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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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인과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 댓글 10건 조회 1,245회 작성일 2006-02-06 03:23본문
강물에 뿌리를 적시며 울었네
장미꽃의 푸른 가시에 찔리고
시리도록 말발굽에 짓밟히던 풀의 마음...
초록빛의 맑은 피 뚝 뚝 흘리며
붉게붉게 노을이 번지는 먼 하늘에 풀마을에
흔들리는 들풀을 나는 보았네
아, 다 헛된 것을
생의 문 밖 어디에선가 미칠 듯
청이슬 꿰어오는 실뱀의 울음에 창을 열고
들에 서면 한 줄기 풀바람 소리 였던 것을
허허벌판에
풀풀 날리는 풀잎은
풀잎을 흔드는 풀바람에
날려가 버리면 잡을 수 없는 풀꿈 이었던 것을
풀잎들 풀풀거리던 날
찢어지며 훗날도 울지 못할 날
세월이 흐르고 말면 그만인 것을
아픈 풀잎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수수깡 수수꽃다리 풀잎은
하늘하늘 제 풀에 풀어져 풀바람에
풀마을에 흩어지고 말면 그만인 것을
풀잎들이 제 아무리 안 풀리는 허공에 몸풀림을 해봐도
풀바람이 불어오면 풀잎은 어쩔 수 없는 것을
아, 헛된 것을
참대숲에서 들이마시는 이 한 모금
비애의 쓰린 술잔도 영영
넘칠 수 없는 눈물로 지금도 울고 있네 풀잎은
머언 풀강에 풀 물은 둥근 달 둥둥 떠
바다로 풀려가는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는
그 통쾌한 환상인줄 알면서도...
풀꽃이 하얗게 일어서는 머지 않은 훗날
풀안개 속에 영원히 눈을 감으면
내가 죽은 무덤가의 풀들은 무성해져
풀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을 것을
뿌리를 내려라 하얀 뿌리를 내려라
들풀아 하얀 너의 뿌리를 내려라
댓글목록
김석범님의 댓글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람앞에 등불 같은 헛된 인생이나
자기의 중심을 갖고 살아가는것이 보람된 삶이라 느껴지면서 시심을 두고 갑니다
백영자님의 댓글
백영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애처로운 시 ,
작은 풀잎에 사랑을 담은 잔잔한 감성
이것이 시인의 감성이다.
항상 좋은글 주시고 건필하세요.
전 * 온님의 댓글
전 * 온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태양이 떠 오르면 메말라 스러질 들풀 일지라도
분명 그 아름다움과 존재이유가 있는 법 이겠지요.
머물다 갑니다. 들풀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하명환님의 댓글
하명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풀풀거리는 우리네 삶에 대해 처음부터 긑까지 풀소리가 그윽한 시심으로 모든이의 가슴을 풀석거리게 하시는 박인과 시인님! 안녕하시지요?
풀죽은 마음 한참 풀석풀석거리다 풀살려 갑니다.......ㅎㅎㅎ 늘 건강하시구요.
신의식님의 댓글
신의식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생의 문 밖 어디에선가 미칠 듯
청이슬 꿰어오는 실뱀의 울음에 창을 열고
들에 서면 한 줄기 풀바람 소리 였던 것을>
박인과시인님의 맑은 시어에
탁류처럼 흐려진 마음 맑히고 갑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뿌리를 내려라 하얀 뿌리를 내려라
들풀아 하얀 너의 뿌리를 내려라
봄이 저만치 와 있음을 봅니다.
봄을 기다리며 뵙고 갑니다.
건필 하십시요.
방정민님의 댓글
방정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이 가까이와서 그런가요...끈질긴 삶의 희망을 노래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으시네요.
제 인생의 크기만큼 강한 뿌리를 내리겠습니다.
행복하세요! ^^
홍갑선님의 댓글
홍갑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역시, 차원이 높은 시어들과 시입니다.
잘 감상하고 물러갑니다.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직 봄이 이르나 봅니다.
많은 눈이 옵니다.
좋으신 작품에 감사드리며
따듯한 녹차를 보내드리오니 여유로운 오늘이시길 바랍니다.
박인과님의 댓글
박인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작가님들 감사합니다. 오ㅡ는 새봄과 더불어 축복이 함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