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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건초처럼 죽어 있다

동그란 눈망울 떠오르면

무지개 가슴은 증기기관차 되어

파란 동산 녹음 속으로 휘달려 간다

숲속 샘물 졸졸졸 속삭임 같은

처음 듣는 귓속말에 번진 사랑은

주체할 수 없는 희망이 되어

딛고 선 것들은 거꾸로 섰다

시공도 없는 황홀함 속에

되돌릴 수 없이 분해된 영혼은

그녀의 목소리에만 평화를 느끼는

깊디깊은 환자가 되었다

소진 못한 정열은

열린 시간 틈새로 달아날까 봐

안절부절 주야로 끓었고

입 내민 주전자처럼 소리 내면서

바닥으로는 뜨겁게 달달거리며

보고픔을 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