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진 모퉁이 전봇대가 

잠시, 술렁일 만큼

여자의 구두굽 소리는 무겁고도

사나웠다

골목길은

곧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처럼

둔탁하게 내려앉아

시야가 잔뜩 뒤엉켜 있다

저 어두운 취기 속을

비틀거리며

나는

어디쯤, 거슬러 온 것일까

난간마다

펄럭이는 펜지니아 꽃잎들

비좁은 낭하를 따라

눈길은 어느새 막다른 골목 끝에

둥지를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