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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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하우스
ㅡ시의 집
정경숙
훌륭한 명인이 공들어 지었다고 구경
오라는 현수막이 사거리에 걸려있다
아직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한 탓에
부러움과 동경의 시선으로 가슴 내리꽂는
땡별같은 절명으로 대문 두드린다
공손한 손 모아 푸른 곤룡포 한 벌을
사례 한 후 주인 허락 받고 내부 둘러 본다
화려한 인테리어에 눈길은 갔으나
가구의 서랍들이 헐겁워져 있고
밋밋한 장식에 맹물 마신 기분이다
장인의 손길 느낄 수 없는 안타까움에
천장 바라보니 요란한 샹들리에가
생기 잃은 흐린 눈빛이다
싱겁게 차려진 식탁에서
들다 만 수저 놓고 나와
허전한 발 길 돌리려는데
출입구에 서 있는 화환이
향기 터트리고 있다
장미 같이 제 살 뚫고 나온
가시 두른 몸으로 천형 깊은
고독을 간직하거나 굴곡진 어둠
끓어 넘칠 때 독한 알콜처럼
등 다독여 주는 따뜻한 그런 집
어디 없을까
댓글목록
송은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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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숙 시인님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껍데만 보는 세상에서
잠시 인생의 속을 들여다보며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군요
감사합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http://www.sisamundan.co.kr/gnuboard/img/no_profile.gif)
새로 지은 모델하우스의 내부 곳곳에 설치된 사물을 통해
시판하는 시집의 구성요소와 여운, 감동을 날카로운 눈으로 관찰하고
여러 부족한 면에 대한 뜨거운 지적은 책을 자주 사 보는 저의 입장에서도 공감을 합니다
한 권의 출판에 수많은 과정과 노력이 따르지만 세상에 한 번 선을 보인 책(시집)은
내뱉은 말처럼 회수할 수 없는 자신의 행적과 책임이 수반되는 것이지요
평생 이것으로 자신의 올가미가 되기도 하고 그 업적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하지요
서점에서 본인이 찾는 시인의 시집을 대면할 때 그 기쁨은 이루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지요
시의 집은 작가의 영혼이 사는 집입니다
그래서 그 집을 통해 시인의 생애와 사상을 알아가고, 어휘 하나하나에도
영감을 받아 다시금 자신만의 창작 이미지로 창조해 나가는 것이지요
[모델하우스]를 통해 자신 되돌아보며 창작에 더욱 신중해야 하는 각오를 가지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순섭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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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과 변형이 넘쳐나는 삶에 한 가닥 희망의 별빛을
찾을 수 있는 마음 담은 여울이 밀려옵니다.
좋은 시 <모델하우스 - 시의 집> 감명 깊게 감상하였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