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裸木)의 노래

김인달



거친 광야에 검은 바람이 몰려온다
단말마적 외침이 가지마다 부풀어 오른다

홑 되어서도 흔들리는 건 무슨 이윤지
마른 몸을 스쳐가는 바람이
알 듯 모를 듯한 수어手語를 남기고 간다

더 이상의 빛도 들일 수 없는 어둠 속
고독은 발가벗은 몸에서 껍질을 벗겨 먹고
홀로 된 겨울이 익숙한 내 눈은
종자씨가 담긴 봄의 뚜껑을 쫓는다

비록 물 한 모금 없는 사막 같을지라도
나의 뿌리만큼은 시들지 않는 노래

먼 길 가는 구름을 빌려
눈물로 읽은 시 한 귀절을 빗물처럼 떨구면
밑동은 나를 위해 발 끝을 세워줄까?

멀지 않은 날의 시작을 향해
한 장 남은 달력처럼 바람벽에 홀로 서

촉 끝에 말라가는 먹물의 시간을
종이 한 장 차이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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