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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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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순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0건 조회 1,199회 작성일 2020-12-07 18:00

본문

우리 엄마

 

 

이 순 섭

 

 

 

 

가지가지 빛이 있지만 한 줄기 빛이라도 건네 줘야 된다

 

이게 다는 아니구나,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

한 시각 머리카락 가진 두 여인 따로 가는 길

계단 오르고, 닫힌 문 열고 닫고 높지 않은 문으로 가는 여인

햇빛 들기 전 항아리 뚜껑 위에 비가 내리면

무거운 물건 늘 머리에 이고 가시고

목이 아프면 뜨거운 물만 마시는 어머니

이젠 우리 엄마

마음의 신경이 몸의 신경이

실 바늘로 찌르는 아픈 신경이

푹신한 스펀지 뛰어 넘어 물 먹은 비단 섬유가 빨아들일지라도

이젠 말라버려 아프지 마시라고

달 뒤편 못 보듯 해 뒷면 볼 수 없듯이

돌아서는 이 몸 미안해, 미안해

 

살아가는 순서가 바뀌어도

새가 머물다 날아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주어지는 오늘 할까 말까 해야만 하는 빗물받이

양철 그물에 쌓인 낙엽

조금 밑에 떨어져 빗물에 흘려 하수구 막히지 말라고

낙엽 한데 모아 거두어들이는 오전 넘은 오후

가슴이 후련하건만

정말 세상에는 아픈 사람이 많아요

이름 모를 새가 우는 건지

나를 부르는 건지 다 익어 쪼그라진 감

파먹는 새는 또 다른 새 부르고 날아갔다

감은 점점 검은 색으로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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