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오시는 방법(-클릭-) 회원가입은 이곳으로 클릭++^^ 시작페이지로 이름 제목 내용

환영 합니다.  회원가입 하시면 글쓰기 권한이 주어집니다.

회원 가입하시면 매번 로그인 할 필요 없습니다.

< 8월의 태양에게 > - 수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이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2,860회 작성일 2008-08-14 22:30

본문

해마다 8월이 되면 한 성깔로 사람들 기를 죽이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네만 자네 그러는 거 아니라네. 자네의 오기와 독기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쓰러질 줄 알았다면 그것은 큰 오산일세. 자네의 혈기가 기세등등하면 할수록 자네보다 더 여유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자네는 모르는가 보이. 그들은 다름 아닌 마천루에서 에어컨 온도 있는 대로 낮춰 틀고, 춥다며 너스레를 떨면서 고상한 척 폼을 잡으며 고유가시대를 기꺼운 마음으로 즐기는 사람들이라네. 자네가 오만하면 오만할수록 거만하면 거만할수록 자네의 오만과 거만을 더 여유롭게 깔 볼 수 있는 자들이란 말일세.

자네가 주는 상처에 풀죽어 납작이 엎드리는 건 누군 줄 아는가? 태생이 독하지 못해 남 해칠 줄 모르고, 사기 칠 줄 몰라 남 등쳐먹지 않고, 뻔뻔스럽지 못해 남 밟고 올라 출세할 줄 모르고, 힘이 없어 탈세할 줄 모르고, 그저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 내라면 내고, 서라면 서며 법을 지키고 사는 게 자신의 숙명인양 살아가는 이들이란 말일세.

그러나 어떤가. 찬바람이 쌩쌩 부는 날이 오면 벌겋게 열 내고 화를 달구며 그리도 표독스럽고 지독했던 한 여름의 자네가 그리워, 양지바른 곳을 찾아 웅크리고 앉아 고개 들어 바라보는 것도 다 자네가 한 여름 골탕을 먹인 그네들이 아니던가 말일세.

단칸방에서 덜덜거리는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하고서도, 수돗가 등목으로 뜨거운 가슴속을 달랠 줄 알고, 우주만물의 모든 생명체의 생명은 귀하다는 것을 깨달아 모기같은 미물에게도 가진 것을 나눠줄 줄 아는 삶이 죄라고야 할 수 있겠나. 그렇게 높디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서도 자네가 감쪽같이 모르는 게 있다네. 늘 웅크리며 살아가는 그네들이지만 잘 때는 큰 ‘大’자로 펼치고 참꿈을 꿀 줄 아는 그네들이란 말일세.

노래자(老萊子)처럼 나이 일흔에 색동저고리 입고 춤은 못 출망정 부모님께는 늘 웃는 낯빛으로 대해드리고, 삶은 감자 한 소쿠리 끼고 가진 건 없이도 꿈을 키워가는 법에 대해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오순도순 잘 살아가고 있을 테니, 이제 고만 기세 떨구고 돌아가게나. 자네의 생에 비하면 팔백 세를 살았다는 노팽(老彭)의 생도 우스워 내가 하는 말이 어린아이 옹알이쯤으로 들릴 테지만, 자네도 갈 길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과학자들의 말에 한 번쯤 귀기울여보면 지금 자네가 그리 한 성깔을 부릴 때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일세. 그러니 이제 우리 살아있다면 올보다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내년 8월의 만남을 기약하며 작별함이 옳지 않겠나.

- 더위 먹고 피로에 지친 8월의 어느 날에~~ -

추천6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장대연님의 댓글

장대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푹푹 삶아대는 8월의 태양에게 주눅들어 있던 독자들이
이은영 작가님의 태양을 향한 두성처럼 울리는 호령에 조금씩이라도 기력을 추스릴 수 있을것 같네요.
가진자들에겐 조롱 받으면서 애먼 서민들만 괴롭히고 있는 8월 태양 - 이 작가님의 점잖은 충고에 뭐 좀 깨우쳤을겝니다.

김효태님의 댓글

김효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이은영 작가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뵙게 되는군요.
소시민들이 정말 곤욕스런 찜통더위로 생업에
많은 고충과 번민하는 태양을 노여워 하겠지요
작가님의 깊은 관심과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고운 심성에 가슴이 찡하게 울립니다.
귀한 글 주심에 감사드리면서 좋은 연휴를 유익하게 보내시고
가정의 평화와 건강을 빕니다.

정재철님의 댓글

정재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게요..산다는게 꼭 누군가에게 쫒기고 있는 듯한 요즘입니다.
더위에 쫒기고 시간에 쫒기고 나 자신의 욕망에 쫒기고 ...
하지만 주신글을 읽고 영원함이란 없음을 실감하게 만듭니다.
산다는게 그저 그렇게 한 번만 너그러워 지면 될것이었음을..
왜 그때는 몰랐던지.... 지금도 잘 모르겠는지 모르겠네요...

허혜자님의 댓글

허혜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근검 절약하며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한번
뒤돌아 보게 하였습니다
좋은글 많이 감명 받고 갑니다
건안 하십시요.


박정해님의 댓글

박정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8월의 태양이 이은영 작가님께 항변도 못하고 가는군요 ㅎㅎ
반갑습니다 다시 뵙게되면 차라도 한잔 대접해드리고 싶은분

이은영님의 댓글

이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대연 시인님, 새로 생긴 애인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
김효태 시인님, 늘 어여삐 보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정재철 시인님, 그렇지요? 말씀처럼 딱 한 번씩만 너그러워지면 될 것을요.^^*
허혜자 시인님, 건강이 상하면 자식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테니
                    건강을 더 먼저 생각하세요. 근검절약은 좀 덜 젊은 사람들의 몫으로 놓아두시구요. ^^*
박정혜 시인님이시자 화가님, 말씀만으로도 차 향기가 코끝을 스쳐가는 걸요? ^^*

장난스레 쓴 글에도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물어 가는 여름에 건강 유의하시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듯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빈여백동인 목록

Total 21,447건 465 페이지
빈여백동인 목록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2887 허혜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5 2008-06-02 6
2886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0 2008-06-02 6
2885
죄짐바리 댓글+ 7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0 2008-06-02 6
2884
초여름 아침 댓글+ 7
엄윤성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358 2008-06-07 6
2883
그림자 댓글+ 8
김화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0 2008-06-16 6
2882
당신의 마음 댓글+ 6
최승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8 2008-06-17 6
2881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4 2008-06-17 6
2880
소갈증(消渴症) 댓글+ 8
엄윤성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686 2008-06-17 6
2879
그리움도 달다 댓글+ 6
박란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6 2008-06-18 6
2878
벗 - 불면증 댓글+ 8
김혜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8 2008-06-21 6
2877
남강의추억 댓글+ 7
윤기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1 2008-06-21 6
2876
중지(中指) 댓글+ 7
현항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2 2008-06-22 6
2875
인연 댓글+ 7
이정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4 2008-06-23 6
2874 장대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5 2008-06-26 6
2873 최승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9 2008-06-26 6
2872 no_profile 목영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8 2008-06-28 6
2871
부고[訃告] 댓글+ 6
no_profile 송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0 2008-06-28 6
2870
풍습 댓글+ 7
박효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4 2008-06-30 6
2869
내고향 칠월은 댓글+ 6
탁여송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5 2008-07-01 6
2868
깨달음이란 댓글+ 11
김효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7 2008-07-01 6
2867
그리고 또 여름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1 2008-07-03 6
2866
* 소(牛) * 댓글+ 7
장대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0 2008-07-05 6
2865
소박한 사랑 댓글+ 6
박태원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1274 2008-07-06 6
2864
칠월의 풍요 댓글+ 7
금동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9 2008-07-09 6
2863 김화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6 2008-07-10 6
2862
숲길을 걸으며 댓글+ 6
김남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3 2008-07-14 6
2861
* 고약한 놈 * 댓글+ 7
장대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2 2008-07-16 6
2860
꾸부러진 오이 댓글+ 6
목원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0 2008-07-17 6
2859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9 2008-07-17 6
2858 금동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7 2008-07-17 6
2857
* 알 것 같아 * 댓글+ 6
장대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3 2008-07-20 6
2856 no_profile 손근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4 2008-07-21 6
2855
불볕더위 댓글+ 6
최승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2 2008-07-22 6
2854 방정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7 2008-07-23 6
2853
운무 댓글+ 6
장운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6 2008-07-23 6
2852
老각사랑 댓글+ 8
현항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1 2008-07-23 6
2851 전 * 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1 2008-07-23 6
2850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2 2008-07-24 6
2849 김효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6 2008-07-29 6
2848
혓바늘 댓글+ 6
이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2 2008-07-29 6
게시물 검색
 
[02/26] 월간 시사문단…
[08/28] 토요일 베스트…
[07/03] 7월 1일 토…
[04/28] 5윌 신작시 …
[11/09] 2022년 1…
[08/08] 9월 신작 신…
[08/08] 9월 신작 신…
[06/29] -공개- 한국…
[06/10] 2022년 ◇…
[06/10] 2022년 ◇…
 
[12/28] 김영우 시인님…
[12/25] 시사문단 20…
[09/06] 이재록 시인 …
[08/08] 이번 생은 망…
[07/21] -이번 생은 …
 
월간 시사문단   정기간행물등록번호 마포,라00597   (0392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4길 17 사보이시티디엠씨 821호   전화 02-720-9875/2987   오시는 방법(-클릭-)
도서출판 그림과책 / 책공장 / 고양시녹음스튜디오   (10500) 고양시 덕양구 백양로 65 동도센트리움 1105호   오시는 방법(-클릭-)   munhak@sisamundan.co.kr
계좌번호 087-034702-02-012  기업은행(손호/작가명 손근호) 정기구독안내(클릭) Copyright(c) 2000~2024 시사문단(그림과책).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