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여인

이내빈  

속계俗界는 아직 먼발치에서 아른거린다

싸락눈 적셔오고

적요로 휩싸이는 선방禪房

머릿결 타고 흘러내리는

초라한 기원은

겨울 새벽의 새파란 하늘처럼

정갈하고 영롱하다

어둠은 완강하게

한 부스러기의 빛조차 거부하고

마른 숲을 건너가는 바람소리

창백한 아미蛾眉에서 버스럭 거린다

헐거워진 두눈에선

참회의 차가운 시간이 누워

방울방울 찰나를 갉아 먹는다

퍼런 외로움 선연히 일어설 때

붉은 꽃봉오리 살풋 열리고

여인의 손가락엔 생손앓이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