈물만큼 진한 꽃물이 베갯잇에 물든다.
비가 오면 될 걸 솜 뭉텅이 같은 눈 같은 함박눈이 내린다.
내리는 눈은 녹아 흐르고
베갯잇에 물든 꽃물, 눈물 흔적 같지 않은
꽃향기 풍기며 잠든 채 펴놓은
일주일에 한 번 보는 윤리 교과서에 스며든다.
순이야 놀자 우리 陽洞에서,
네 갈길 잘못 찾아와 서울역 앞에서 만났지만
네 얼굴 팔다 남은 꽃 보다 예쁘구나.
어디에서도 사지 못하는
먼 잔디보다도 파릇한 양 볼이 일순간
오천 원에 열 마리 사온 오징어 갇혀있는 냉동실
얼음 깨지는 소리에 놀라 붉어졌구나.
탁탁 틘다. 순이야 우리 어서 가서 놀자
남대문 지하도, 지하 바람에 날리는 신문지 주어
서소문 공원 잔디밭에 깔고 앉아
순이 새벽에 찬 손으로 싼 김밥 먹고
용쟁호투 이소룡 주연 외국 영화 하루에 두 번 본 뉴서울 극장 지나
연탄 싣고 마차 지나다니던 만리동으로 올라가자.
올라가 종아리에 파란 멍이 들도록
딱지치기하며 뒷집 슬레이트 지붕 위
빨아 올려놓은 하얀 운동화 한 켤레 바라보자.
추천4
댓글목록
고윤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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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님의 글을 읽으니 옛 여인 생각이 납니다..순정을 빼앗겼던 첫사랑이
머리에 떠오릅니다..오늘 즐거운 하루 되세요..
최승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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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글 즐감하고 갑니다.
장대연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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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보낸 이 시인님의 청춘 시절을 회고 하셨나보네요.
주신 글을 읽어내려 가노라면
마치 6~70년대의 흑백 영화의 장면 장면을
빛바랜 앨번 들추어가듯이 머릿속에 떠올리게 됩니다.
김순애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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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금잔디 동산에 올라 ... 노래가 생각나는 시 입니다
나는 어떤 동산에서 놀았나 기억을 더듬어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