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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버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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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2,705회 작성일 2011-08-08 19:53

본문

<가방을 버리며>
 
                                            김혜련
 
십이 년 동안 내 어깨를 독차지하던
가짜 명품 가방을 내다 버리는 밤 열시
하필 죽일 놈의 비가 내린다.
추리닝 차림에 슬리퍼를 끌고 나온 나
비굴한 표정으로
아니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헌옷 수거함에 가방을 집어넣는다
이곳에 넣는 것이 맞는지
끝내 확신도 못하면서
실수로 생긴 아이를 내다버리는
철부지 어미 심정으로 버리고
줄행랑을 친다.
내게 버림 받은 가방이
헌옷 수거함이라는 조직 사회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미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은
내 가슴에는 얼음 막대기 같은
바늘 침이 박힌다.
새 것도 내다버리는 흥청망청한 시대에
자그마치 십이 년 동안
내 어깨를 점유했던
다 낡아빠진 그것을
버리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 십이 년 동안
나는 학교를 세 군데나 옮겼고
아들 녀석은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그렇게 미운 정 고운 정 다 새겨진
그것을 몰래 내다버리는 나는
죄를 짓는 것만 같아
자꾸만 1층 버튼을 누르고 싶어진다.
홀로 탄 엘리베이터에서
모노드라마 주인공처럼 중얼거린다
이것은 내가 너를 버리는 게 아니라
넓은 세상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새 길을 열어 주는 거야
듣자 하니 캄보디아나 베트남으로 수출되어
그곳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지 않니.
나 좀 이해해 주면 안 될까
나도 이제 새 가방이 하나
필요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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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라동수님의 댓글

라동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버려야하는 섭섭함 뒤에도 뿌듯한 그 무엇이 있군요.
비장한 결단. 잘 잘 잘하셨다고 말하고 싶네요.
내가 좋아하는 청국장같은 글에 빠졌다 갑니다.건필 하소서

김혜련님의 댓글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라동수 님, 수중한 댓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보기엔 초라한 것에 불과하지만 제겐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단순한 사물이 나닌 저의 분신 같아 오래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을 하지만 잘 안될 때가 많습니다.

조현희님의 댓글

조현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낡고 손때묻은 그것이 저희집 장롱에도 잠자고 있지요.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일년이 지나도 꺼내지 않는 것
이제는 저도 서서히  정리를 할까 합니다.

변정임님의 댓글

변정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정들은 가방을 버리면서 비장한 표정이 더 가슴에 남습니다.
추억을 함께한 그 주인공도 선생님을 싸늘하게 외면을 하였을테니까요.
속마음은 그것이 아니면서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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