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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뎅이 한 마리/소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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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소진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807회 작성일 2019-08-17 11:14

본문

개똥벌레 한 마리 섬멸하고 돌아오는 길, 삼십 촉 전구 아래

날개를 접고 푸르른 등줄기에 돋아난 솜털 위의

먼지들을 털어내며 풍뎅이 한 마리 작은 풍파를 일으킨다

장난감 같은 발가락들을 허걱거리며 전구 불빛을 향해

느린 걸음으로 더듬이를 곤두세운다

이슬보다 가벼운 목숨 서늘한 기운에

시간이 흐를수록 날개 밑 겨드랑이가

눅눅해지리라

상갓집 환한 등불 아래 제 버거운 몸통과 한참을

시름하던 풍뎅이는 비루한 상념을 접을 제 관을 찾아

아직 눈을 뜨지 않는 중이다

밤은 어미의 무덤, 아비의 무덤이다

햇살 한 줌 풍뎅이의 신경세포들 그물망에 걸려드는 날

힘없이 내 안의 세월들이 무너지고

무덤 속으로 나는 곧 잠적하리라

무딘 세월에 조금씩 맨살을 보이며 풍뎅이는

더디게 날아오른다

놈이 지나간 자리 가슴 속 살찐 애벌레들이 환영이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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