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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장(印章)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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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143회 작성일 2020-04-13 17:01

본문

인장(印章)의 길

 

 

 

 

이 순 섭

 

 

 

비원(秘園)의 나무처럼 印章에는 길이 있다

 

살아 숨 쉬고 맥박이 뛰는 하늘 길

새들이 하늘에서 내리는 물길 기다리지 못해

작은 부리로 나무 등걸을 쪼고 있다

거센 봄바람 작년 보이지 않던 곳에 쌓여있는 낙엽들

날려 보내 한곳으로 모은다

물 머금은 시래기가 마르면 봄이 온다

가슴이 썩어 문드러진 인주에 찍어

印章의 길에 다시 찍는다

가파른 계단 위 평지 작년에 쌓인

어제 비가와 밑 축축한 낙엽

계단 내려올 때 몸에 베인 땀 축축하다

알지 못하는 길로 오는 쓰레기차 기다린다

두 눈 불 밝히고 올라오는 술 냄새 풍기는 쓰레기차

가슴이 후련하다 없어져서 좋은 것

 

뿌연 눈 시야 차츰차츰 밝아오는 길

 

세상에 나와 땅위 벽돌로부터

봄비에 사라진 나비

길에 나타나 꼼짝 안하고 있다

날개 있고 더듬이 있는 식물 닮은 곤충

움직이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길이

한길 밑에 아무 말 없이 나있는 벽에 붙어있다

뒷길에서 다음날 어두운 새벽 오직 길 밖이 아닌

길에 앉아 있는 나비 꼼짝 않고 있다

나비는 사라졌다

원 밖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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