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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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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강연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4건 조회 2,433회 작성일 2005-04-0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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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대답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왔을 때 옷도 벗기 전에 우선 습관적으로 T.V부터 켜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대부분 소음에 중독된 현대인의 고독한 모습이 엿보인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침묵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인간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만남의 연속에서 일상적 삶이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현실에서의 자기 존재인식을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무의식적으로 거듭 확인하고 있다.

대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누군가가 질문을 해왔을 때 그에 대한 대답을 반드시 해야된다는 강박관념에 묶여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상태에서 말을 하다보면 결국 말을 하는 화자는 간데 없고 말 자체가 말을 하듯 중심이 없는 말만 오고가게 된다. 나 또한 말을 많이 하고 나면 돌아오는 길에 허탈감을 느껴 후회를 한 적이 많았다.

우리는 자라면서 침묵의 언어에 대해 배워본 적이 별로 없다.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 것인가에 관해서만 관심을 기울여왔다. 목소리 큰 사람이 대접받고 조리 있게 자기의사 표현을 하는 사람이 손해보지 않은 사회풍조로 인해 우리는 침묵의 가치를 소홀히 평가한 게 아닌가 싶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질문을 해왔을 때 반드시 대답을 해야만 할까? 때론 일상생활에서 지혜로운 대화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며칠 전 아침에 라디오 어떤 프로그램에 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며 침묵의 대답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었다. 그 내용은 시골 어느 마을에서 자란 어느 여인이 자기 할아버지에 대한 어린 시절 기억을 쓴 내용이었다.
그 시골집에는 늙은 소 한 마리가 있었다. 낮에는 밭에 나가서 힘들게 일을 하고, 돌아와서는 어린 소녀가 가져다 주는 여물을 먹으며 송아지 때부터 식구처럼 오랜 세월을 같이 지내온 소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소는 식용으로 팔려나가야 할 형편에 놓이게 되었고 할아버지는 손녀가 학교에 간 사이에 소를 팔고 돌아왔다. 소의 운명을 모르는 손녀는 할아버지에게 소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를 물었다. 순간 할아버지는 대답대신 담배 한 대를 꺼내 물고 먼 산을 바라보며 연기만 길게 내뿜는 것이 대답의 전부였다.

침묵의 대답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 쌩떽쥐페리의 <어린 왕자> 중의 한 토막이 생각이 난다. 쌩떽쥐페리가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했을 때 어디에선가 어린 왕자가 나타나서 양 한 마리만 그려달라고 때를 썼다. 사막을 빠져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생사의 문제 앞에서 쌩떽쥐페리는 중요하지도 않은 양 그림을 마지못해 하며 그려주었다. 그랬더니 양이 너무 늙었다 하고, 다시 그려주면 이번에는 양이 아니라 염소라고 하는 등 여러 번 다시 그려주었다.
그러다 지친 쌩떽쥐페리는 양을 그리지 않고 상자 하나를 그려 주면서 그 안에 원하는 양이 들어있다고 했다. 그러자 어린 왕자는 상자 속을 들여다보면서 자기가 꼭 원하던 양이라며 즐거워하는 것이 아닌가. 그 상자를 그려줌으로써 어린 왕자는 매번 자기가 원하는 양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처럼 우리들의 대화에서도 침묵의 대답 또한 그 상자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마 그 시골 소녀 또한 자라면서 할아버지가 주신 침묵의 상자를 제 나이만큼 조금씩 열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담배 연기의 의미를 조금씩 알게 되지 않았을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말을 줄이기가 어렵다. 화살과 같은 말이 아니라 칼집 속의 칼처럼 마음에 품었다가 꼭 해야만 할 때 하는 말.....
칼을 칼집에서 뽑아서 상대를 내려치려고 할 때 상대방이 살려달라고 하면 칼은 내려놓을 수가 있다. 하지만 말은 화살과 같이 한 번 활을 당기면 이미 상대방에게 날아가 꽂히고 만다.

모든 생활에 있어 줄이는 것보다 늘리기만 하는 타성에 젖은 우리들의 삶을 생각해보면서 침묵의 대답이 지닌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강연옥(시인) ----제주타임스 강연옥칼럼(05.3.29)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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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성회님의 댓글

김성회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강시인님 침묵에 대답
가슴에 온기를 주는 아름다운 컬럼
즐감하며 인사 드립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 김석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침묵속에 감춰져있는 무한의 힘..또한 언어는 神이라 인간의 생각과 사고를 바꾸는 묘한 능력이 있기에
말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함을 새삼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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