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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날의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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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소진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935회 작성일 2021-08-22 10:22

본문

우울한 날의 에피소드

- 아홉 시를 넘기고

 

 

 



집집마다의 창문 너머로

오늘의 아홉 시 뉴스가

방언처럼 쏟아져 나온다

소용돌이치듯

화면 속 장면들은 불끈

몸을 일으켜

텔레비전 밖으로 걸어 나온다

 

사내는 모자를 쓴 채

뒤틀린 양상추처럼

담장 아래를 걸어가고 있다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TV 속 선전포고를 흘려보내며

뜨겁게 들썩거리는 입술로

사내는, 욕설을 뱉어낸다

 

취기로 달그락거리는

밤 아홉 시의 골목길

 

퍽퍽한 집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나는 가볍게 失笑한다

 

밤하늘을 떠도는 유령 같은 불빛들

걷고 또 걷는

검은 사람들

 

그 아래

밑그림 같은 딱딱한 그림자들

익명의 시간 속으로

형체를 망가뜨린 달

 

유리관 밖으로 실신하듯 쓰러지는

내 몸의

빛바랜 사건들이

낡고 오래된 전설 속으로

이만, 뚜껑을 닫을 시간

 

창문들 하나, 둘 암흑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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