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이야기 /고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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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고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5건 조회 1,382회 작성일 2005-11-12 20:37본문
♧ 사랑 이야기 /고은영 ♧
그해 겨울 그는 푸른색 군복에
장교 계급장을 달고
봉당에 걸린 비닐봉지처럼
빛바래 누렇게 퇴색된 어느 날
그녀 앞에 불쑥 나타났다.
장난기 서린 긴 다리 그가 그녀에게 농을 걸 때마다
그녀는 얼마나 차갑던지 씨도 안 먹혔다
무안당할 때 그는 그녀에게 호언장담을 했다
" 내가 널 다시 찾아오면 네 아들이다!! "
샐쭉하니 삐쳐 가는 그를 보면서
그녀는 제발 그러라고 큰소리치면서도
내심은 너무했나 싶었다.
하루가 지났다.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틀이 지났다.
그는 너무나 잘 견디고 있었다.
그리고 삼일도 무심히 지나갔다.
나흘째 되던 날
그는 퀭한 눈에
피죽도 못 얻어먹은 낯빛으로
정말로 그녀의 아들이 되기 위해
징그런 미소 함 박 머금고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히죽이 웃으며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벨도 없이 남세스럽게
늘 그런 식이었다
언제나 시비 거는
그녀가 죽도록 미웠지만
그녀를 이길 수 없는 자신이 약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딱딱하게 굳은 엉덩이 뿔도 꺾어버리고
거짓말처럼 그녀에게
얌전하게 되돌아 오는 것이었다.
추천6
댓글목록
김상우님의 댓글
김상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 은영 시인님은 노련한 사랑의 조련사이시군요.
즐겁게 보았습니다. 건안하십시오.
윤해자님의 댓글
윤해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랑은, 그런 것인가 봐요.
다시는 안보겠다 다짐에 또 다짐 해도 어느새 스르르 무너져 내리는.
사랑하기에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는 것.
머물다 갑니다. 건안 하셔요^^*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세상에 사랑만한 큰 힘이 있을까?.....사랑 하므로 .사랑하기때문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그 큰 힘으로 사는 것이 인간 임에랴?....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난 세월이 활동사진 필름처럼 느릿느릿 흘러가는군요.
누렇게 색바랜 사진첩을 보듯... ^^
이선형님의 댓글
이선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참!
요 시대 남자들 ...참으로 할 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