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엾어라 애처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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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가엾어라 애처로워라
이 순 섭
찐빵 피어오르는 따끈한 연기에 놀라
허겁지겁 발걸음 옮기는 일제강점기 서울역 청사
그대들의 몸과 마음이 작았을 때 커보였지만
세월 따라 늘어난 몸무게만큼 못 이겨 줄어들어도
마음은 점점 좁아져 아름다운 꽃처녀 팔려나간
그 청사는 작게 보였다.
어찌할 것인가 허기진 공복에 만세 독립 울려 퍼지던
북으로 향한 독립문 북쪽이 서러워 남쪽에는 떨어진
목련꽃이 피어나 살아있다.
가까이서 멀리 보이는 보름달 덮은
어머니 시집오실 때 해 오신 두꺼운 솜이불처럼
구름은 멀리 보이는 별들을 가리지 못한다.
이제는 작게 보여 가엾고 애처로워라
새벽녘 화면 속 쓰레기하치장에 날아와 사라진 까치
보이지만 세월 못 다한 썩는 냄새 풍겨오지 않는다.
까치는 또 날아와 직사각형 밖으로 사라져
소망하는 원형 딸의 얼굴 밖으로 사라진다.
ㅈ이 반듯하게 세워져 ㄹ 두 숨통에 숨은 길목
방향 감각은 자주 바람을 쫓을수록 눈에 들어온다.
눈이 따라가는 방향으로 숨이 막혀와
움직이는 몸짓 속 크고 작고를 떠나 가엾음은 애처로운 곁
떠나버렸다. 상상 속 손놀림에 따른 손놀림은 사라졌다.
다 큰 딸 얼굴 같은 보름달 옆 북두칠성
자리 몰라 유난히 밝은 새벽 헤매는 높은 자리
바람결은 차가웠다.
괜한 어려운 달에서의 만남은 연락이 없고 호들갑스러운
입소리에 놀라 성이 나도 어쩔 수 없는 일
이제 태양 떠난 건물 크고 작음 떠나 좋은 남자 만나
달에서 좋은 집 만들어 살면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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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경숙님의 댓글
![no_profile](http://www.sisamundan.co.kr/gnuboard/img/no_profile.gif)
문명의 꿈이 아무리 밝다 해도 낙엽 하나보다 나을 순 없다
십 년 백 년이 다가와도
그것은 달이 비추는 어느 산간 동네만 못하다
서울역 아침 햇살에 술을 깨며
말한다,너는 너무나 슬프고 아름답다....
......
고항렬 시인님의" 술 깨는 서울역" 일부 입니다
한장의 흑백 추억 사진 을 들춰보는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가엾어라 애처로워라
좋은 작품 앞에 머물다 갑니다
새해에도 좋은 작품으로 찾아뵈리라 기대합니다
항상 건강 하시고 추상적 작품 을 감상 할 수 있어
후배로서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no_profile](http://www.sisamundan.co.kr/gnuboard/img/no_profile.gif)
역은 만남과 헤어짐이 동반하는 장소이지요
애환과 웃음이 교차하는 만남의 장소인 것처럼
해맑은 달도 그리하겠지요
모정 살짝 엿보는 애잔한 달의 모습을 보며
둥그디 둥근 달에게 독백 살짝 뱉어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