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버리다-제삼세대한국문학전집 2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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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버리다
- 제삼세대한국문학전집 24권
김혜련
잿빛 솜털 닮은 먼지가
스물네 명의 몸과 하나 된 지
엄청 오래된 모양이네요
자그마치 삼십 년
한때는 가슴 뛰는 설렘으로
다가오던 그들이었죠
교직에 첫발을 담그고
이십 사 개월 할부로
그들과 한 식구가 되면서
입술이 부르트도록 진한 입맞춤을 나누고
붉은 도장을 찍고
오직 내 것이라고 싸인을 하고
밤새 함께 뒹굴었는데
가난한 내 자취방에
정신적인 부와 열정을 선물해 주던 그들인데
이제 솜털 닮은 먼지가 이끼 냄새를 풍기네요
혈색 좋던 그 얼굴 누구에게 줘버리고
혈관에 찌꺼기 낀 병든 얼굴로 앓고 있는 걸까요
남편은 내 등을 떠밀며 내다버리라 재촉하는데
내 마음은 자꾸만 눈물을 훔치고 있네요.
댓글목록
정경숙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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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순간부터 시간이 미래를 끌고와
현재와 직면 하면서 다시 과거의
흔적을 남기고 걸어갑니다
피같고 살같은 서적의 행로가 안쓰럽습니다
인연이 거기까지 인가 봅니다
고맙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김석범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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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앞에 당당한 자가 있나요
한 때 교직생활도, 그와 함께 했던 모든 것들도
이제는 추억의 부스러기로 주름진 얼굴 뿐이지요
아쉽더라도 아른거리는 세월의 잔재 고이 보내 드려야지요 ..!!
-감사합니다
김성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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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문한전집인데
아린 가슴 어이 하나요?
감사합니다.
김혜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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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숙 시인님, 김석범 시인님, 김성재 시인님, 반갑습니다. 1988년 교직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24개월 할부로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제삼세대한국문학전집 24권을 샀지요. 진짜 큰마음 먹고요. 책을 받아들고 얼마나 기뻤던지 몇날며칠을 밤을 새우며 새 책 냄새에 푹 빠졌었죠. 근데 이제 퇴물이 되어 버려야 할 때가 되어버렸어요. 처음 만날 때의 기쁨만큼 슬픔이 밀려 옵니다.