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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윤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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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no_profile 임한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1건 조회 755회 작성일 2021-11-02 14:33

본문

대윤사 가는 길

 

내 안의 나와 싸우다 지쳐

무작정 뛰쳐나온 62번 비포장 지방도.

헐떡이는 내 숨 마냥 거친 길가엔

빛바랜 코스모스 너울너울

삽교호 물이랑처럼 정갈하고

 

무얼 찾아 여기까지 왔는지

돌계단을 하나 둘 세며 올라왔을 때

내 안의 나는 도망가고 없었다.

 

사리탑을 돌아 합장한 채 다다른 대각전.

염화미소 미륵불 위로

범 종각 풍경소리 울려 퍼지며

도망간 내 안의 나를 토닥이고 있었다.

 

왔던 길을 돌아서다

붉은 융단 깔고 엎드린 꽃무릇 한 무리가

삼보일배로 포복한 곳을 쫓다가 그만

형제송 갈림길까지 왔다.

 

이 곳에 묻힌 두 형제처럼 나도

매일 전쟁터에서 언제나 숨을 넘기기도 하지.

죽어서도 해송으로 부활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산 대윤사의 허리를 안고

푸른 솔바람 배웅 받으며 내려오는 길.

다시 내 안의 내가 슬며시 내게

악수를 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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