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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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먼지>
김혜련
나는 지난 40년을 고아로 살아왔다
열 달 동안 품었을 어미는
소독 안 된 손으로 탯줄을 자르고
한 오라기 죄의식도 없이
고아원 입구도 아닌
익명의 낡은 의자 위에
아무렇게나 버리고 도망쳤고
아비는 코끝조차 본 적 없다
빗자루에 얻어맞고
걸레질에 짓밟히고
청소기에 테러 당하면서
창틀로 오디오 위로
탁자 위로 선풍기 날개 속으로
에어컨 필터 속으로
하루하루 쫓겨 다니며
두 발 쭉 뻗고 자는 숙면은
꿈꾸는 것조차 죄악이었으며
소화가 잘 되는 한 끼 식사는
내 사전에도 일기장에도 없었고
다만 살기 위해 눈칫밥만
위장 가득 채워
날마다 부글부글 새어나오는 가스를
발뒤꿈치로 참느라 진땀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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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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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먼지-외로움
살아오는 동안 먼지로 이곳 저곳에 휩쓸려 살아왔지요,,,
나날이 고통속에서 울부짖었으나 눈길 한번 주는이 없는 각박한 세상...!!
정경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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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육신의 주인은 아무도 없답니다
바로 나가 주인이랍니다
누구든 고아인 샘이지요~~
오영근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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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 다니는 먼지들의
소리없는 음성을 찾아내는
시인의 눈매
선한 눈이
아름다운 것을 찾아낸다는...
김혜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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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범 님, 정경숙 님, 오영근 님, 이제야 보고 댓글 달게 되어 죄송스럽습니다. 청소를 부지런히 한다고 하지만 먼지가 왜 그렇게 많은지 사는 게 먼지를 만드는 일에 불과한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