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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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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3건 조회 1,707회 작성일 2015-07-29 14:12

본문

고장 난 냉장고
 
                                                               김혜련
 
어떤 음식물이든 어떤 식재료든
거절하는 법 없이
잘도 받아먹던 식신계의 절대지존 그가
이틀째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강력접착제로 붙인 듯
입을 봉하고 침묵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것뿐이랴
365일 잠도 없이 감귤색 눈을 뜨고
뜨거운 보리차조차
얼음으로 만들던 초인적 그가
아예 두 눈을 감아버렸다.
 
남편과 내가 번갈아가며 벌써 두 시간째
검은 콩만 한 땀을 똑똑 떨어뜨리며
그의 뼈만 앙상하게 남은 팔을 주무르고
얼마 전 배운 교사심폐소생술 연수를 재현하며
심장을 마사지해 봐도
그는 평소와 다르게 심장이 따뜻한 채로
숨을 쉬지 않고 있다.
 
도대체 왜 하필이면
31도가 넘는 이 살인마 같은 여름에
자살인지 타살인지도 모른 채
당신은 죽어 있는가.
 
당신 위장 속에 들어 있는
귀한 아들 먹일 보양식 한우는
벌써 수채 냄새를 풍기고
안토시아닌 왕비 오디는
보라색 드레스가 젖도록 온몸으로 울고 있는데
당신은 왜 뜨겁게 죽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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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냉장고의 수명 .... 약10년쯤 될것입니다
이 무더운날에 주인을 두고 홀로 야속하게 머나먼 휴가를 떠났네요
아쉽지만 이별을 하고 새로 장만하셔야지요..
-감사합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경숙 시인님, 김석범 시인님, 항상 감사합니다.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하필이면 시원함을 선물해 주는 냉장고 고장이네요. 그래서 새삼스럽게 냉장고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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