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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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영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댓글 6건 조회 1,938회 작성일 2005-09-12 01:29본문
도 정 / 오영근
가을이면 풀 한 포기 나뭇잎 하나라도
그 무엇이든 내게 소중한 것들을 또
잃어버릴 것 같은 아쉬움으로
새벽을 앉아 있다
겨우 “가을이 오고 있다” 라고
한 구절을 쓰고 나서
허기진 놀이터의 저녁노을을 보며
문득 집 생각을 하는 유년시절의 그것처럼
잠든 아내와 아이를 피해
미안한 가장이 도둑 술을 찾는다.
내가 숨겨 논 술병 옆엔
그래도 나 오래 살으라고 아내가 사놓은
위장약이 있고
술 한잔에 화답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옷깃을 여미는 가을 밤
창 밖엔 이름 모를 별이 또 하나……
떨어짐에……
또 어느 곳에선가는
이름없는 시인이
새벽 술로 가슴 여미고 있을 가을 밤.
큰 나무들도 선뜻
그 잎새를 모두 내어주는데
내게 소중한 작은 것들을 잃는다 해서
그게 무어 그리 안타까우랴?
가을은 매양 이렇게 왔다가
속절없이 가곤 하는 것을
가을이 가면 또 봄이 올 것을……
댓글목록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난 가을의 가슴앓이를 생각하며
또 한번의 가을을 맞이 합니다....
이제는 지난 가을의 가슴앓이를 생각하지 말아야 하겠읍니다.
사람의 가슴에 제일 큰 병이 가을 가슴앓이 라고 하기에.......
고은영님의 댓글
고은영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리곤 또 봄도 오겠지요?
단아한 글 앞에서 잔잔한 감동이옵니다
양남하님의 댓글
양남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또 어느 곳에선가는
이름없는 시인이
새벽 술로 가슴 여미고 있을 가을 밤."이란 구절로 문인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아 한참 생각하다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을 기원드리며 나갑니다.
김태일님의 댓글
김태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영근 시인님, 여전하시군요.
그렇게 사모님 몰래 도둑술을 드시다가, 사모님에게 들키면 어쩌실려구요.
아무튼 오시인님의 가을 가슴앓이가 무엇인지 감 잡았습니다.
저하고 엇비슷하기도 하고, 또 다른 면도 있군요.
오시인님과 대작을 하면, 저는 두어시간이면 나가떨어질 듯... ^.~**
김영태님의 댓글
김영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줄의 싯귀를 적어 놓고 유유히 바깥 세상을 내려다 보는 시인님의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
이 가을 풍성한 시심으로 좋은글 많이 생산 하시기 바랍니다
오영근님의 댓글
오영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고 시인님,양 시인님,..김태일 시인님,김영태 시인님..모두 감사 드리며...건강..기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